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문화여성 위한 통합적 건강보장 제공해야

▲ 이주여성들의 성 건강을 위해 이동하는 클리닉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캐나다.
▲ 이주여성건강 핸드북.
한국사회는 이주자가 증가함에 따라 다문화사회로 변모해가고 있다. 이 이주자들이 건강하게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살아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은 우리 모두의 책임이다. 특히 먼 타국까지 와서 바라는 바대로 살아가기 위한 제1조건은 무엇보다 건강에 대한 보장이다. 지금까지 정부정책은 통합적인 이주여성의 건강문제에는 큰 관심을 두지 못했다. 한국어 교육 및 음식 만들기에서 벗어나 건강보장에 초점을 맞춰야 할 때이다.

필자가 보건관련 전문가나 보건소 담당자에게 듣는 이야기는 다음과 같은 것이다. "다문화가족의 혈액을 검사했더니 임신한 여성만 빼고 다 정상이더라. 이주여성 임산부는 먹지를 못해서 영양결핍인데 가족 중 누구도 이주여성이 좋아하는 음식에 관심이 없을 뿐만 아니라 임산부가 그런 상태에 있다는 것을 알지도 못한다.", "보건소에 건강 검진 받을 때 이주여성이 오는데 시어머니가 상담이 끝날 때까지 나가지 않고 이주여성과 같이 있다. 집안에 밝히면 안 되는 사연이라도 있는 듯 감시하고 있다.", "다문화가정 건강검진 한다고 하니 이주여성만 빼고 나머지 가족만 와서 검진을 받고 가더라." 이는 이주 여성의 건강이 가족·사회·보건의료 현장에서 충분한 관심을 받지 못하고 있는 진술들이다.

그렇다면 이주자가 자국에 가져오는 문화적, 사회적 자원을 중요시 여기는 캐나다의 이주여성을 위한 건강정책 및 서비스는 어떠할까? 이를 알아보기 위해 두 개의 기관이 실행하고 있는 프로그램을 살펴봤다.

토론토에 있는 '이주여성건강센터'는 이주여성의 건강 문제만을 다루기 위해 만들어진 센터로 지역사회 기반의 비영리 독립 성 건강 클리닉이다. 성 건강 클리닉으로만 운영되며, 1차 진료나 산전 진료는 제공하지 않는데, 토론토 시에서 공공 보건의료 부처를 통해 자금을 지원받는다.

30년이 넘는 기간 동안 문화적으로 민감하고 언어적으로 접근 가능한 성 건강 관련 클리닉 서비스, 상담, 지원 서비스를 토론토시 전역의 여성들에게 제공해오고 있다. 영어에 문제가 있거나, 의사가 자신의 언어, 종교적 신념, 의료적 관습을 이해하지 못하거나, 인종차별주의를 경험했거나, 직장 일을 하고 가족을 돌보는 이중부담으로 인해 의사를 찾아갈 시간이 없는 경우에 지원을 받는다. 센터는 여성의 힘을 존중하며, 여성이 성 건강을 포함해 자기 자신의 건강에 대해 정확한 정보에 기반해 선택할 권리와 능력이 있다고 믿는다. 모두 11개의 언어를 서비스로 고객에게 제공하며 센터와 의료진 모두가 여성이다.

센터는 여성이 자신의 재생산 건강의 욕구가 무엇인지 알고 바른 선택을 내리도록 하기위해 필요한 정보를 가질 수 있도록 역량강화하고, 자기 자신을 잘 돌보도록 돕기 위해 성 건강 클리닉 서비스, 상담, 정보, 교육, 아웃리치, 기타 지원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 센터의 가장 주요한 활동으로 이동건강클리닉 운영을 꼽을 수 있다. 이주여성이 경험하는 건강 문제의 특수성을 이해하고 대응하기 위해 독창적으로 마련된 방법으로서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센터는 토론토 시 전역의 기관들과 협력관계를 맺고 의사와 상담원이 이동건강클리닉으로 다양한 현장을 찾아간다. 예를 들면, 의료 환경 수준에서, 이주여성들은 '센터가 너무 멈', '공공교통으로 접근 불가능함', '위험한 이웃에 있음', '더럽고 황폐함', '접수 담당자가 무례함', '다른 언어로 제공되는 자원이 거의 없음' 등의 장애를 인식하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장애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들로 '진료기관을 여성에게 편리한 장소로 이동시킴으로써 센터에 대한 접근성을 높임', '문화적 차이에 민감하도록 스탭 훈련', '여러 언어로 서비스와 정보 제공' 등이 제시되고 있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이주여성이 성 보건의료를 이용하는데 갖는 어려움들을 해결하기 위해 센터는 이동건강클리닉을 1980년에 도입했다

1980년 토론토 공공보건의료 및 시범 프로젝트가 시작됐고 이동건강클리닉 프로그램은 토론토 시내 중심의 의류 공장에서 일하는 많은 이주여성에게 현장에서 성 건강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 만들어졌다. 캠핑용 차를 구매해, 클리닉 차량으로 새롭게 꾸며 의사와 상담원들을 싣고 길로 나섰다. 프로젝트는 즉각적인 호응을 얻어, 이주여성건강센터의 유명한 서비스가 됐다.

