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 따라 밑반찬을 자주 바꾸어 줍니다"
가격 비해 정갈한 상차림
손님들 입맛 사로잡아

▲ 목화식당 간판.
▲ 백반 상차림.
대나무로 이름난 담양. 한 번쯤 들를 법한 죽녹원에서 대숲이 전해주는 맑은 향을 느낄 수 있다. 이곳에서 바닥에 깔린 댓잎을 밟으며 가을의 정취를 한껏 만끽하는 것도 묘미 중의 묘미다.

죽녹원에 이어 수령 300년이 넘는 고목들로 조성된 관방제림의 풍광을 감상한 후 메타세콰이어 가로수길를 걷다보니 뱃속이 점심시간임을 알려준다.

미리 소개받은 가정식 백반전문점인 목화식당에 도착해 주변을 살펴보니 영산강 상류지역인 벽진강과 저 멀리 삼인산이 보인다. 입구에 들어서자 나이 지긋한 노 부부가 음식 장만에 여념이 없었다. 바깥 주인인 김준명(71·법명 인관) 씨가 먼저 인사를 건넸다.

"외지분들은 허술한 가게를 보고 들어올까 말까를 망설입니다. 그러다 음식을 드시고 나면 흡족해 합니다. 가격에 비해 음식이 맛있다는 말을 하죠. 5천원을 받다 지난해 봄부터 6천원을 받고 있습니다. 천원을 올릴 때도 손님들의 눈치를 봤어요."

이 말 속에서 그의 마음씀을 알 수 있다. 단골 손님들의 대부분이 군청, 경찰서, 은행, 공단 등지에서 근무하는 관계로 물가상승에 민감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밑반찬이 허술하지 않다. 특히 아침, 점심 식사예약을 고수하는 것도 손님들을 위한 배려 차원이다. 김인성(71·법명 교진)대표의 정감어린 말을 듣다보면 이 뜻을 이내 이해하게 된다.
▲ 김인성 대표(왼쪽)와 그의 남편 김준명씨.
"재료가 좋아야 음식 맛이 좋습니다. 식재료를 정해 놓은 가게에서 구입하기 때문에 늘 싱싱합니다. 시장이 열리는 날을 제외하고는 오후2시30분이면 광주 각화동 농산물 공판장을 찾습니다. 공판장을 다녀 온 다음 남편과 함께 식재료를 다듬고 저온 창고에 보관하기도 합니다. 외지에서 오는 식재료는 법성포 굴비와 군산지역 물외장아찌, 여수 굴 등입니다. 비싸든 싸든 손님들의 입맛을 고려해 계절따라 반찬을 바꾸어 주죠"

이 대표는 담양군으로부터 착한 가격 모범업소로 지정된 것에 대해 보람을 느낀다. 비록 나물, 야채, 생선 위주의 반찬, 따뜻한 밥 한 그릇 일지라도 정이 듬뿍 담겨 있다고 자부한다. 오전6시30분부터 9시까지 진행되는 아침식사 때는 현장 일꾼들의 식사량을 짐작하여 대접으로 밥을 퍼주는 경우도 있다. 간혹 관광객이 찾는 경우도 있으나 밥 대접은 언제나 융숭하다. 이것은 목화식당의 상호가 말해주듯 티가 안 붙은 목화의 깨끗한 이미지와 연결된다. 점심시간은 정오부터 오후 2시까지.

"군청 관광과에서는 저희 집을 소개해 주는 경우가 많아 소홀히 할 수 없어요. 술과 담배를 팔지 않지만 직접 반찬을 만들기에 정성이 더 들어갑니다. 부모와 같이 온 7세 이하 어린이들에게는 밥값을 받지 않아요. 정말 복이 많은 분들이 저희집에서 식사를 한다고 생각합니다. 설날과 추석을 제외하고는 식당을 열고 있는데 아직까지 손님들로부터 맛과 가격에 대해 불평을 들은 적은 없습니다."

