지도자 유형, 엄부(嚴父)·자모(慈母)·형제(兄弟)형 세가지 잘 결합한 지도 권장

제14대 원불교종법사에 당선된 경산종법사를 축하하기 위해 중앙 일간지 기자 10여 명이 중앙총부를 방문했다. 24일 오후2시 종법원에서 진행된 중앙일간지 인터뷰를 통해 원불교만의 브랜드인 마음공부, 원불교의 문화인 어울림, 원불교의 세계화 과제 등에 대해 설명했다.

먼저 경산종법사는 기자들에게 "원불교의 전통 중 하나가 '종교가의 지도자가 자주 바뀌는 것은 좋은 모습은 아니다'는 문화가 저변에 깔려있다"며 "원불교100년을 완결하는 것이 좋겠다는 의견에 따라 연임하는 분위기가 형성돼 재취임을 하게 된 것이다. 많은 도움을 바란다"는 뜻을 밝혔다.

이어 경산종법사는 "먼 시골까지 찾아줘 감사하다. 우리들의 독특한 브랜드는 마음공부이다. 마음공부를 스스로 할 수 있도록 교리 전반에서 제시하고 있다"며 "교도들의 삶은 마음공부로 하루를 시작하고 하루를 마친다. 이제는 이 마음공부를 사회화 시킴과 동시에 전 세계 사람들이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일이 과제이다"고 마음공부를 소개했다.

경산종법사는 또 하나의 원불교 문화에 대해 '어울림'을 강조하며 "우리들이 추구하는 것은 조화이며 어울림이다. 즉 도덕문화와 과학문화를 병진하는 것, 영혼과 육신의 조화인 영육쌍전의 문화를 실천하는 것 등으로 정신의 심낙원과 육신의 신낙원을 구현하고자 한다"고 간단하게 교리를 설명했다.

경산종법사는 "사회에서 원불교를 4대 종교 반열로 키워줬다"며 "보은의 측면에서 사회에 기여도를 높이는 문제에 대해 많이 고민 중이다. 봉사단체인 원불교봉공회를 통해 자선 복지사업을 안착하려 한다. 나아가 세계봉공재단을 만들어 자비교단을 만들어 보은사업을 펼쳐가려 한다"고 밝혔다. 세계 속의 원불교를 확고히 하고자 함이기도 하다.

경산종법사는 부연설명으로 "교조이신 소태산대종사는 '원기100년 이후에는 원불교의 세계화를 해야한다'고 밝혀주셨다. 어떻게 해서 세계화를 할 것인가 고민하다가 첫 사업으로 경전을 세계 각국의 대표 언어로 번역하는 작업을 추진하고 있다. 또 사이버 상에서 원불교를 전파해 나갈 사업도 전개 중이다"고 기자들에게 설명했다.

이어 기자들과 일문일답이 진행됐다.

- 최근 이슬람권에서 모하메드와 관련한 미국에서 만든 영화를 보고 반미 감정이 크게 일어난 사건이 있었다. 어떻게 문화가 전파되어야 원만하겠는가?

지난해 미국 방문 시 반기문 UN사무총장을 만났다. 반 총장이 '분쟁지역을 방문해 보면 반드시 종교적 갈등이 저변에 깔려있다'고 말했다. 종교인들의 역할이 중요함을 시사하는 것이다. 결국 종교지도자들 간의 담론의 광장을 넓혀야 한다. 주기적으로 만남을 통해 이해의 폭을 넓히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 본다.

- 이제 곧 대통령 선거가 진행된다. 지도자는 어떤 사람이어야 하는가?

지도자를 뽑을 때는 먼저 지자본위(智者本位)가 돼야 한다. 다음에는 사회에 공익정신이 충실한 사람인가를 봐야한다. 마지막으로 도덕적으로 결함이 없는 사람이 지도자가 돼야 한다. 요즘 한국 사회는 세계 모든 문제를 다 안고 있다. 시대 인식을 잘 갖고 슬기롭게 헤쳐 나갈 수 있는 지도자인가를 보고 어떻게 잘하고 있는가를 점검해야 한다. 또 세계의 관심이 동아시아로 몰려오고 있다. 지도자는 이를 감지하고 세계적 입장에서 관망하는 지적 능력이 있어야 한다. 그리고 어떻게 헤쳐 나갈 것인가 방법론을 제시해야 한다.

