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를 향한 무한도전

▲ 서경덕 교수.

31일 오후 4시 국립국어원 1층 대강당에서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의 초청으로 한국홍보전문가 서경덕 성신여대 교수가 '세계를 향한 무한도전'을 주제로 특강을 진행했다. 이날 그는 문화관광스포츠를 통해 자연스럽게 세계인들에게 한국을 알리고, 창의와 도전 정신으로 '독도문화운동'을 전개해온 본인의 경험과 사례를 생생하게 전했다. 그는 "한국을 세계에 바로 알리기 위해서는 글로벌 에티켓, 창의적인 사고, 미친 실행력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 홍보, '세계화' 궁금증에서 시작

대학시절 '세계화'라는 단어가 처음으로 대두되기 시작했다. 그때 굉장히 궁금했다. 과연 이런 세계화라는 단어가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언론에서만 듣는 게 아니라 직접 해외에 나가서 세계가 어떻게 돌아가는지를 몸으로 느껴보고 싶었다. 그래서 처음으로 유럽 배낭여행을 떠났다. 그런데 여행을 하면서 유럽인들로부터 "중국인 아니냐, 일본인 아니냐"하는 질문을 많이 받았다. 그때 한국의 낮은 인지도를 절감하면서 한국을 알리는 작은 일부터 시작해야 하지 않나 하는 생각에 대한민국 홍보를 시작하게 됐다.

독도 홍보

2005년 갑자기 우리나라 땅 독도를 가지고 일본의 일개 자그마한 시마네현에서 '다케시마의 날' 조례를 제정하겠다고 했다. 이는 국제적으로 굉장한 반칙행위다. 이런 일본정부의 부당함을 이제는 보고만 있을 수 없다. 고민 끝에 세계인들에게 쉽고 편안하게 광고와 인터넷을 통해서 세계 여론을 환기시키는 게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뉴욕타임스, 워싱톤포스트와 같은 세계적인 언론에 광고캠페인을 통해 세계 여론 몰이를 해보자고 다짐했다.

7년전 뉴욕타임스에 독도광고를 처음으로 게재했다. 광고가 나간 후 굉장히 화제가 됐다. 그러나 한 번의 광고를 통해서 세계적인 여론을 환기시킬 수 없다. 그래서 월스트리저널, 워싱톤포스트를 넘나들며 계속적인 광고캠페인을 벌리기 시작했다. 그런데 첫 번째 광고에서 '독도는 대한민국 영토'라는 문구를 헤드라인에 넣었다. 그때 서양인들이 "혹시 이걸 보고 분쟁지역으로 오해할 수 있는 소지가 있겠다"는 조언을 했다. 아차 싶어서 두 번째 광고부터는 물론 우리나라 땅이긴 하지만 이때부터 관광문화스포츠 행사를 통해서 자연스럽게 독도를 홍보하기 시작했다.

예를 들어 뉴욕타임스에 '비지 코리아' 관광을 주제로 한 광고이다. '대한민국으로 놀러오세요. 대한민국에는 아름다운 섬들이 많이 있습니다. 서해에는 강화도가 있고 남해에는 제주도가 있으며 동해에는 울릉도와 독도란 섬이 있습니다'라는 문구를 통해 동해(east sea)와 독도에 관한 단어를 세계인들에게 자연스럽게 알렸다. 위안부, 아리랑, 한식, 한글, 막걸리, 독도, 동해표기 오류 등 광고를 지금까지 무려 30여 차례 실었다. 광고비용을 따져보니 약 50여억 원이 된다. 이런 광고는 가수 김장훈과 같은 많은 사람들의 후원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음식문화 홍보

3년전에 무한도전 멤버들과 함께 작업한 적이 있다. 뉴욕에서 펼쳐진 '무한도전' 식객편이 기억나실 것이다. 그때 처음으로 뉴욕타임스에 비빔밥 광고를 전면에 게재했다.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한식 중 무엇을 소재로 한국을 알릴 것인가를 고민했다. 유럽여행 때 서양인들이 나에게 중국인이냐 일본인이냐고 물었을 때 자존심이 굉장히 상하면서도 한편으로 그들이 중국인과 일본인을 어떻게 구분하는지가 궁금했다. 그때부터 세계적인 관광지에 가면 관광객들에게 중국인과 일본인을 어떤 방식으로 구분하느냐를 물어봤다. 거기에서 한 가지 공통점을 발견했다. 그게 바로 어렸을 때 음식문화를 통해서 알게 됐다는 것이다. 많은 외국인들이 현지에 있는 차이나타운을 통해 중국의 문화를 간접적으로 이해하고 있었다. 일본도 마찬가지였다.

