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행 앞둔 예술인복지법, 그 취지와 개선방안
산업경제

세월은 흐르고 세상의 모습은 많이 변했어도 예나 지금이나 예술인들의 삶은 고되고, '예술'은 '가난'이라는 등식만큼은 변함이 없다. 그래서 예술인들은 '대한민국은 예술과 가난이 자매결연을 체결한 나라'라거나 '가난한 자, 예술을 하지 말라'고 절규한다.

마침 예술인들의 처우 개선을 위해 마련한 예술인복지법이 11월18일 시행을 앞두고 있다. 생활이 어려운 예술인들의 기대가 크다. 예술인의 창작활동과 취업을 지원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다. 이에 대해 한국문화정책연구소 정희섭 소장으로부터 예술인복지법의 취지와 전망, 개선방안에 대해 들어봤다.
▲ 한국문화정책연구소 정희섭 소장.
- 예술인복지법 주요 내용은

11월18일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그 내용을 보면 예술인의 지위와 권리를 이야기 하고 있다. 또 국가와 지자체가 예술인들의 복지를 위해서 많은 일들을 해야 한다는 규정, 이런 것들에 큰 의의가 있다.
구체적으로는 표준계약서를 보급한다든지, 예술인들의 경력을 증명한다든지, 예술인들이 산업재해를 당했을 때 보호할 수 있다든지 이런 일들을 구체적으로 담당할 한국예술인복지재단에 대해서 규정하고 있다.

- 예술인들에 대한 4대 보험, 이 법안에 의해 가능한가.

예술인들의 보험과 관련된 문제는 고용과 피고용이 애매해서 생기는 문제다. 지금도 고용관계가 있는 예술인들은 4대 보험이 충분히 가능하다. 그중에서 고용관계가 명확해야 하는 고용보험이라든지, 산재보험은 예술인들이 접근하기가 어려웠다. 그런데 이번에 산재보험이 가능해진 거고, 고용보험은 여전히 어렵다.

- 산재보험도 보험료가 100% 본인 부담이다. 혜택이라고 볼 수 있나.

실제로 고용관계에 있는 이들은 고용주가 100%를 내주기 때문에 본인 부담이 100%라고 한다면 혜택이라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런데 가입자격을 얻게 됐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이라고 할 수 있다.

- 이 법안에 따르면 예술인의 기준이 애매하다. 어떤 이들을 예술인이라고 규정하고 있나.

사실 예술인을 법으로 규정한다는 것은 무리다. 예술이 뭐냐, 예술의 범위가 어디까지냐 하는 것을 문화예술진흥법상에 예술이란 문학에서부터 출판에 이르기 까지 규정을 해 놓고 있다. 우선 이것을 갖다 쓰고 있고, 예술인복지법에서 말하는 예술, 복지법의 적용대상인 예술인은 예술활동을 업으로 하는 사람, 다시 말해 예술활동을 통해 수입을 얻는 사람을 말한다.

그래서 법에서 수입이 있거나 혹은 그동안 예술활동을 한 실적이 있는 사람을 몇 가지 항목으로 정리를 해 놨다.

- 대상자 선정이 실적위주로 이뤄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그렇다면 그 실적을 공증하는 이는.

그게 사실 어려운 문제다. 이 실적을 일일이 공증하기가 어렵다. 다만 나중에 예술인복지재단이 만들어지면 본인이 등록시스템에 의해서 본인의 활동 실적을 스스로 등록을 하도록 돼 있다. 예술이라고 하는 것이 몇 년 동안 쉬었다 할 수도 있지 않나. 그래서 문학, 미술, 건축 등의 장르는 최근 5년 동안의 실적이 있어야 하고, 나머지 연극이나, 무용 같은 공연이라든지, 영화라든지 연예 같은 경우에는 최근 3년 이내의 실적이 있어야 한다.

- 그런데 지원사업에 대해 지원사업보다는 오히려 창작지원을 늘려야 한다는 의견이 있다.