지도자는 먼저 족한상심(足寒傷心)이 되면 안된다. 발이 차면 심장을 상하게 된다. 즉 어렵고 소외된 사람이 많아지면 중심인 지도자 어려워진다. 교단 역시도 마찬가지이다. 그 다음은 순망치한(脣亡齒寒)이다. 입술이 없으면 이가 시리다. 지도자의 입술은 뭘까? 가까운 사람들이 입술이다. 가까운 사람들이 비리를 저지르거나 나눠먹기를 하거나 전리품을 생각하면 주변의 입술이 무너지게 된다. 결국 지도자는 시린 이를 갖게 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설존치망(舌存齒亡)이다. 혀를 두고 이를 버리라는 사자성어이다. 일을 처리하는 하는 데 있어 업무는 부드럽게 해야한다. 너무 과감하게 하거나 밀어붙이는 식으로 하면 반드시 상처받는 사람이 생긴다.

지도자의 유형에는 엄부(嚴父)·자모(慈母)·형제(兄弟)형이 있다. 엄부형은 권위적이고 지시적이다. 자모형은 부드럽고 용서하고 형제형은 솔선수범한다. 정치는 엄부형, 종교는 자모형, 시민사회는 형제형 지도자들이 아닐까 생각했다. 이는 어떤 형이 좋고 나쁘다는 것이 아니다. 세가지 유형이 잘 결합되어야 한다. 때에 따라 엄부도 되고 자모도 되고 형제형 지도자가 되어야 한다. 이런 지도자가 나와야 한국사회가 좋아질 것으로 보인다.

- 원융한 사회로 나가면 좋으련만 아직도 사회 곳곳에는 불협화음이 무성하다. 이러한 모순을 화합으로 이끌 방법은 없는가?

사람이 사는 사회이다. 여성, 남성, 젊은이, 노인 등 참으로 다양하다. 이해관계가 상충하기 마련이다. 화합을 위해서는 발전을 늦출 필요가 있다. 이해와 양보, 화합동진(和合同進)하는 의식을 가져야 한다. 발전을 늦추더라도 함께 나아가야 한다. 우리 교단도 늘 그렇게 하려고 노력한다.

- 복잡한 시기이다. 한국이 많이 성장한 반면 힘든 부분이 많다. 서민이 고통 받는 일도 많다. 삶의 원칙이나 덕담을 해 주신다면.

분수에 편안해야 한다고 본다. 사람마다 자기 분수라는 것이 있다. 안분(安分)을 한 후 역행(力行)을 해야 한다. 어렵게 사는 분들은 자기 분수를 자각한 후에 편안한 마음을 가져야 한다. 그리고 지혜를 발휘하여 힘써 나아가야 한다.

-종교에 대해 바라는 점이 변해가고 있다. 과거에는 생존의 문제였다면 이제는 마음공부, 마음위안 등을 원한다. 이런 사람들에게 원불교는 다른 종교에 비해 어떤 점이 설득력이 있는가.

지금까지 인류는 믿음의 종교였다. 그래서 신자라고 했다. 그때는 인류가 유아기 때였다. 지금은 인류가 많이 성장했다. 굉장한 것을 만들어 내고 있다. 종교를 믿고, 그 교리를 깨닫도록 해야 한다. 그리고 깨달은 내용을 실천할 수 있도록 교육해야 종교가 살아남는다. 믿음만 강조하면 미신이다.

원불교는 믿고, 깨닫도록 가르친다. 그리고 실천하라고 한다. 실천할 때 생활이 달라진다. 삶이 풍요로워지고 행복해진다. 믿기만 하면 안된다. 우리가 지향하는 것은 '실천하는 종교여야 한다'는 것이다. 과학에서도 기초과학만 발달하면 안된다. 응용과학도 같이 발달해야 미래가 보장된다. 종교 역시도 그렇다. 이론만 가지고 있으면 안된다. 구체적으로 실천할 수 있도록 해야한다. 모든 종교가 신앙위주가 되면 문제가 생긴다. 반드시 깨달으려는 노력이 있어야 한다.

원불교 표어 중 '불법시생활 생활시불법(佛法是生活 生活是佛法)'이 있다. 이는 기성 종교와 다른 가르침이라 본다.

종교는 인생에 있어 학교이다. 종교는 나를 위해 있어야 한다. 각자의 인생에 플러스가 돼야 한다. 원불교는 나를 위해 있는 것 같다. 창시자 역시도 나를 위해 대각하신 것 같다. 종교를 가진 모든 사람들이 이렇게 생각해야 한다. 그렇게 될 때 많은 사람들이 행복해 질 것이다.

 

깨달음 실천하는 종교인이 되어야

안분 후 지혜 발휘해 역행하자


사진 나세윤 기자 nsy@wo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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