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교화가 먼저 시작되어야 합니다"
시타원교화재단 법회권장 부문 수상, 동문교화
교법실천 위해 '분발'필요, 호법수위단원 역할기대

수위단원 선거를 통해 젊은 정수위단원들이 대거 등장했다. 이와함께 호법수위단원도 새로운 재가교도들이 전면에 나서고 있는 형국이다. 광주전남교구 중흥교당 김현제(67) 교도가 호법수위단원으로 선출됐다. 그는 교당 교도회장을 24년간 역임했고, 교구 교의회의장을 3년째 맡고 있다.

그의 연구실이 있는 광주 서남대학교 남광병원을 찾았다. 병원 현관에서 기자의 손을 맞잡은 그의 모습은 따뜻하고 온화한 품성이 배어나왔다. 그만큼 그의 첫인상은 부드러움과 편안함 그 자체였다. 인터뷰를 위해 5층 교수연구실로 이동하는 동안에도 그의 친절과 공손함은 계속됐다.

"호법수위단원에 당선된 뒤 첫 수위단회의에 참석했는데 느낌이 남달랐습니다. 회의가 끝난 후 경산종법사님을 모시고 수위단원 연수를 했는데 원불교100년기념성업을 완수해야겠다는 무거운 책임감을 갖게 됐습니다. 하지만 비교적 젊은 수위단원들이 많이 당선돼 권위적인 모습보다는 회의 자체가 자유롭고 활발했습니다. 단원들의 적극적인 발언에서 활기를 느꼈습니다."

그가 첫 번째 수위단회의와 연수를 통해 얻은 소감을 전했다. 호법수위단원으로 당선된 재가교도들은 평소 교류했던 사람들이라 안면이 있었다고 했다. 그는 교구의 100년기념성업 불사에 대해 이렇게 진단했다.

"광주전남 지역이 경제적으로 취약하다보니 이소성대로 불사를 한다고 하나 사업이 더딜 수밖에 없습니다. 주세불을 배출한 지방이지만 원불교100년을 맞는 교도들의 마음은 편치가 않다는 얘깁니다. 교단100년 안에 들어 온 교도로서 공부심과 자부심은 대단한 데 경제적 뒷받침이 부족해 아쉽습니다."

이런 아쉬움의 한 원인으로 그는 가족교화의 부재를 언급했다. "제일 안타까운 것은 가족교화가 안 된다는 것입니다. 재가 법사나 법호인들이 가족교화를 소홀히 하다보니 여러 가지로 교화에 어려움이 있습니다. 가족교화 문제는 비단 광주전남 지역뿐만 아니라 교단적으로 다시 한번 되짚어 봐야 할 일입니다."

그는 지난 해 '시타원 교화재단' 법회권장 부문에서 상을 받았다. 자녀 4형제의 결혼은 원불교 입교와 이혼 하지 않을 것을 조건으로 내 걸 정도로 가족교화에 힘을 쏟은 것이다. 손자손녀까지 합쳐서 14명이 입교한 후 교당에 다니고 있다. 이외에도 교당에서 입교 연원자를 중심으로 교화1단을 만들었고, 광주제일고 동문들을 교당으로 인도하는 등 법회권장의 모범을 보인 셈이다. 그의 교화력은 중흥교당 창립주인 어머니와 초대 교도회장을 역임한 아버지의 영향이 깊은 듯 했다.

2008년부터 서남대학교 의과대학 교수로 재직하고 있는 그지만 국가 보훈병원과 개원의사, 광주 기독병원 등에서 오랜 기간 근무했다. 그의 책상에는 경산종법사의 저서가 많이 꽂혀져 있었다. 뿐만 아니라 그는 특별한 공부법으로 탐독한 경산종법사의 저서들을 자필로 요약 정리해 놓았다. 그의 노트에서 경전공부의 방법론을 새삼 깨달았다.

"개인적인 바람은 교당에 남자교도들이 많이 늘었으면 좋겠습니다. 저희 교당은 그래도 4대5로 성비가 비슷하지만 다른 교당은 아직도 여자교도들의 출석이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가족교화로 남편 분들을 교당으로 인도해 교화활성화를 꾀했으면 합니다."

그는 교구자치제에도 많은 관심을 표명했다. 교화의 주체인 교무들의 임기를 탄력적으로 운용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교당 비전이 확실하고 당대 시작된 불사가 원만히 완수될 수 있을 때까지 임기를 보장하는 정책이 필요합니다. 물론 교당운영이 안정적인 곳은 순환인사가 필요하지만 역량있고 비전이 보이는 교당은 인사운용을 폭 넓게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교구 및 교당의 현황을 꿰뚫고 있는 그이기에 할 수 있는 말이다. 교단 구성원들의 변화와 개혁을 요구하는 목소리에 대해 그는 이렇게 대답했다.

"교단 100년을 맞아 개혁을 주장하는데 그것보다는 대종사님의 교법을 잘 구현했느냐, 못했느냐가 중요합니다. 원만구족한 교법에 개혁이라는 말보다는 '분발'이라는 단어가 더 어울립니다. 내가 교법실천을 제대로 하고 살았는가를 대조해 자신성업봉찬과 교화대불공에 힘을 모을 때입니다."

그는 교법의 오롯한 구현이야말로 참 개혁이라고 믿고 있었다. 재가 출가교도가 교법구현에 더욱 분발하자는 의도가 숨겨져 있었다. 법대로 살지 못하기 때문에 분별심과 편견, 상이 생긴다는 것이다. 끝으로 그는 교단이 외형적인 사업에 치중하기 보다는 마음공부의 콘텐츠 개발이나 우리 장점인 대안학교 등에 더 많이 투자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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