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동조합의 현황과 사례

올해는 UN이 정한 '세계협동조합의 해'로 국내에서는 '협동조합법'의 시행을 눈앞에 두고 있다.
이에 본지에서는 '협동조합으로 교화하라'는 주제로 1주는 협동조합의 현황과 사례, 2주는 국내 협동조합 운영실태, 4주는 교단 협동조합의 운영실태에 대해 살펴본다.
▲ 세계협동조합의 해 기념 심포지엄 행사(사진은 블로그 캡쳐 화면).
스페인 프리메가리가의 명문 'FC바르셀로나', 미국의 세계적인 통신사 'AP 통신', 오렌지의 대명사인 '썬키스트'. 어떠한 연관성도 없을 것 같은 이들에게도 공통점은 있다. 바로 협동조합이라는 점이다.
또 올해는 UN이 정한 '세계 협동조합의 해'로 국내에서는 '협동조합법'의 (12월1일)시행이 눈앞에 와있다.

우리에게 협동조합이 생소할지 몰라도 그 뿌리는 19세기 초로 꽤 긴 역사를 지니고 있다. 당시 산업혁명과 자유주의의 팽창으로 대기업의 압력과 횡포가 극심해짐에 따라 이에 대항하기 위에 영국과 독일 등지에서 생산조합과 소비조합, 신용조합 등의 운동이 일어났다. 협동조합이란 경제적으로 약한 지위에 있는 소생산자나 소비자가 서로 협력, 경제적 지위를 향상시켜 상호복리를 도모할 목적으로 공동출자에 의해 형성된 기업으로 협동조합의 직접목적은 영리보다는 조합원의 경제활동에 있어서의 상호부조를 추구한다.

따라서 협동조합은 상호부조주의·민주주의·이용주의에 바탕을 두고 있으며, ▷조합 자체의 영리보다 조합원인 소규모 사업자 또는 소비자의 상호부조를 목적으로 할 것 ▷각 조합원은 출자액에 관계없이 평등한 의결권을 가질 것 ▷조합의 잉여금 배분은 원칙적으로 이용도에 비례해 행할 것 등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협동조합은 자본주의의 대안?

그렇다면 왜 세계는 협동조합에 주목하는 것일까? '세계 협동조합의 해'를 맞아 반기문 UN 사무총장은 "협동조합은 사회 통합과 소규모 사업의 번창을 가능하게 한다"며 "협동조합은 많은 가족과 지역사회가 빈곤으로 빠지는 것을 막기 위해 노력했고 협동조합은 정당한 수입과 노동 환경을 마련하는 중요한 기반을 제공한다"고 평가했다.

이는 현재의 약탈적 경제체계의 대안이 될 수 있다는 기대 때문이다. 실제로 UN이 '세계 협동조합의 해'를 지정한 2009년은 미국발 금융위기가 전 세계를 휩쓸고 지나간 직후였다. 이때 많은 거대 기업들이 문을 닫거나 인원감축 등의 구조조정을 하는 상황에서 협동조합은 충분한 자생력을 보여줬다. 금융위기 이후 유럽연합(EU) 내 25만개 협동조합에서는 구조조정 대신 540만개 일자리를 창출했으며, 전 세계 상위 300대 협동조합은 지난해 1조6000억 달러의 매출을 달성했다. 이는 유럽 4대 경제대국으로 평가 받는 스페인의 국내총생산(GDP)을 앞지르는 규모다.

국제노동기구(ILO)의 보고서에서도 글로벌 금융위기 하에서 협동조합의 위기대처능력과 회복력이 민간기업에 비해 월등한 것으로 조사된 바 있다. 이는 협동조합의 안정적인 재무구조와 높은 신용도에서 비롯한 것으로 공동으로 소유하고 민주적으로 운용하는 사업체를 통해 공통의 필요를 충족시키고자 하는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결성한 자율조직이라는 점을 그 이유로 꼽았다.

협동조합의 본질은 상생을 모토로 사회적 약자인 생산자와 소비자 모두를 만족시키며 조합원 공동의 이익을 추구하는 것으로, 합리적이고 이타적인 경영으로 위기의 경제시대에 지속 가능한 비즈니스모델로 발전할 수 있다. 경제와 성장 논리만을 앞세우는 일반기업과는 본질적으로 다르다.

조합원이 근로자이며 소유주인 구조로 협동조합은 조직을 통제하는 데 있어 주식회사가 투자자의 소유로 주주이익을 극대화 하기 위해 노력한다면 조합은 조합원(이용자)의 소유로 조합원 공동의 편익을 충족시키는 것을 목표로 한다. 또 조직 통제 있어서도 '1주 1표제'인 주식회사와 달리 조합은 '1인 1표제'로 운영 원리 역시 이익이 투자자에게 집중되는 대신 조합별 성격에 따라 판매 가격 인하(소비자 협동조합)나, 임금 인상 또는 근로조건 개선(노동자 협동조합), 대출금리 인하 및 예금금리 인상(금융 협동조합) 등에 이익금을 사용한다.

기업으로서 성장 가능성 충분

국내에서는 관련법도 미비하고 그 활동도 제한적이지만 해외에서는 협동조합이 기업으로서 성공한 사례를 찾는 게 어렵지 않다.