이 대표의 자신감은 손님들과의 신뢰형성에도 일조를 했다. 50세부터 시작한 장사는햇수로 20여 년이지만 그의 손맛은 변함이 없다. 잠시 후 백반 한상이 거나하게 차려졌다. 자반 고등어, 법성포 굴비, 목이버섯, 도라지, 달래, 물김치, 김, 계란말이, 소고기 장조림, 나나스키, 소고기 고추장 볶음, 시금치, 우엉조림, 숙주나물, 죽순 청국장이 눈을 즐겁게 했다.

"이 상차림은 어머니로부터 알게 모르게 물려 받은 솜씨입니다. 식재료들은 전부 국산을 사용하는 것을 원칙으로 삼고 있습니다. 청국장도 이틀에 한 번씩 기계에 띄워 사용합니다. 그러다 보니 손님들이 담양에 와서 기억에 남는 음식이라며 사진도 찍고 블로그에 올린다는 소식을 듣습니다."
▲ 물김치.
반찬 중 물김치를 한 모금 드니 시원한 맛이 입안을 감돌았다. 이 대표는 붉은 빛을 내는 물김치에 사용된 재료에 대해 질문을 던지기도 했다. 비트, 맨드라미, 백년초 열매 등을 말했으나 나중 배추 사이 사이에 순무를 넣어 붉은 빛을 냈다는 것을 알게 됐다. 물김치는 작은 유리그릇에 국자로 필요한 양 만큼 들수 있도록 한 센스가 돋보였다. 시선을 사로잡은 또 다른 한 가지는 죽순 청국장이었다.

"죽순은 5월 말에서 6월 초순에 나온 것 중 제일 좋은 것을 사용합니다. 반찬으로 나올 때는 돈을 받지 않고 초장에 한 접시 무쳐 줍니다. 청국장에 들어가는 것은 1년 사용할 것을 삶아서 냉동실에 보관하죠. 식재료로 쓸 때는 다시 삶아 손으로 찢습니다. "

이 대표가 우엉을 반찬으로 내놓은 것도 손님들에게 섬유소를 보충시키려는 측면이 있다. 가을에는 우엉 속에 심이 안 들어 있기에 먹기도 좋다. 이 대표의 식재료에 대한 세심한 배려는 손님들을 감동시킨다.

"4인 기준으로 10상만 예약이 차면 더 이상 손님을 받지 않습니다. 예약을 하지 않으면 식사를 하지 못한다는 것은 이미 정평이 나 있습니다. 자리가 없어서 돌아가는 손님들도 하루에 20∼30명은 족히 됩니다. 손님에 욕심을 내지 않습니다. 그러니 손님들도 편하고 저희들고 부담스럽지 않아요. 손님들이 흡족하게 식사를 하고 가는 것이 저희들에게는 보람입니다."

식사를 마치자 바깥 주인이 한 마디 던졌다. 폐업할 때까지 6천원을 고수하겠다는 것이다. 그의 얼굴을 쳐다보니 환했다.
◆ 죽순 청국장 레시피

구수하고 깔끔한 죽순 청국장 만드는데도 순서가 있기 마련이다.

1. 재료 및 분량

▷재료: 청국장 3큰술, 재래된장 1큰술, 채소류 각 10그램, 묵은김치 20그램, 죽순 20그램, 만든 양념 약간.
▷야채재료: 무, 감자, 청양고추, 양파, 파, 호박,

2. 만드는 법

① 청국장과 재래된장을 푼다.
② 묵은김치, 돼지고기 약간, 어슷 썰기한 무, 감자, 죽순을 넣는다.
③ 쌀뜨물을 붓는다
④ 끓기 시작하면 양파, 청양고추를 넣는다.
⑤ 멸치와 다시마로 만들어 놓은 조미료를 친다.
⑥ 두부, 호박, 파를 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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