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마트 영업시간 규제법 처리 무산
협약 당일 신규점포 등록, 기투자 점포 강행
영업제한, 골목상권 및 지역경제 활성화 기여
산업경제

▲ 경제민주화국민운동본부 안진걸 사무국장.
대형마트의 영업시간을 규제하는 관련법이 3일 국회 법사위에서 처리가 무산됐다. 법안처리가 지연되는 동안 대형마트와 골목상권 사이의 길고 지루한 싸움이 계속되고 있다. 안진걸 경제민주화국민운동본부 사무국장으로부터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 11월15일 유통업체 대표들이 모여 협의를 한 것이 있다.

지경부가 주관해서 유통재벌들의 대표격인 체인스토어협회가 왔었고, 일부 상인단체들이 사실상 속았다고 생각하는데 유통업체 대표들이 모여서 2015년까지 추가출점을 자제하겠다. 휴일날 쉬는 것이 의미가 큰데 평일날 두 번정도 자율적으로 쉬도록 노력하겠다는 내용이 오갔다.

많은 언론들이 마치 경제민주화 상생에 동참한 것처럼 보도를 했지만 실제적으로 국회에서는 이번에 무산된 유통법을 보면 한 달에 세 번 이하로 쉴 수 있게 하는 의무휴무법안과 등록은 좀 더 엄격하게 하는 법안, 현재는 영업시간을 밤12시부터 아침8시까지만 제한할 수 있는데 이것은 밤10부터 아침10시까지 제한할 수 있는 법안이 법사위에 발목이 잡혀 있다. 이미 법으로 경제민주화에 관련된 내용이 잘 준비되고 있는데 그것을 물타기하기 위해 일부 상인들을 꼬드겨서 그런 협의를 진행했다고 볼 수밖에 없다.

그리고 2015년까지 출점을 중단하겠다는 것도 아니고, 자제하겠다는 것인데 이미 투자를 진행하고 있는 점포는 제외하겠다고 일방적으로 선포를 한 것이다. 그런데 이미 투자를 진행하고 있던 점포가 전국에 30, 40개가 넘는다. 2015년까지 출점을 자제하겠다고 해놓고는 실제로는 기투자 점포에 대해서는 출점을 강행하는 것이기 때문에 전국에 있는 중소상인들은 앉아서 당하라는 말이나 다름없다. 꼼수도 이런 꼼수가 없다는 비난이 광범위하게 일고 있다.

- 지난달 15일 있었던 회의에서 "대형유통업체들은 신규매장을 열지 않겠다" 이렇게 약속을 하지 않았나.

그게 열지 않겠다는 것이 아니고, 2015년까지만 출점을 자제하겠다는 것이다. 기투자 점포가 전국에 몇 개나 있는지 모른다. 그 규모가 속속들이 밝혀지고 있다.

- 기투자 점포란.

조금이라도 투자를 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땅을 샀다거나, 건물 임대계약을 맺었다거나, 인테리어를 조금이라도 했다는 것이다.

- 그렇다면 기투자 점포는 빼고 앞으로 3년 동안은 출점을 자제하겠다는 얘긴가.

그렇게 일방적으로 선포를 한 것이다. 그런데 지식경제부마저도 기투자 점포에 대해 확실히 모른다는 것이 큰 문제다. 예를 들어 홈플러스 같은 경우 11월15일 오산지점을 등록한 것으로 밝혀졌고, 그 다음날 관악지점, 11월7일에 경주점, 마포구 합정동 홈플러스도 중소기업청 위치선정 공고가 있었는데 그것도 강행하겠다고 통보를 한 것이다. 홈플러스만 파악한 것만 해도 5~6개가 된다. 나머지 이마트나 롯데슈퍼나 GS까지 합하면 지경부 스스로도 모르는데 줄잡아 30, 40개가 되는 것으로 밝혀지고 있다. 그러면 3년 동안 자제하겠다는 것이 아무 의미가 없다. 왜냐하면 3년 동안 그 점포들을 모두 원래계획대로 출점시키는 것이다.

- 그렇다면 이미 투자한 점포들에 대해 대형유통업체들의 얘기는 공개하라는 요구에 대해 영업비밀이라고 한다는데.

심지어는 주관했던 지경부마저도 모르는 상태에서 기투자 점포는 제외하겠다고 일방적으로 선포했다.

- 지경부의 입장은.

지경부는 자기들이 경제민주화를 자율적으로 이끌어 낸 것처럼 한껏 뽐내다가 자율상생협약이 있었던 날부터 집중적으로 입점을 강행한 사실이 밝혀지니까 굉장히 당황하면서 기투자 점포가 얼마나 되는지 공개해보라고 하는데 유통기업이 이를 거부하고 있는 것이다.

지경부가 국회에서 통과될 예정이던 '유통산업 발전법'을 물타기 하기 위해 이상한 짓을 했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 홈플러스의 경우 출점자제를 합의한 날 새점포를 신청했는데 그렇다면 자율과 상생이라는 말의 진정성이 상당히 훼손됐다고 봐야하나.

출점자제를 합의한 날 오산점, 그 다음날 관악점, 그리고 가장 쟁점이 되고 있는 마포구 합정동은 이미 그곳에 홈플러스가 4개나 있다. 그럼에도 14,190㎡ 대규모 매장을 다섯 번째로 출점을 하겠다는 것인데 중소기업청에서 사업을 일시적으로 중단하라고 하는데 강행하겠다고 선포하고 경주점까지 밝혀졌다. 이것은 경제민주화에 동참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전국의 중소상인이나 재래시장을 파괴하겠다는 말이나 다름없기 때문에 지경부가 말한 자율과 상생이라는 것이 굉장히 허구적인 기만책이라는 것이 밝혀진 것이다.

