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평등 주장하는 교리정신이다"

▲ 송인걸 교무 / 서울교구 도봉교당
"세계에서 공도자 숭배를 극진히 하면 세계를 위하는 공도자가 많이 날 것이요, 국가에서 공도자 숭배를 극진히 하면 국가를 위하는 공도자가 많이 날 것이요, 사회나 종교계에서 공도자 숭배를 극진히 하면 사회나 종교를 위하는 공도자가 많이 날 것이니, 우리는 세계나 국가나 사회나 교단을 위하여 여러 방면으로 공헌한 사람들을 그 공적에 따라 자녀가 부모에게 하는 도리로써 숭배하자는 것이며, 우리 각자도 그 공도 정신을 체받아서 공도를 위하여 활동하자는 것이니라."

이는 〈원불교 교전〉 제1부 〈정전(正典)〉 제2 교의편(敎義編) 제3장 사요(四要) 제4절 공도자숭배(公道者崇拜)의 강령입니다.

세계 공도자 포상 '노벨상'

오늘날 세계는 가장 권위가 있는 '노벨상'이 있어서 세계를 위해 여러 분야에서 일한 공도자들을 숭배해주니 퍽 다행입니다. 노벨상은 스웨덴의 화학자이자 발명가인 노벨(1833~1896)의 유언에 따라 인류 복지에 공헌한 사람이나 단체에 주는 국제적인 상입니다. 시상식은 1901년 이래 해마다 노벨의 기일(忌日, 열반일)인 12월10일에 거행됩니다. 물리학, 화학, 생리학 및 의학, 문학, 평화 등 5개 분야였는데 1969년에 경제학상이 추가되었습니다. 이처럼 노벨상을 마련한 노벨이야말로 참으로 높고 귀하신 공도자가 아닐 수 없습니다.

또한 저는 전기를 발견한 에디슨이 세계 역사를 통틀어 최고의 공도자라 생각합니다. 인류의 삶에 가장 큰 유익을 가져다준 위대한 발명가이기 때문입니다. 물론 위대한 종교의 창시자로 우리 인류에게 불멸의 정신적 유산을 남기신 석가모니불이나, 공자, 예수 등 성인들이야 다시 말해서 무엇 하겠는지요?

애국자 보훈의 도 다해야

이 나라 대한민국도 광복과 조국수호에 몸바친 애국애족의 선열들과 호국장병 및 그 유가족들에게 보훈의 도를 다하고 있습니다. 물론 반만년 유구한 역사를 통하여 국민의 존경을 받는 인물은 국조 단군을 위시하여 그 수가 많지마는 세종대왕과 충무공 이순신 장군이 가장 존경을 받고 있습니다. 이 분들이 바로 이 나라 대한민국의 공도자이기 때문입니다.

교단 공도자 영원히 기려야

오늘날 우리 원불교 교단이 개교 97년의 그리 길지 않은 역사에 평지조산(平地造山)의 교화발전을 이루게 된 것은 새 주세불(主世佛)이신 원각성존(圓覺聖尊) 소태산대종사와 정산종사를 비롯한 구인선진(九人先進)님과 새 회상 창립을 위해 무아봉공(無我奉公)한 재가 출가 선진제위(先進諸位), 즉 무수한 공도자들의 헌신적인 노력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중앙총부는 물론 국내외 각 기관 교당마다의 오늘이 있기까지에는 그 요소요소에 반드시 공익(公益)과 대중(大衆)을 위해 정신·육신·물질 삼방면으로 자신을 아낌없이 불태운 공도자들의 혈심혈성(血心血誠)이 스며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소태산대종사께서는 "대중을 위하여 공도에 헌신한 사람은 그 노력한 공적에 따라 노쇠하면 봉양하고 열반 후에는 상주(喪主)가 되어 상장(喪葬)을 부담하며, 영상과 역사를 보관하여 길이 기념할 것이니라"고 〈정전〉 공도자숭배의 조목에 밝혀 주셨습니다.

이에 교단은 중앙총부와 영산성지에 영모전(永慕殿)을 두어 대종사를 비롯 선진제위의 위패를 모시고 길이 숭모(崇慕)의 예를 다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교단 역사가 흘러 규모가 커지고 구성원들이 많아지면서 창립기 선진들의 수고와 공덕을 잊어버리는 어리석음을 범하지 않을까 우려됩니다. 각 기관 교당 교당이 창립의 주역인 공도자를 길이 숭배하기 위해서는 기관 교당 마다에 그 기관 교당 공도자의 역사와 영상을 보관하여야 할 것이며, 공덕을 기리는 작은 표석이라도 도량에 세웠으면 좋겠습니다.

충남 논산 벌곡에 자리한 삼동원에는 삼동원 건설에 중추적인 역할을 한 관산 조대진(貫山 趙大震) 대호법의 공덕을 기리는 패를, 삼동원 입구 간판석에 함께 새겨놓고 있어 우리 교단의 공도자 숭배 정신의 앙양에 좋은 사례가 될 것으로 생각됩니다.

공도 헌신의 가치 더욱더 드러나

앞으로는 사회나 교단이나 국가나 세계나 간에 사회나 교단이나 국가나 세계를 위한 공도 헌신자가 무수히 배출되리라 믿습니다. 인지(人智)가 점점 열림에 따라 우리 인생이 자기 자신의 조그만 이익과 한 가정, 한 가족만의 행복을 위해 살지 않고 여러 대중의 행복과 공익을 위해 사는 삶이 얼마나 그 가치가 다른지를 인지하고 체득하는 사람들이 넘쳐나리라 봅니다.

과거에는 공도사업의 결함 조목이 많았습니다. 소태산대종사께서 〈정전〉에 밝혀주신 바에 따르면 생활의 강령이요 공익의 기초인 사·농·공·상의 전문 교육이 적었음이요, 사·농·공·상의 시설 기관이 적었음이요, 종교의 교리와 제도가 대중적이 되지 못하였음이요, 정부나 사회에서 공도자의 표창이 적었음이요, 타인을 해하여서까지 자기를 유익하게 하려는 마음과 또는 원·근·친·소에 끌리는 마음이 심하였음이요, 견문과 상식이 적었음이요, 가정에 헌신하여 가정적으로 숭배함을 받는 것과 공도에 헌신하여 공중적으로 숭배함을 받는 것이 무엇인지 아는 사람이 적었음입니다.

소태산 대종사께서는 오늘날 공도사업의 결함 조목이 차차 없어지는 기회를 만난 사람들이 가정 사업과 공도 사업을 구분하여 같은 사업이면 자타의 국한을 벗어나 공도사업을 할 것이라고 예견하셨습니다.

원불교 교리 형성 과정에서 '공도자 숭배'는 원래 '공도 헌신자 이부사지(以父事之)'였습니다. 우리 사람들이 자신을 낳고 길러주신 아버지를 극진히 모시고 받들듯이 사회나 국가, 세계, 교단을 위해 헌신한 공도자들을 자신의 아버지처럼 모시고 존경하고 받들자는 교리입니다.

사요는 평등사회를 지향하는 교리입니다. 공도자 숭배는 바로 평등 중에서도 생활평등을 지향하는 교리정신입니다. 우리가 공도자 숭배를 많이 하여 무수한 공도자가 나온다면 공중의 자산과 시설이 확충되어 모든 생민(生民)이 그 은택을 입어 생활의 빈부격차가 좁혀지고 다 같이 잘사는 평등사회가 될 것입니다.

또한 우리 모두가 다 같이 불보살 즉 공도자들이 될 수 있도록 우리 각자도 그 공도 정신을 체 받아서 공도를 위하여 활동하자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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