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왜 협동조합에 주목하나
저축조합 정신 계승 발전
협동조합 교화방향 모색

올해는 UN이 정한 '세계협동조합의 해'로 국내에서는 '협동조합법'의 시행을 눈앞에 두고 있다.
이에 본지에서는 '협동조합으로 교화하라'는 주제로 1주는 협동조합의 현황과 사례, 2주는 국내 협동조합 운영실태, 4주는 교단 협동조합의 운영실태에 대해 살펴보았다.

신자유주의로 인한 시장 위기 극복 대안으로 최근 협동조합이 주목받고 있다. 국내에서도 내달 1일 협동조합기본법이 시행됨에 따라 협동조합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종교계도 예외는 아니다.

최근 기독교에서도 '협동조합과 교회'라는 주제로 심포지엄을 개최하며 협동조합에 대한 관심을 보이고 있어 눈길을 끌었다. 협동조합이 추구하는 공동체 정신과 나눔의 가치가 종교정신에 부합되기 때문이다.

생활종교를 표방하고 낙원세상(낙원공동체)을 지향하는 교단도 이러한 시대의 흐름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현재 교단을 살펴보면 협동금융기관인 원광중앙신협과 원광새마을금고를 운영하고 있다. 소비자생활협동조합(생협) 형식으로 서울교구 봉공회에서 운영하는 한울안생활협동조합(한울안생협)과 여성회에서 운영하는 문향재가 있다.

교단 협동조합의 역사는 원기2년(1917) 소태산대종사와 구인제자들이 함께 설립한 '저축조합'설립으로 거슬러 올라가게 된다. 당시 소태산대종사는 회상창립 준비로 저축조합을 설치하고 허례폐지·미신타파·금주단연·근검저축·공동출역 등 새생활운동을 펼쳤다. 그 결과 원불교 창립 기금이 마련되고, 영육쌍전·이사병행 정신의 실천으로 생활종교로 발전하는 데 밑거름이 됐다. 이것이 오늘날 신용협동조합과 새마을금고의 연원이며 교단 초기 협동조합의 시초라고 할 수 있다.

저축조합 정신을 계승 발전시키며 교단내 협동조합은 어려움 속에서도 건전한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원기57년(1972) 원불교 상조조합(원광중앙신협 전신) 창립을 시작으로 문을 연 원광중앙신협은 우여곡절도 많았지만 꾸준히 성장해 현재 자산 635억원 조합원 7,771명(2011)규모로 발전해 지역사회에 일익을 담당하고 있다.

원광새마을금고는 원기63년(1979) 12월 설립된 이래 교단의 근검·절약·저축 정신을 계승 발전시키며 익산에 두 개의 분점을 개설하고 안정적인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최근에는 경영평가 1등급으로 최우수등급을 유지하며 10% 수준에 그치고 있는 시중 은행들의 BIS자기자본비율보다 월등한 17.19%(6월말 기준)를 기록하고 있다. 장학금지원, 원광문화원 개원, 지역봉사활동, 다문화지원 사업 등 사회환원사업도 활발히 진행하고 있다.

한울한생협은 조합원간 신뢰와 협동을 바탕으로 생명존중 정신을 확산하고 조합원의 삶의 질을 향상시켜 보다 은혜로운 사회를 만들자는 취지로 원기77년(1992)에 창립됐다. 현재 서울 흑석동과 대방동에 지점을 개설하고 원불교 교도 중심에서 대중화를 향해 박차를 가하고 있다. 소비자에게 값 싸고 안전한 먹거리와 물품을 제공하며 원불교를 알리는 간접교화의 역할을 하고 있다.

원기89년(2004) 서울 종로구 화동에 문을 연 문향재는 여성의 경제활동지원과 안정적인 한울안운동 기금마련에 일조하고 있다. 문향재에서 판매하는 전통차를 비롯한 모든 제품들은 산지에서 직거래로 구매한 청정한 우리 농산물을 여성회원들이 정성들여 만든 최고급 유기농 제품이다. 제품의 수확과 생산, 품질관리는 한울안운동의 뜻에 동참하는 원불교 여성회원들의 순수한 자원활동으로 이뤄지고 있어 안심할 수 있다. 문향재는 환경운동가를 돕기 위한 김지하 시인의 묵란 전시회 등을 개최하며 문화공간으로도 활용되고 있다.

이처럼 교단의 협동조합의 역사가 90여년의 시간 속에 발전하여 왔지만 교단의 교법정신을 구현하고 사회에 확산시키는 역할은 아직 미미한 수준에 그치고 있다. 원불교가 추구하는 사은사상이 협동조합에서 구현이 되지 않고 조합원들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면 종교내의 협동조합은 그 의미를 잃게 되며 오히려 종교적 가치실현에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주목해야 하는 것은 협동조합이 경쟁보다는 협동을, 돈보다는 사람을 중심으로 삼는 공동체 정신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원불교의 인생의 요도와 연관된 가르침과 상통하는 부분이 많다.

이제 곧 시행될 협동조합기본법에 의하면 5인 이상 조합원을 모으면 누구나 금융보험업을 제외한 농업·육아·유통 등 다양한 협동조합을 만들 수 있다.

지금까지는 협동조합 관련법이 8개 개별법으로 쪼개져 있는데다 적게는 수십명에서 많게는 수백명까지 모아야 하는 등 어려움이 있었다. 하지만 이제 협동조합을 만들 수 있는 기준이 대폭 완화돼 신고만으로도 설립이 가능하게 됐다. 즉 한 개인이나 교당에서도 소자본으로 손쉽게 협동조합을 만들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러한 이점을 활용해 전교단적인 혹은 교당 자체적으로 협동조합을 설립해 교화에 활용하는 것도 십분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협동조합으로 교화를 함에 있어서 우리가 반드시 잊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 바로 원불교 교법정신에 바탕한 협동조합을 만들어가야 한다는 것이다. 교단 초기 저축조합이 원불교 발전에 밑거름이 됐듯이 저축조합정신을 다시 살려내야 하는 것이다.

이와 함께 협동조합을 이끌 수 있는 전문인재 양성과 조합원들에 대한 체계적인 교육도 필요함을 잊지 말아야 한다.

우리에게는 과거 서울 원광신협의 부도와 같은 아픈 기억이 있다. 이런 일이 되풀이 되지 않도록 운영의 투명성 건전성 등도 고려해야 한다. 이외에도 전문가들은 자금조달 방안 강구, 민주적 절차·운영·관리 보장, 지역사회에 대한 발전 기여 등도 필수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권고한다.

협동조합기법의 시행은 분명 교화성장의 기회라고 본다. 이 기회를 교화성장의 동력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재가 출가교도 모두가 협동조합을 통한 교법구현의 방법을 모색하는 노력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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