현재 이동건강클리닉은 약 50여 곳의 직장, 기관, 커뮤니티 단체와 파트너십을 맺고 있다. 2008·2009년에 이동건강클리닉은 약 585~656명의 고객을 각각 찾아 갔다. 이 센터는 이주여성의 개인수준·가족·파트너·문화·출신·인종·커뮤니티·의료진·의료환경·의료시스템·사회로 까지 다양한 수준으로 확장하면서 이주여성의 '성 보건 의료'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을 살펴보고 있다.

한편 캐나다의 지역사회 건강센터인 '여성이 주체가 되는 여성 건강(Women's Health In Women's Hands(WHIWH)'은 광역 토론토와 주변 지역의 카리브, 아프리카, 라틴 아메리카, 남아시아 커뮤니티 출신의 흑인여성과 유색인 여성에게 1차 진료를 제공하는 보건 센터이다. 센터는 포괄적 페미니스트(inclusive feminist), 낙태 찬성, 반 인종주의, 반 억압, 다언어의 참여적 틀을 지향한다. 이러한 틀 안에서 다양한 사회경제적 환경을 고려하여 이주여성의 보건의료 접근권 문제를 해결하고자 한다.

WHIWH 의료 팀은 의사, 등록 간호사, 건강 교육가, 건강 기획자, 지역사회 건강 담당자, 상담가, 지역사회 연구자, 영양사, 정신건강 치료사, 발 치료사 등으로 다양하게 이루어진다. 여기서 제공하는 프로그램은 포괄적인 다학제적인 서비스를 포함한다. 즉 16세 이상의 모든 여성에게 1차 진료, 개인 및 집단 상담을 통한 정신건강 지지 프로그램, 자조 프로그램, 건강증진 및 교육 프로그램, 산전 및 산후 관리 프로그램, HIV/AIDS 예방·지원·돌봄, 건강한 삶을 위한 활동, 지지 집단, 자원 정보 센터 등의 다양한 활동과 프로그램을 포괄하고 있다.

의료 정보가 부족한 이주여성들을 위해서 의료 정보 시리즈가 제공되는데, 보건의료 정보 시리즈는 개인의 신체, 영적, 감정적 욕구를 개선하는 전략을 탐구하는 의료 정보 시리즈와 우울증, 당뇨병, 성적 건강, 피부관리, 기본 응급처치 등의 주제도 다룬다. 그밖에도 출산 준비 및 신생아 돌봄/모유 수유/이유식 등 교육을 하는 '산전 및 산후 관리', '건강 교육 워크샵 및 발표', '노인 요가 클래스', '정원 가꾸기 그룹' 등을 운영한다.

또 지역사회에 기반한 서비스 및 프로그램도 제공한다. 구체적인 프로그램으로는 '당뇨교육', '정신건강', '산전산후 관리', 'HIV/AIDS', '노인여성 프로그램', '커뮤니티 교육', '음식 접근권(food access)' 등을 실시한다. '음식 접근권'은 매일 빵 음식 은행(Daily Bread Food Bank)과 협력해서 음식에 대한 제한된 접근권을 가진 사람들에게 단기적으로 빵을 제공한다.

특히 'WHIWH'는 20년 이상 흑인여성 및 유색인 여성을 대상으로 보건의료 서비스를 제공해 오면서 이들의 특별한 욕구들을 더 잘 해결하기 위한 방법으로 협력적인 방식의 여러 연구들을 주도해오고 있다. 이를 기반으로 연구자들과 정책입안자, 서비스 제공자, 서비스 이용자, 커뮤니티 회원들 사이의 지식 전달이나 교류를 위한 효율적인 메커니즘을 만들고 증진시키고 지지하고 있다.

이러한 외국 사례는 결국, 우리 사회도 증가하고 있는 이주여성의 건강을 포괄적이고 통합적이며, 개인적 차원과 지역사회 차원에서 건강역량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가야 함을 의미한다. 이주여성의 건강과 관련하여 필요한 정책과 대안이 시급하게 실행되기를 바란다.
▲ 정진주 / 사회건강연구소 소장

"
다문화여성에게 안정적인

건강권 보장해야

캐나다, 이주여성건강센터

이동건강클리닉으로

앞서가는 이주여성 정책
"
저작권자 © 원불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