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법대로 하면 저절로 되어진다'
용심법으로 생활 속 실지 공부
시타원재단 법회권장분야 수상

함박눈이 내렸다. 담양으로의 두 번째 출장길, 낙엽 진 메타세콰이어 나무에도 함박눈이 내려앉았다. '있는 그대로' 서로를 존중하고 교감하는 모습이 더할 나위 없이 자연스러웠던 담양 수목길이 떠올랐다.

잘 자라준 나무들이 만들어 주는 깊고 아늑한 쉼의 길, 쉼의 숲을 찾았던 첫 번째 취재 길은 신록의 계절이었다. 그리고 그 숲길처럼, 모습 그대로 삶의 위안을 전해 줄 담양교당 정동주(58)교도회장을 만나러 가는 길엔 함박눈이 소복하게 내리고 있었다.

"원광대 한의대 초년시절, 단전호흡 수련에 매진하던 중 1년간 크게 앓았습니다. 극도로 쇠약해진 몸으로는 단전호흡 수련이 되지 않았어요. 전천후 수행법을 찾다가 원불교에 입교하게 됐습니다." 그는 그렇게 원기69년 1월, 도원교당에 스스로 찾아가 입교를 했다.

이후 그는 마음공부에 뜻을 두게 된다. 그리고 원기80년 수계농원 정전 마음공부를 접하게 되면서 살아있는 마음공부에 비로소 눈을 뜨게 됐다.

"내 마음이 원만구족하고 지공무사하다는 표본을 삼고 용심법(用心法)을 생활 중에 활용한 후로는 순간순간이 다 공부하는 시간이 됩니다. 일과 공부를 둘로 보지 않으니 든든한 가운데 여유가 있는 것이지요."

그는 일 잘하면 공부 잘되고, 공부 잘하면 일이 잘된다는 것을 철저히 믿게 됐다. 또한 용심법으로 생활 속에서 실지 공부를 하다 보니 공부가 쉽고 효과가 빠른 것을 깨닫게 됐다.

"용심법으로 공부를 하면서 특히 중요한 변화는 제 자신입니다. 큰 소리로 화내는 일이 눈에 띄게 줄었지요. 경계를 수용하게 되니 근심 걱정이 적어져, 생활이 즐겁고 긍정적인 삶의 자세가 되어갑니다."

그는 생활 속에서 경계 중에 용심법으로 공부한 내용을 빠짐없이 일기로 기재했다. 열한번의 수계농원 정전마음공부 요인훈련을 받으면서 심신작용 처리 건과 감각 감상을 적은 그의 일기는 책으로 발간 돼, 지금도 법연들의 공부 자료가 되고 있다.

오직 이 공부라야 큰 힘을 얻고 진급할 수 있겠다는 그의 신념은 철저했다. 경계 속에서 득력(일상수행의 요법 실천)을 얻는 공부를 체득하기 위해 황직평 원로교무를 모시고 마음공부로 교도들의 신심과 공부심을 진작시켰다. 그의 일심은 가족들과, 직원, 내원하는 환자들뿐만 아니라 기독교인, 비종교인까지 변화시켰다. 그렇게 그는 예전에 느끼지 못했던 행복을 실감했고, 가는 곳마다 낙원 아닌 곳이 없었다.

담양교당은 그의 공부법을 기반으로 매월 셋째 주 마음공부 법회를 진행하고 있다. 그는 신입교도나 생활 속에서 경계로 복잡한 교도들에게 배려 깊고 성실한 멘토가 되고 있다.

그는 공부법이 충만해지면서 동정간 삼학병진을 위한 계문준수는 물론 교법 실천으로 오롯한 신앙 수행을 정진하고 있다. 일일불선 일일불식(一日不禪 一日不食)의 마음으로 그는 새벽마다 좌선에 임한다. 낮에는 한의원에서 일심에 바탕한 환자부처님께 보은 노력하는 불공을 실천했다. 저녁은 염불과 일기로 일과를 점검하고 참회 반성으로 하루를 마무리 한다. 여가시간에는 어김없이 경전연마와 경전암송을 한다. 이렇게 새벽, 오전, 오후, 저녁까지 사시유념(四時有念)이 그의 생활 속 유념조항인 것이다.

"평범한 생활 속에서 평범한 신앙 수행을 간단없이 계속해야 하는 것이지요. 평범한 일을 쉬지 않고 하는 것이 바로 비범한 일입니다." 신앙수행의 생활화는 곧 동정간에 일심을 여의지 않는 공부이고, 이는 마음 챙기는 공부가 근본인 구방심(求放心)에 연원한다는 것을 그를 통해 깨닫게 된다. 그는 4일 시타원 교화재단 법회권장분야에서 수상했다. "공부길 알았으니 이제부터 시작입니다. 이 공부로 진리와 스승님과 법과 회상이 하나가 되어 더욱 겸허하게 나아가야지요."

그는 앞으로도 '평범한 신앙 수행을 쉬지 않고 간단없이 계속해나가겠다'는 다짐으로 소감을 대신 전했다. 교당 건립을 위해 2억원을 기탁한 그가 이번 수상 상금도 교당 건축기금으로 희사했다.

그에게 마음의 힘을 실어주는 법문은 무엇일까 궁금했다. 일상수행의 요법 1, 2, 3조다. "심지는 원래 요란함, 어리석음, 그름이 없건마는 경계를 따라 있어지나니, 그 요란함, 어리석음, 그름을 없게 하는 것으로써 자성의 정·혜·계를 세우자."

그가 들려준 마음 법문, 일상수행의 요법이 내 마음에 함박눈으로 소복히, 소복히 쌓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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