그 나라에서 가장 근거리에서 한국을 접할 최고의 콘텐츠는 바로 음식임을 깨달았다. 또 요즘 세계적인 트랜드가 웰빙이다. 그래서 서양인들의 눈에 웰빙푸드로 인식되는 비빔밥을 뉴욕타임스에 전면광고로 게재하게 됐다. 뉴욕타임스 150년의 역사상 한 나라의 대표되는 음식브랜드를 가지고 전면광고를 낸 것은 처음 있는 일이었다. 광고후 인터넷에서도 비빔밥 영문단어가 검색어로 자주 등장했다.

그때 느꼈던 것은 다른 나라에서 시도하지 않은 우리들만의 창의적인 방법으로 도전하니 세계적인 여론몰이도 가능하다는 자신감을 가지게 된 것이다. 하지만 하나의 브랜드를 가지고 지속적으로 그 자리를 지키기 위해서는 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 연속성이다. 1년 뒤 다시 무한도전 멤버들과 함께 세계인이 가장 많이 모인다는 뉴욕 타임스퀘어에 세계에서 가장 큰 전광판에 비빔밥 영상광고를 올렸다. 이 역시 타임스퀘어 역사상 처음있는 일이었다.

광고가 나간 후 외국인들에게 반응을 살폈다. 이 광고를 보고 한 유럽 쉐프가 서양인들은 날계란을 거의 먹지 않는다고 말해줬다. 조사해봤더니 맞는 말이었다. 우리나라의 훌륭한 전통방식이라고 하더라도 그들이 먹지 않는 것을 우리가 강요할 필요는 없다. 비빔밥이 정말 전세계에 많이 알려진다해도 소를 숭배하는 나라 인도에 가서 육회비빔밥을 내놓아서는 안된다. 두 번째 광고부터는 바로 날계란을 달걀 푸라이로 바꿨다. 우리 한식을 전세계에 소개할 때 가장 우선시 돼야 할 것이 바로 그 나라의 음식문화를 먼저 이해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역시 문화는 쌍방향 커뮤니케이션이 돼야 진정으로 세계문화와 함께 우리문화도 어울릴 수 있다라는 것을 크게 느낄 수 있었다.

한글과 한국어 홍보

약 10년전만 하더라도 세계적인 유명 미술관 박물관에서는 한국어서비스가 지원이 안됐다. 영어, 일본어, 중국어, 프랑스어, 이태리어, 스페인어, 독일어 등 7국 언어는 늘 세트메뉴로 꽂혀있었는데 한국어 서비스만 외면을 당하고 있었다.

대학원시절에 1년 휴학을 하고 세계문화의 집산지라고 하는 뉴욕에 간적이 있다. 한번은 세계 3대 미술관의 하나인 뉴욕 매트로폴리탄 미술관에 가게 됐는데 거기에서도 한국어서비스가 안되어 있었다. 그날 집에 돌아오면서 참 복잡다단한 생각이 들었다. '우리나라 정부와 기업이 이런 곳에 후원해 자국어 서비스를 비치하면 외국인들한테 우리 한글과 한국어를 널리 홍보할 수 있고, 자국민들한테 자긍심을 줄 수 있을텐데 왜 후원을 하지 않는걸까? 나라도 한 번 알아나 보자'고 해서 바로 매트로폴리탄에 전화를 걸었다. 하지만 기대했던 담당자와의 만남은 이뤄지지 않았다. 몇 번의 우여곡절 끝에 3개월만에 담당자를 만나게 됐다. 만나서 자초지종을 물었다.

