諸佛諸聖의 心印 2

두 팔을 짝 벌리고 서 있는 사람의 정면 모양을 본 뜬 '大'(큰 대)라는 글자로만 볼지라도 사람은 큰 존재라는 점을 강조한 것임에 틀림이 없다. 게다가 '대(大)'의 위에 '일(一)'을 붙이거나 또는 아래에 '일(一)'을 붙이면 각각 '天'(하늘 천)과 '立'(설 립)이 되어 사람의 위는 '하늘'이요 그 아래는 '땅'이라는 뜻이다.

그래서 큰 것은 일단 '사람'인데 사람의 위로는 하늘이 큰 것이요, 사람의 아래로는 땅이 큰 것이라는 뜻이 은근히 담겨져 있는 글자들이다. 그렇다면 하늘과 땅 그리고 사람 중에 어느 것이 가장 큰 것이란 말인가?

하늘은 사람을 비롯하여 모든 만물을 덮고 있는 뚜껑과도 같은 가장 큰 존재이기 때문에 '천대(天大)'라 하고, 땅은 만물을 다 싣고 있는 그릇과도 같은 존재이기 때문에 '지광(地廣)'이라 말할 수 있다. 그래서 '천대지광(天大地廣)'을 합쳐 이 세상에서 가장 크고도 넓은 것을 일컬어 '광대(廣大)'하다고 말한 것이다.

그런데 이처럼 천지가 '광대'하다는 뜻을 알아차릴 수 있는 존재는 바로 인간뿐이라는 점을 이미 부처는 이 땅에 태어났을 그 당시부터 이 같은 참다운 이치를 고통스런 바다에서 허덕이는 중생들에게 미리 보여 주신 바 있었다.

즉 아기 싯달타가 룸비니 동산에 예정된 부처의 화신으로 강림하셨을 때에 이미 동서남북 사방으로 일곱 걸음을 걸으며 두 손을 번쩍 들고 크게 외치기를 "천상천하에 오직 내 스스로 홀로 높다 (天上天下 唯我獨尊)"는 말씀은 무엇을 뜻하는 말인가?

사람만이 천자와 같은 광대무변한 세상을 인식할 수 있기 때문에 이미 자신이 부친 정반왕과의 인연을 빌어 이 땅에 나온 뜻은 다름 아니라, 우리 중생들에게 광대하고도 원만한 큰 진리를 말해 주고자 나타났다는 자신의 사명을 널리 드러낸 말일 따름이다. 그도 그럴 것이 사람의 정면 모양을 그린 '대(大)'에 가늠하다는 뜻을 지닌 '공(工)'을 살짝 눕혀 붙이면 '央'(가운데 앙)이 된다. 즉 개개인이 서 있는 이 자리가 바로 이 세상 이 우주의 가운데라는 뜻이다.

두 팔을 쫙 벌린 한 쪽을 '왼쪽'이라 치면 그 상대되는 쪽은 '오른쪽'이요, 가슴이 향한 쪽을 '앞'이라 치면 등진 쪽을 '뒤'가 되며 머리 위를 '위'라 치면 발밑 아래는 '아래'가 되니 분명코 내가 서 있는 이 자리가 세상과 우주의 중심이 아닐 수 없다.

그런데 그 중심에서도 더 들어간 중심은 무엇인가? 바로 마음인 것이다. 그렇기로 "나는 천상천하에 오직 하나밖에 없는 홀로 높은 존재다"고 말할 수 있고, 그 중에서도 "일체가 오직 마음에서 이뤄지는 것이다 (一切唯心造)"라는 어김없는 진리를 최후로 설파하시어 탄생 처음과 최후 열반을 수미상응으로 마무리 하신 것이다.

<문역연구회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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