諸佛諸聖의 心印 1

사람을 나타낸 '人'(사람 인)이라는 글자는 본디 사람이 서 있는 측면의 모양을 본 뜬 글자임에 반하여 '大'(큰 대)라는 글자는 사람이 두 팔을 번쩍 벌린 정면의 모양을 글자다. 그래서 '대(大)'위에 '일(一)'을 더하면 '天'(하늘 천)이 되지만 '대(大)' 밑에 '일(一)'을 붙이면 땅위에 섯다는 뜻으로 '立'(설 립)이라 한다.

그러니 글자 자체가 사람이 만든 것이요, 또한 사람이 쓰도록 만든 것이기 때문에 아무래도 사람 중심이 아닐 수 없다. 나아가 저 높은 하늘도 사람의 머리 위에 있는 것으로 나타냈고, 하늘 밑에 놓인 땅 까지도 사람의 발밑에 두어 이 세상 그 어떤 사람도 땅위에 설 수밖에 없음을 나타냈다.

따라서 고개를 들어 하늘을 우러러 볼 수 있고, 머리를 숙여 땅을 내려다 볼 수 있는 우리 인간은 저 하늘을 향한 이상을 지닐 수도 있는 반면에 두발을 땅에 딛고 서 있지 않으면 안 된다는, 현실을 무시할 수도 없다는 사실을 동시에 글자로 나타내고 있다는 것도 또한 경이로운 일이다.

따라서 천지 사이에 오직 인간만이 고개를 들어 저 높은 곳으로 향하고자 하는 이상으로서의 '소망'과 땅을 벗어날 수 없다는 땅을 향한 '믿음'과 동시에 만물의 영장으로서의 사람 된 소이는 어디까지나 사람들끼리 만이라도 서로 '사랑'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도덕적 자각을 실천하지 않으면 안된다고 여길 수밖에 없다.

그래서 '믿음'과 '소망'과 '사랑'을 강조한 예수의 가르침을 동양적인 시각으로 보자면 천지인 삼재에 걸맞는 가르침일 뿐 아니라, 더구나 이 '믿음' '소망' '사랑'중에 가장 소중한 것은 오직 '사랑'이라는 말씀은 공자 가르침의 핵심인 '仁'(어질 인)과 전혀 다를 바 없는 것이다.

왜냐하면 "인은 사람을 사랑함을 뜻한다."(仁愛人也)라는 말이나 "자기가 하고자 하지 않는 바를 남에게도 베풀지 말라."(己所不欲 勿施於人)이라는 공자의 말은 단지 그 어떤 일을 하라는 말이거나 하지 말라는 말에 그치는 말이 아니라, 참으로 쓰임새 있는 '말씀' 바로 그것이기 때문에 귀중한 가치를 지닌 것이다.

본디 '인'이라는 글자 자체가 전통적인 해석으로는 '두 사람 사이에 바람직한 관계'를 뜻하는 글자였기 때문에 '인(人)'과 '이(二)'를 합쳐 만든 글자라고 풀었다. 그런데 청대의 어문학자 공광거라는 이는 용케도 "천지인 삼재에 참여할 수 있는 인간의 도덕적인 근거"라 풀었다.

즉 '이(二)'를 상하에 걸친 천지로 풀고 다시 '인(人)'을 천지와 맞붙여 말하자면 하늘을 향한 이상과 땅에 발을 딛고 살아갈 수밖에 없는 현실과의 갈등을 조화롭게 하면서 사람은 사람과의 사랑을 나누되 천지를 대하는 큰 마음으로 사랑해야 한다.

<문역연구회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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