그들은 "다른 나라에서는 정부관계자나 기업인이 돈을 후원해 자국서비스를 해달라고 한 적은 있지만 일개 국민이 찾아와서 자국어서비스를 해달라고 한 일은 처음 있는 일이다"며 놀라워했다. 30만불이나 넘는 큰 돈이 드는 일이라 나도 순간 당황했다. 그러다가 배짱으로 그들에게 "그럼 돈이 얼마 들어갈지 모르겠지만 계약서를 써주면 한국에 건너가서 정부와 기업의 후원을 받아오겠다"고 자신있게 말했다. 하지만 그들은 나를 믿지 못하겠다며 계약서를 써주지 않았다. 며칠후에야 전화가 와서 계약서에 사인하자고 했다. 그래서 나는 계약 기한이 6개월인 계약서에 사인하고 바로 한국으로 돌아왔다.

그때부터 몇 개월간 정부와 큰 기업들 등 200여 곳을 돌아다니며 후원을 받으려 했지만 누구도 응하지 않았다. 기한이 다가와 마음을 조이고 있는데 한 기관에서 후원에 응해 계약기간 며칠을 앞두고 후원을 성사시켰다. 그후 1년 6개월이란 시간이 걸려서 뉴욕 매트로폴리탄 미술관에 처음으로 한국어서비스를 유치하게 됐다. 그 이후부터는 세계적인 박물관 미술관 뿐만 아니라 세계적인 관광지에로 확대해 나가고 있다.

한 일개 청년이 '세계화'라는 단어가 궁금해서 유럽배낭여행에 몸을 실었을 때 '세계화'는 이 世界化였다. 化자는 될 화자다. 그때 당시 '세계화'는 말 그대로 세계가 하나로 힘을 모으자는 것이 세계화의 주류였다. 그런데 10년 뒤 2000년대 초반에는 이 世界化가 이 世界和로 바뀌어가기 시작했다. 和가 화합할 화자다. 이젠 세계가 하나로 힘을 모으는 것보다 세계가 진정으로 화합해 나가는 방향으로 점차 업그레이드 되기 시작한다는 것이다. 쉽게 말하면 전자는 일방통행이라면 후자는 쌍방향 커뮤니케이션이다. 이젠 두 나라가 동반성장을 모색하는 시기다.

한국 홍보를 위한 세가지 준비

이런 글로벌시대에 우리가 대한민국을 조금이라도 더 빛내기 위해서 앞으로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가를 세가지로 정리해 봤다.

첫 번째는 글로벌 에티켓을 잘 지켜야 된다는 것이다. 4년전 유럽 한 유스호스텔에 묵은 적이 있다. 아침에 식당에 내려갔는데 빵을 담아 놓은 접시 옆에 영어도 아니고 한글로 '싸가지 마세요'라고 써 있었다. 매니저의 말에 의하면 한국사람들은 식사하고 나갈 때 빵을 너무 많이 싸가지고 간다는 것이다. 이래서 되겠는가? 서로의 문화를 존중해 줄줄 아는 것이 정말 중요하다.

두 번째는 창의적인 사고를 가져야 한다. 제가 강의 중에 제일 강조한 단어가 두 가지가 있었다. 그 첫번째 단어가 바로 처음이라는 단어였다. 뉴욕타임스에 처음으로, 월 스트리저널에 처음으로… 이 일을 처음으로 했다고 해서 자랑하는 것이 아니다. 바로 이 창의성을 강조하기 위해서였다.

세 번째는 미친 실행력을 가져야 한다. 아무리 많은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머릿속에 갖고 있더라도 이걸 행동에 옮겨야 된다. 바로 가장 중요한 것이 도전정신이라는 것이다. 제가 두 번째로 강조한 단어가 '바로'이다. 생각이 있으면 바로 행동에 옮겨버려야 한다. 제가 매트로폴리탄을 예를 들었던 것처럼, 만약 '우리나라가 왜 이러냐' 하면서 가만히 있었다면 매트로폴리탄에 한국어서비스를 유치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럼 나라도 한번 알아는 볼까하면서 전화 한 통을 걸었기 때문에 1년 6개월 뒤에 한국어서비스를 만들어낼 수 있었던 가장 큰 요인이었다. 행동에 옮겨야 세상을 바꿔나갈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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