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가 생긴 이래로 강자와 약자의 출현을 피할 수가 없었다. 무수한 세월 속에 강자와 약자들은 끊임없이 대립 갈등의 악순환을 만들면서 흥망성쇠의 드라마를 펼쳐왔다.

힘을 추구하고 힘을 길러나가는 것은 인간으로서 당연한 욕망이고 권리이지만 그 힘을 도에 맞게 구하고, 그 힘을 세상에 선용하는 것이 인간의 의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많지 않다. 또한 강자와 약자의 만남에서'화합'이나'평화'라는 단어를 떠올리는 사람들도 많지 않다.

그런데 인도품 24장에서 "강자와 약자가 서로 마음을 화합하여 각각 그 도를 다 하면 이 세상은 영원한 평화를 이룬다 하시고, 그렇지 못하면 다 같이 재화를 입고 세상의 평화는 영원히 얻지 못한다"고 하셨다.

이어 25장에서는 사람의 존대를 받는 방법은 곧 내가 먼저 저 사람을 존대하며 위해 주는 것이니, 내가 그를 존대하고 위해 주면 그도 나를 존대하고 위해 준다는 평화의 방법론을 제시하셨다.

약육강식과 적자 생존의 관념에 싸여 개인이나 국가들이 힘만을 내세우고 극도의 이기주의에 휩싸여 있던 어두운 시대에, 대각 후 최초법어로서 해주신 '강자·약자의 진화(進化)상 요법'은 진리를 깨달으신 분으로서 새로운 세계를 내다보는 역사적 판단이며 새로운 시대를 향한 정확한 방향 제시였다.

강자와 약자가 서로 의지하고 바탕이 되는 상부상조의 은혜 관계임을 밝혀 주신 것은 강자에게도 약자에게도 희망의 메시지였다. 약자가 강자를 억압자·착취자로 간주하고 강자가 약자를 배신자·무식자로만 본다면 인류가 염원하는 세계평화와 사회발전은 기대하기 어려운 일이 될 것이다.

강자의 도와 약자의 도는 무엇일까? 강자의 도는 자리이타로서 약자의 능력과 역할을 최대로 보장해주고 발휘할 수 있도록 북돋아 주는 폭넓은 불공이다. 삶의 경험에서 부터 고도의 정보 지식에 이르기까지 약자에게 모자란 힘을 보태주어야 한다.

지혜있는 사람들이 현재의 강만 남용하고 있는 사람들의 장래를 볼 때는 마치 말라 들어가고 있는 물속에서 꼬리를 흔들며 놀고 있는 올챙이와 같다고 했다.

약자의 도는 남을 높이고 배우기를 좋아하며 특히 진리를 믿고 수행에 노력하며 어떠한 어려운 일이 있어도 강자의 자리에 이르기까지 노력하여 진보해 가는 것이다. 강자에 대한 반항이나 원망만으로는 약한 힘이 강해질 수 없다.

강자와 약자가 각각의 도를 다하면서 서로 인정하고 위해 줄 때 진정한 화합과 평화의 세상이 될 것이다.

<전 영산선학대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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