국회에서 논의되고 있는 경제민주화법들이 통과될까봐 이분들이 나서서 논의를 중단시키기 위해서 먼저 꼼수를 부린 것이라고 본다.

이럴 때일수록 국회에서 경제민주화법안을 통과시켜야 하는데 새누리당이 이렇게 유통산업발전법을 무산시켜서 말로만 경제민주화를 하고 있다고 강력하게 비난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 법사위원회에서 통과되지는 못했는데 이 유통산업발전법의 여야간 쟁점은.

일단 이 법안은 지경위에서 여야 만장일치로 통과된 법안이다. 그걸 법사위에서 막고 있다는 것 자체가 도저히 이해가 안 되는 상황이다. 야당은 원래 한 달에 네 번까지 의무휴업을 해야 한다. 유럽 같은 경우에도 일요일은 다 쉰다. 일 하는 사람들도 쉬고, 에너지 과소비도 근절하고, 지역의 중소상인이나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쉬어야 한다는 논의도 있다.

그런데 우리는 전혀 그런 논의가 없다가 이제 겨우 한 달에 두 번 쉬고 있다. 그것도 재벌들이 소송을 내서 안착이 안 되고 있는 상태인데 원래 야당이나 시민단체들은 경제민주화를 하려면 4일은 쉬어야 한다고 했는데 새누리당이 반대해서 지경위에서 딱 3일로 된 것이다.

영업시간도 밤12시에서 아침8시까지인데 그것은 지역경제에 전혀 도움이 안 되고, 노동자들도 고통이 너무 크니까 밤10시부터 그 다음날 아침10시까지로 확대하자는 것이다.

방금 기투자 점포논란이 있었던 것처럼 등록제로 하고 있는데 사실상 신고제와 크게 다르지 않은 신고제로 하고 있는 상황에서 간단한 서류만 구비하면 다 등록을 해주고 있다. 야당과 시민단체들은 허가제로 하자고 했는데 허가제까지는 안 됐어도 강화된 등록제까지는 됐어야 했는데 새누리당이 그 모든 것에 반대를 걸고 있다.

한 달에 세 번도 많다. 영업시간 제한도 유통재벌들이 손해가 많다고 주장하니 영업제한을 12시로 해야 한다. 등록제를 강화하면 안 된다는 식이다. 그리고 직장인들이 10시부터 쉬면 힘들어진다고 하는데 물론 그런 측면이 일부 있다. 퇴근하고 와서 대형마트에 가려고 했는데 10시부터 닫혀있으면 좀 곤란한 분들이 있겠지만 생활의 패턴을 바꾸는 문제도 우리는 호소를 하고 있다.

10시 전에 오시는 분은 대형마트에 가더라도 10시 이후에는 동네 슈퍼라든지, 상점이나 재래시장을 이용함으로써 지역경제 활성화를 꾀하는 선순환구조를 만들어내는 체제이기 때문에 처음에는 조금 그런 문제들이 있다고 하더라도 서서히 자리잡아갈 수 있다고 본다. 그런데 그 모든 이유를 들어서(새누리당이) 법안제정을 반대하고 있다.

그렇다면 새누리당과 박근혜 후보가 모든 시장이라든지 도심에 걸어 놓은 '유통재벌들을 규제해서 중소상인들의 생존권을 보호하겠습니다'라는 현수막은 무슨 말이 되는 것인가.

- 지금 유통산업발전법에 대해 비판적 시각을 갖고 있는 사람들은 대형마트를 규제하면 그 효과가 전통시장이나 재래시장, 골목상권으로 가야하는데 그 효과가 이곳으로 가지 않게 되면 오히려 포퓰리즘 정책이 아니냐는 목소리도 있다.

서울시에서도 조사를 다 해봤다. 나중에 중소상인의 의견을 직접 들어보면 좋을 것 같은데 의무휴업을 하는 날을 보면 재래시장이나 동네상점가에 손님들이 눈에 띄게 늘어난다. 매출액이 이미 10~15% 증가한 것으로 조사결과도 나와 있다. 공적연구기관인 시정개발연구원에서도 조사결과 10%이상 늘어났고, 우리에게 연락을 주는 모든 중소상인들도 한결 같이 이야기 한다. 대형유통업체가 들어선 곳은 이미 어쩔 수 없지만 의무휴업이나 영업시간을 제한하니까 정말 매출이 늘어나더라. 그리고 유통재벌들에 근무하는 노동자들도 그 시간에 쉬니까 가족들과 시간도 같이 보내고 건강도 챙길 수 있고, 환경단체들도 다 찬성이다. 왜냐하면 이번 겨울에 대규모정전사태가 우려되고 있지 않나. 전국에 SSM만 1천 개고 대형마트만 500개인데, 그게 일요일마다 쉬기만 해도 어마어마한 전력의 낭비를 방지할 수 있다.

- 그런데 시골에서 신선한 채소를 재배하는 분들은 이 법안에 반대한다.

납품업체에 관련된 분들이 반대를 하는데 아무래도 일요일에 쉬게 되면 일요일의 판매분이 줄어든다는 우려 때문이다. 조금 전 얘기한 것처럼 이 법이 생기는 과정에서 일부 문제점도 있다. 우리도 인정을 하고 있다. 납품업체라든지 농수산물은 일요일에는 재래시장 동네상점 등 다른 판로로 조정되는 과정이라고 보고 있다.

자료제공/ 원음방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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