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 인구 9억 육박

기아 인구수 8억7천만 명, 개발도상국 전체 아동의 1/4은 저체중, 도시 빈민가 거주 인구는 8억2천8백만 명. 17일 세계 빈곤퇴치의 날을 맞은 오늘날 지구촌의 현주소다.
세계 빈곤퇴치의 날은 세계 도처에 만연한 빈곤과 이것이 원인이 되어 발생하는 여러 문제에 대해 전 세계가 고민하고, 해결 방법을 찾아보고자 UN이 1992년 지정한 세계 기념일이다.

이후 2000년에는 뉴욕 UN본부에서 전 세계 1백87개국 정상과 정부 대표들이 인류의 빈곤문제를 공동으로 해결하자며 새천년개발목표(Millenium Development Goals)를 수립했지만 10년이 넘은 오늘날까지도 여전히 인류가 '빈곤'의 문제를 뿌리 뽑기에는 역부족으로 보인다. 우리에게는 이제 남의 이야기가 된 듯하지만 빈곤은 여전히 지구촌 곳곳에서 누군가의 삶을 짓누르고 있다.

실제로 개발도상국 5세 미만 어린이의 27%는 나이에 비해 체중이 심각하게 미달되는 저체중으로 이는 주로 영양실조에 기인한다. 영양실조는 1년에 560만 명의 어린 생명의 목숨을 앗아가는 주요 사망원인이기도 하다. 체중이 정상이라 할지라도 비타민이나 요오드, 철분, 등의 무기질 결핍은 어린이의 신체적, 정신적 성장에 심각한 장애를 가져온다.

해마다 3천7백만 명의 아이가 요오드결핍 상태로 태어나는데 이로 인해 학습능력의 저하 뿐 아니라 정신지체 증상을 보이기도 한다. 또 철분의 결핍은 모성의 사망률을 높이는 주요원인이다.

또 세계식량농업기구(FAO)가 발표한 '2012 세계 식량불안 상황(SOFI)'보고서에 따르면 현재도 전 세계 인구중 1/8(8억7천만 명)은 먹을 것이 없어 굶고 있으며, 2008년 이후에는 기아 인구 감소 속도도 느려지고 있다고 한다.

우리와 인접한 북한 역시 오래도록 기아로 고통을 받고 있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이른바 '고난의 행군(1996~2000년)' 시기에 33만여 명이 굶어 죽었고, 1994년 이후 10여 년 간 발생한 식량난으로 식량난으로 정상적인 규모를 넘어 발생한 초과사망자가 48만여 명, 식량난의 영향으로 줄어든 출생손실이 12만8천여 명에 이른다. 그리고 현재도 북한 주민 3명 중 1명이 영양실조로, 2010~2012년 평균 북한 전체 인구의 32%에 해당하는 8백만 명이 영양실조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FAO는 세계 식량 부족의 원인이 세계 경기 침체, 식량가격 상승, 곡물을 원료로 하는 바이오 연료 생산 증가, 식량 투기, 기후변화 등이라고 지적했다. 식량생산량 부족 보다는 연료 생산, 식량 투기 등으로 식량가격이 상승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호세 그라시아노 다 실바 FAO 사무총장은 "지난 2000년 유엔의 '새천년 개발 계획' 일환으로 제창된 2015년까지 기아 인구를 당시의 절반으로 줄이겠다는 목표의 달성이 아직 요원한 상태다"며 이를 위한 국제적 협력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중에서도 가난한 나라들의 경제성장 촉진정책과 농업 투자 확대 등에 대한 지원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경제성장 자체만으로는 기아 감소에 큰 영향을 주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성장의 과실이 골고루 분배되지 않는다면 배고픔의 문제는 제자리 걸음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단순 에너지 섭취량의 증가가 아닌 식품의 영양, 안전성, 질까지 고려한 식량.영양프로그램 역시 우리가 풀어야 할 과제다.
저작권자 © 원불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