그동안 국가지원이 창작지원에 집중 돼 있다고 한다면 이제는 예술인들에 대한 복지지원이 시작하게 됐는데, 이런 경우에 기존의 창작지원이 위축되지 않을까 염려하는 부분이 사실이다. 그렇지만 예술인복지법은 예술계 내부에서 생활이 곤란한 이들이 많으니까 이들을 어떻게 지원할 수 있을까 해서 적극적으로 주장한 사안이다. 전체적으로 국가에 의한 예술지원이 늘어나서 그동안의 창작지원은 위축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할 것이다.

- 예술인복지법이 시행이 되면 어떤 이들에게 도움이 될까.

실제로 제일 큰 문제가 국가의 재원이 한계가 있어, 수혜 대상을 늘리면 지원의 양이 좀 줄어들 것이고, 수혜대상의 폭을 좁히면 지원을 좀 더 많이 받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이 법은 전자인 예술인복지법의 대상은 늘리게 돼 있다. 그러다보니 아무래도 지원받는 양이 줄어들지 않을까 예상된다.

그 다음 출발은 생계가 곤란한, 가난한 이들을 지원하자고 했는데, 그럼 또 가난하다는 것을 정의해야 한다. 그래서 결국 가난이 빠져버렸다. 그렇게 되면 구체적으로 지원을 받을 수 있다고 할 때 지원의 폭이 좁아지지 않을지 걱정이 되고, 대신 생계가 곤란한 나이가 많은 원로예술인들은 지원을 받을 수 있는 범위가 넓어지지 않을까 생각한다.

- 현장에서는 법과 관련해 어떤 얘기들이 나오나.

산재보험이라도 어떻게 도움을 받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을 하는데 본인 부담이 100%라고 결정이 됐다. 그리고 산재라는 게 산업재해로 판정을 받아야 한다. 그런데 예술활동이라는 것은 속성상 애매한 경우가 많다. 출퇴근을 한다거나 공장에서 일을 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산재보험이 기대하는 것 만큼 충족이 안돼서 매력을 갖지 못하는 문제가 있다.

또 예술인복지재단이 아직 출범을 하지 않고, 어떤 일들을 어떻게 하겠다는 것이 없기 때문에 앞으로 어떤 일들을 할지 예의주시하고 있는 상황이다.

- 시행규칙이 발표됐나.

이번에 시행령을 만들면서 시행규칙을 같이 만들었다. 현재는 시행령에서 뭐가 문제라든지 하는 조항의 문제는 아닌 것 같다.

우선 예술인복지라고 하는 것이 정책에 없던 영역이기 때문에 이 정책을 구체적으로 실행해 나갈 수 있는 재원이나 예술의 문제가 있다. 이런 예술인복지사업을 할 수 있는 예산을 마련하는 데 있어서 주무부서인 문화체육관광부가 보여주고 있는 의지가 부족하지 않나 판단을 하고 있다.

예를 들어 올해 2012년 예산을 10억 원 밖에 편성을 안 해 놨다. 또 예술인복지재단의 사업의 범위나 영역에 대해서 한 달 정도 밖에 안 남았는데 구체적인 청사진 등이 없다. 요란하게 한다고는 했는데 실제로는 어떻게 할 거냐 하는 의구심이 있는 게 사실이다.

자료제공/ 원음방송
▲ 최고은 작가의 유서. 사진출처: 민중의 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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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인복지법은

생활이 곤란한 예술인들을

어떻게 지원할 수 있을지에 대해

적극적으로 주장한 사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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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술인복지법이란

지난 해 최고은 작가가 생활고로 사망하면서 불거진 예술인들의 처우를 개선하기 위해 마련됐다. 예술인의 지위 향상과 복지 증진이 목적으로 문화예술 분야 표준계약서 개발·보급 및 예술인의 업무상 재해에 관한 보호 규정을 마련, 예술인복지사업을 수행할 수 있는 한국예술인복지재단의 설립을 주요 골자로 하고 있다.

구체적으로는 예술인의 지위와 권리 등에 대한 명시와 함께 예술인들이 차별 없이 예술활동을 전개할 수 있도록 하는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책무, 한국예술인복지재단의 예술인 사회보장 확대지원과 같은 내용이 담겨 있다. 그러나 정작 예술인들은 4대 보험 혜택이 대부분 무산된 점과 애매한 '예술인 기준' 등을 이유로 "알맹이가 빠졌다"고 반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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