아물(Amul)낙농협동조합은 인도의 구자라트주에 있는 낙농협동조합들의 연합회다. '아물'은 산스크리트어로 '아주 귀중한(priceless)'란 의미로 1946년 낙농 생산자들을 위한 출하조직으로 설립됐다. 그 후 아물은 규모와 명성 두 분야에서 모두 성장하여 인도에서 가장 큰 식품 출하조직이 되었다. 낙농 생산자들은 원유량이 풍부할 때도 아물이 있어 원유를 모두 출하가 가능했다.

매일 하루에 두 번 1천2백만의 생산자들에게서 원유를 모아 와 200군데의 유제품 제조공장으로 수송한다. 이후 시음, 등급화, 제조과정을 거쳐 포장되어 800군데의 대소도시의 시장으로 출하된다. 현재 아물에는 11,600개의 마을조합(village society)과 12개의 지역조합(district society), 241만 명의 조합원이 있으며, 하루 740 리터, 연 208억 리터의 원유를 생산하고 사업금액은 672만 달러에 이른다.

또 축구팬이라면 누구나 아는 FC 바르셀로나(이하 Barca)는 1899년 German이 지역신문에 선수공고를 내고 난 후 창설됐다. 기존에는 행정 및 관리업무를 선수들 자신들이 했다. 현재 Barca는 13만 명의 클럽 회원과 1600개 이상의 팬클럽을 보유하고 있다. 회원들은 클럽 내에서 민주적으로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그들은 매 4년마다 단장을 선출하고 각 단장은 최장 8년간 수행할 수 있게 되어있다. 클럽은 자문회의(Consultative council) 구성원도 선출할 뿐 아니라 민원을 듣고 회원들이 정당하게 대우받고 있는지를 조사하는 회원들의 옴부즈맨을 두고 있다.

클럽의 다른 부문은 농구, 핸드볼, 롤러하키, 육상, 배구, 싸이클링, 여성 풋볼, 필드 하키, 아이스하키, 피겨스케이팅, 럭비 등 모두 국내 뿐 아니라 국제 수준의 실력에 이르는 성공을 거두었다. 2004년 이러한 클럽 부문에서 829 개의 타이틀을 얻었다. 또한 여러 개의 비직업 부문도 두고 있다.

이밖에도 네덜란드의 라보뱅크는 1972년 농촌은행들이 모여 결성한 협동조합으로 각종 금융서비스를 제공하며, 37개국 244개 지점, 150만 조합원과 9백만 명의 고객을 보유하고 있다. 이들은 유한책임회사로 조합원이 무급이사회를 선출하는 등 관리비용이 낮은 것이 특징이다.

국내 관련법 정비하고 지원 나서

이러한 흐름에 발맞춰 국내에서도 관련법을 제정하고 협동조합을 육성하기 위한 노력이 보다 확대되고 있다.

12월1일부터 시행되는 협동조합기본법에 따르면 조합설립에 대한 규정이 대폭 완화돼 5인 이상이 모이면 얼마든지 조합설립이 가능하다. 기존에 설립 가능했던 협동조합도 조합원이나 출자금 등의 설립기준이 높아 자유로운 설립이 어려웠으나 출자금 규모에 상관없이 5명만 모이면 협동조합을 설립할 수 있다. 또한 주무부처의 인가 없이 신고만으로도 설립이 가능하다.

또 협동조합 설립 분야가 대폭 늘어나 지금까지는 1차산업 및 금융ㆍ소비 부문에서 제한적으로 협동조합을 설립할 수 있었지만 이제는 금융 및 보험업 이외의 모든 업종에서 협동조합을 설립할 수 있게 됐다.

사회적협동조합을 설립할 수 있다는 점도 고무적이다. 사회적협동조합은 세계 협동조합의 역사에서도 비교적 최근에 발달한 협동조합으로, 조합원의 편익보다 사회적 목적 실현을 우선시하고, 생산자와 노동자, 소비자, 후원자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로 구성된다. 사회적협동조합은 취약계층에 대한 사회서비스 또는 일자리 제공, 지역사회의 공헌활동을 수행하도록 되어 있다.

이에 따라 영세상인 및 소상공인들은 정부의 정책자금에 의존하지 않고 스스로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자발적으로 협동조합을 만들 수 있다. 그리고 자활공동체, 돌봄사업 등 저소득 취약계층은 협동적 방식으로 사업을 해 나가기 위해 협동조합을 설립하거나 방문교사나 택시기사 등 노동권 보호의 사각지대에 있는 특수고용직 노동자들 역시 협동조합을 결성해 스스로 사업을 영위해 나갈 수 있다. 청년 등 초기 자본 동원이 어려운 사람들 역시 협동조합을 활용해 소규모 창업을 시도할 수 있다.

이에 대해 한국협동조합연구소의 '협동조합기본법 긴급해설서'에서는 "한국은 이미 세계 10위를 내다보는 경제규모로 성장한 나라이기 때문에, 저개발 단계에서 협동조합을 시작했던 해외 선진 협동조합과 같은 발전 경로를 따라가기는 힘들 것"이라며 "협동조합기본법 제정 초기에는 주로 기존 시장이 포괄하지 못한 부분에서 경제ㆍ사회ㆍ문화적 약자들의 자생력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협동조합이 활성화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다만 전문가들은 협동조합이 활성화 되고 본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자치와 자립의 원칙을 준수함으로써 풀뿌리운동으로서의 협동조합의 성격을 강화시키고, 지역 사회에 대한 기여의 원칙을 준수함으로써 협동조합이 지역사회를 위한 활동을 강화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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