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리는 드러남 그 자체
 

오랜 기다림 끝에 만난 인연은 아름답다. 그래서인지 일리노이대학교 위츠 교수(75)와 원불교의 만남은 각별하게 느껴졌다. 위츠 교수의 연결고리선상에는 서면교당 정인성 교도와 연관이 있다. 정 교도가 마음공부와 관련된 석사학위 논문을 순천대학교에 재직하는 전영국 교수의 도움을 받으면서 시작이 됐기 때문이다.

전 교수는 정 교도의 마음공부 내용을 검토하면서 마음공부의 효과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경계를 인식하는 내용을 가지고 위츠 교수가 있는 미국에서 발표를 했다. 발표를 들은 위츠 교수는 "소태산대종사와 원불교가 대단하다는 생각을 했다. 재가의 삶 속에서 마음을 공부하는 것이 놀랍게 받아들여졌다"고 표현했다. 자연스럽게 위츠 교수는 소태산대종사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됐고 한국을 방문하는 기연을 만들었다.

위츠 교수(가운데)

모든 종교와 성자의 가르침 섭렵
위츠 교수는 17세부터 진리란 무엇인가에 관심을 가졌다. 일리노이드대학교 수학과 교수로 재직하면서 과학으로는 영성을 구하기가 어렵겠다고 판단하고 인문과학으로 방향전환을 했다. 그리고 사람의 의식과 인지도에 관심을 가졌다. 26세에 박사학위를 받았고 35세에 참다운 삶을 꿈꿨다.

처음 5~6년 동안은 일리노이대학 도서관에 있는 모든 종교와 성자의 가르침이 밝혀진 책을 읽었다. 그는 종교관련 서적들을 섭렵하면서 모든 것은 하나로 통한다는 시각을 가지게 됐다. 그는 영원한 것은 과학으로부터 오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

그는 인도에 교환교수로 갔을 때 스승을 만났고 영감을 얻었다. "인도에서 스승을 만날 때 까지는 스승이 필요한지에 대해 몰랐다. 스승님과의 만남을 통해 모든 것이 학문적이고 학자적인 견해임을 알았다. 남녀노소 선악귀천을 막론하고 모든 삶을 스스로 묻고 답했다"고 구도 역정을 드러냈다.

익산 마음문화원에서 정전마음공부팀이 대담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황직평 원로교무는 "대종사와 전생 인연이 있어서 이렇게 만난 것 같다. 물질이 개벽되니 정신을 개벽하자는 물질을 아울러서 하나의 세계를 추구하자는 것이다"고 서두를 꺼냈다. 그는 "마음공부를 하면서 인간의 고유한 부분이 나를 도와줌을 알았다. 무한한 절대적인 것은 하나로 만나진다. 절대적인 은혜가 있다. 부모은도 나눠진 부모가 아니라 전체가 하나다"는 진리의 세계를 피력했다.

 

위츠 교수와 정전마음공부팀들이 자유롭게 대화를 나누며 마음공부의 지평을 열었다.

큰 공부하려면 스승을 만나야
황 원로교무는 "근본진리가 하나임을 확신하는가?"라고 질문을 던졌다. 이에 그는 "영성은 무한한 것이다. 무한한 영지로서 영성으로 가득차고 영지로 채워진다. 얼마나 내가 영성적 삶을 위해 정진하고 초점을 맞추고 있는지가 중요하다"며 "진리에 접근한 것은 천천히 정진하면서 만났다. 스승님을 만나면서 아무 할 말이 없었다"고 토로했다. 특히 그는 〈아함경〉 공부를 하면서 오온이 모두 공하다는 깨침을 얻었다. "오랫동안 수행을 했지만 깊은 자각을 하게 된 것은 5~6년 전에 솟은 것 같다"는 표현도 덧붙였다.

황 원로교무는 "큰 공부를 하려면 스승을 만나야 가능하다. 스승에게 매달려 내것을 만들어야 한다. 스승님을 귀하게 알고 그것을 자각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대화를 하는 내내 그는 '구사고행'처럼 오랫동안 스승님을 기다린 흔적이 역력했다.

"처음에는 스승님이 가르쳐주는 것이 누구나 내가 아는 것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스승님은 '네가 보고 있고 듣고 있다고 한다면 무한한 하나됨이 아니다'고 말했다. 듣고 있는 너, 보고 있는 너를 확연히 알아야 한다는 말을 이제 알 것 같다. 누구나 가지고 있는 근본자리, 무한한 하나의 본성과 자성을 일깨워 주셨다."

그는 노구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나는 배우고 있는 초심자다"라는 말을 끊임없이 내비쳤다. 겸손함이 그대로 묻어났다.

진리를 확실히 알면 통한다
대화를 이끈 황 원로교무는 "인과보응과 불생불멸을 믿으며 진리공부를 하니까 자신이 조물주라고 믿느냐?"고 물었다. 그는 "불생불멸은 크고 넓어서 무한하다. 믿음이나 신앙이라고 이야기 하지 않고 순수하게 그대로 나타남이라고 말하고 싶다. 드러나 있는 진리 그 자체다. 그저 초입자이기에 정진할 뿐이다"고 답변했다.

그는 〈지적연구탐구〉라는 학예지에 '의식과 나'라는 글을 쓴적이 있다. "나라는 의식은 어릴적부터 노인이 될 때까지 끊임없이 성장하고 있다. 부처님께서도 나라는 게 넓어지고 분별성과 주착심이 없는 성품과 자성에서 하나로 만난다"고 말했다.

황 원로교무는 "육근을 통해 원만구족하고 지공무사한 공부를 잘하기를 바란다. 분별성과 주착심이 없어야 마음이 흔들리지 않고 똑바로 살 수 있다"며 "자기 부처님에게 불공을 잘하는 것이 중요하다. 매일 아침 일어날 때 자기 부처님에게 불공을 시작하고 잘때도 그와같이 하면 부처가 따로 있지 않다. 자기 자신이 부처다"는 덕담을 아끼지 않았다.

그는 마지막으로 "진리는 고정된 것이 아니다. 확실히 알면 통한다. 저는 제 마음을 현실 속에서 실현하려고 노력한다. 그러기 위해서 수행을 철저하게 하고 있다. 모든 것은 마음에 달려있다. 수행 방법은 뗏목에 불과하다"고 표현했다.

마음의 꽃자리를 서로 주고 받는 내내 행복감이 충만했다. 진리를 향한 오랜 구도의 역정 속에서도 그에게 남은 것은 천진한 미소였다. 그 미소가 그대로 천진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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