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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구조와 표면구조 2
심층구조와 표면구조 2
  • 이현성 교도
  • 승인 2012.12.14
  • 호수 16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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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현성 교도·영산선학대( 논 설 위 원 )
부자(父子) 사이의 대화는 계속 됐다. "아빠, 심층구조(Deep Structure)와 표면구조(surface structure)는 이해하겠는데요, 어떻게 촘스키 이론으로 기계번역이 가능해진 건가요?" 도천이의 질문이 이어졌다. "촘스키 언어학 이전의 구조주의 언어학의 문법가들은 사람들이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나는 자장면이야'라는 문장이 '내가 자장면이 될 수 없다'라는 이유로 비문법적인 문장이라고 보았고, 그런 비문법적인 문장들은 기계적으로 번역할 수 없다고 봤던 건데, 촘스키는 '나는 자장면이야'라고 쓰이는 문장의 심층구조에 '나는 자장면을 먹겠어'라는 의미가 존재한다고 상상(想像)한 거야.", "상상의 힘은 대단하네요.", "그럼, 인문학에서는 상상력이 중요해. 상상이 논리와 결합할 때는 연역적(演繹的) 분석이 되거든.", "아빠, 상당히 재미있어요." 고등학교 1학년에게는 어려운 이야기였지만 도천이는 흥미를 보였다. "도천아, 그런데 아빠는 사람이든, 단체든, 사회든, 국가든 모든 표면구조에는 그 나름의 심층구조가 존재한다고 봐. 심지어 도천이 너에게도 그리고 아빠에게도.", "저에게도요?", "그럼, 너는 기억할지 모르겠다. 네가 돌 지났을 무렵, 엄마는 교당에서 가는 익산성지순례에 널 데리고 참가했었지. 좌산상사님께서 종법사로 계실 때였는데, 널 안고 사진을 찍어 주셨단다.", "기억 안나요.", "그럼 이 때는 기억나니? 네가 다섯 살 무렵인가, 창경원의 어린이날 행사에서 경산종법사님께서 서울 교구장으로 계실 때, '아휴, 그림 같은 애기구나.' 하시면서 널 보시더니 품에 안고 사진 찍어 주셨어.", "그것도 기억 안나요.", "또 있다. 대산종사님께서 열반하시기 얼마 전, 돈암교당에서 상사원을 방문해서 노래 공양을 올렸는데, 네가 대산종사님 앞에서 시키지도 않은 춤을 추었지.", "그것도 기억이 안나요. 그런데 아빠, 그것하고 촘스키 얘기하고 무슨 상관이 있는 거죠?" 도천이는 표면구조, 심층구조 얘기를 하다가 갑자기 기억에도 없는 어릴 적 얘기를 꺼내니까 의아해 했다. "아빠는 세 분 성자를 다 만나 뵐 수 있었던 너의 심층구조가 어떨까 생각해 봤던 적이 있었다." 도천이는 말이 없었다.

나는 조금 화제를 바꿨다. "도천아 너는 인과(因果)를 믿니?", "아빠, 태어나서 죽고 윤회하는 거 말예요?", "물론 일원상서원문대로 '사생의 심신작용을 따라 육도로 변화를 하는 것'도 인과의 이치에 따라 그렇게 되는 거지만, 지금 우리 눈앞에 인과가 펼쳐지고 있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있냐는 거지.", "아빠, 저는 그렇게까지는 생각 안 해 봤어요.", "그래, 이제부터 아빠가 하는 말을 잘 듣고 앞으로 생각해 봐. 아빠는 우리 눈앞에 펼쳐지는 현상을 표면구조라고 할 때, 거기에는 반드시 심층구조에 해당하는 원인이 있다고 생각해. 어떤 사람이 아침에 출근하다가 자칫 실수로 정지 신호를 못보고 앞차를 추돌했다고 하자, 교통순경은 그 사람이 사고를 일으킨 것에만 주목을 하겠지만 마음을 공부하는 사람은 그 사고의 원인은 어떤 마음에서 일어났을까 분석할 줄 알아야 해.", "그냥 한 번 실수로 그렇게 일어날 수도 있잖아요.", "물론 표면구조만 보면 한 번의 실수였다고 생각하겠지만 자기만 아는 일기에는 뭔가가 적혀 있을 거야.", "그게 뭔데요?", "그 사람에게는 평소 교통신호를 가볍게 아는 습관이 있다든지, 운전하는 것에 집중하지 못할 어떤 불안한 마음 상태를 만들었다든지, 아니면 그날 집에서 기분 나쁜 일이 있었다든지 하는 것들이 그날 사고의 원인일 수 있을 거고, 그것이 그 사고의 심층구조를 이루고 있는 거라고 아빠는 보는 거야.", "그런데 아빠, 불안한 마음상태는 뭔가요?", "도천아 너도 평소 해야 할 것을 안했다든지, 안해야 할 것을 했을 경우는 마음이 어떠니?", "불안해지죠.", "그래, 불안할 뿐만 아니라 어두워지기도 하지. 그런 상태로 운전하면 사고가 일어날 가능성이 크겠지? 이 세상의 모든 현상이 결과로 나타났을 때에는 반드시 원인이 되는 심층구조가 존재하는 거고, 심층구조와 표면구조의 연결 고리에는 반드시 인과(因果, cause and effect)가 작용하는 거야. 그래서 인과는 조금도 틀림이 없는 것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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