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종차별적 범죄 기승
외국인 혐오 한국도 남 말 아냐

호주에서 또 다시 한국인을 대상으로 한 무차별 폭행이 발생해 충격을 주고 있다.

25일 브리즈번의 고기공장 청소부로 일하고 있는 한국인 워킹홀리데이비자 소지자 조 모씨가 밤 늦게 귀가하는 중 백인 청년 2명에게 무차별 폭행을 당했다. 이미 9월에 멜버른 10월에 시드니에서 한국인에 대한 무차별 폭행이 발생한 사례가 있어 백호주의가 팽배해 있는 호주에서 인종차별적 공격이 확산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일고 있다.

조 씨를 공격한 이들은 휴대폰을 빌려 달아나려다 조 씨가 이를 저지하자 주먹과 둔기 등으로 조 씨의 머리 부분을 집중적으로 가격했으며, 순식간에 조 씨의 머리와 얼굴이 피투성이가 된 것으로 전해졌다.

문제는 인종차별적 인식이 일부 철 없는 청소년들이 아닌 호주사회 전반에 걸쳐 뿌리 내리고 있다는 점이다.

조 씨는 병원에서 치료를 받은 후 경찰에서 조사도 받았지만 호주 경찰은 사건 조사 과정에서 무성의한 태도로 일관했으며 심지어 "(위험한데) 왜 밤늦게 돌아다니느냐"고 핀잔을 주기도 했다고 한다.

이런 인종차별적 폭행에 대한 호주 경찰의 무성의한 대응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9월 멜버른에서 발생한 한국인 유학생 집단폭행 사건 당시 백인 청소년 10여 명이 가담해 피해자 장 씨가 손가락이 잘리는 중상을 입었음에도 1명을 구속기소하는 데 그쳐 축소수사 논란이 일기도 했다. 급기야 호주 경찰이 18일 피해자에게 사과까지 했지만 불과 일주일 만에 발생한 이번 사건에서도 또 다시 무성의한 태도를 보여 비난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이렇듯 호주에서 외국인에 대한 무차별 폭행이 확산되는 이유는 백호주의 정서와 최근 전 세계적으로 빠르게 번지고 있는 배타적 민족주의 또는 외국인 혐오현상 탓으로 보인다.
때문에 많은 나라들이 자국 내 외국인에 대한 혐오와 차별이 사회갈등으로 이어져 골머리를 앓고 있다.

한국 역시 예외는 아니다. 국내에서도 외국인에 대한 혐오 현상이 빠르게 확산되면서 제노포비아(xenophobia)현상에 대한 우려까지 일고 있다. 실제 포털사이트의 외국인과 관련 기사에는 외국인을 비하하는 댓글과 입에 담지 못할 욕설이 달리는 것도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다. 또 정부의 이주노동자정책과 다문화정책에 대해서도 비난하며 이들을 한국사회에서 배제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올해 4·11 총선을 통해 헌정사상 첫 이주민 출신 국회의원이 된 새누리당 이자스민(필리핀) 당선자에 대해 도를 넘는 사이버 공격이 이어져 논란이 일기도 했다. 당시 일부 누리꾼들은 "매매혼이 늘어날 것이다", "불법체류자가 판을 치게 됐다", "대한민국의 등골을 빼먹는 다문화의 실체가 드러났다"는 등 악의적 글을 올리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서울법학대학원 조국 교수는 트위터를 통해 "그의 정치적 입장과 자질에 대한 비판은 필요한 것이지만 인종차별주의는 안 된다"며 이성적 대응을 촉구했다.

최근 인터넷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인육괴담' 역시 그 이면에는 외국인에 대한 혐오가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제노포비아현상이란, 별다른 이유 없이 외국인을 혐오하는 현상을 말한다. 제노(Xeno)와 포비아(Phobia)의 합성어로 '낯선 것 혹은 이방인을 싫어한다'는 의미를 갖고 있다. 단지 자신과 다르다는 이유로 경계하고, 배척하며 자신을 보호하고 싶어 하는 의식 또는 지나친 열등감 때문에 나타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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