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교당은 프로포즈다

어느날 전방에서 근무하는 한 부사관의 전화를 받았다. "충성, 문정석 교무님이십니까? 저는 000입니다. 부사관학교에서 양성교육을 받으며 한번도 빠짐없이 교당을 다녔습니다"라는 말과 함께 자신이 원불교를 열심히 다녔음을 강력히 어필하는 모습이 무엇인가 심상치 않았다.

이유인 즉, 자신의 여자친구가 이번에 부사관에 지원을 했다고 한다. 그래서 지금 부사관학교에서 교육을 받고 있단다. 그런데 전화를 자주할 수는 없고 편지를 통해서 이야기를 들은 바로는 교육이 너무나 힘들어서 퇴교를 할 생각을 가지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포기하고 싶다는 것이다. 자신이 남자친구로서 무엇인가 힘이 되어주고 싶은데 현재의 여건으로는 어떻게 해줄 수는 없고, 마음을 전하고 싶은데 고민 끝에 자신이 여자친구에 보내는 4분짜리 영상메시지를 만들었다고 한다. 교당에서 종교행사가 끝난 후 간식시간에 그 영상을 틀어줄 수 없겠는지를 부탁하는 전화였다. 나는 흔쾌히 허락하고, 해 주려면 제대로 해 줘야하지 않겠냐며 작전을 짜기 시작했다.

종교행사를 마칠 쯤 마지막 공고시간을 이용해 오늘 후보생들을 위해서 준비한 영상이라며 그 4분짜리 영상을 보여줬다. 약 20초가 흐를때까지는 누구에게하는 것인지 모르고 있던 여자친구는 곧 자신을 위한 영상임을 알고 당황하며 몸둘바를 모르다가 남자친구의 진심이 전해지는 순간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그 자리에 있던 약 700여명의 후보생들이 그 영상을 보며 감탄과 탄성을 지르는 순간, 그 영상 속에 그 여자후보생의 이름이 새겨졌다. 그 함성이 교당을 가득 메웠고, 나는 그 후보생을 일으켜 소개해 줬다.

종교행사가 끝난 후 남자친구와의 통화속에서 너무나 당황스러웠고, 교당에서 이렇게 해 주실줄은 몰랐다며, 힘들더라도 끝까지 참고 견디겠다고 했다고 한다. 나한테도 찾아와 감사함과 함께 힘을 주셔서 고맙다는 말을 전했다. 700여 명이 넘는 대중들 앞에서 프로포즈를 받는 그 교육생의 마음과 그 진심을 함성과 박수로 축하해 준 그 모습은 전쟁터에서 목숨을 내놓겠다는 군인정신과 함께 있는 전우애와 열정의 사랑이 느껴지는 아름다운 모습이었다.

교당이라는 곳이 내 생활에서 모든 것들이 이루어 지는 곳이고, 나의 삶과 떨어져있지 않은 곳이라는 생각과 마음은 원불교가 대중을 위해 해줄 수 있는 또 하나의 의무가 아닐까라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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