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류정도 교무 / 교정원 국제부
대종사님과 정산종사님 그리고 대산종사님은 우리 회상에 있어서 아주 특별하신 부처님들이라고 생각이 된다. 이 세분 중 한 분이신 대산종사님을 가까이에서 잠깐 뵈웠지만 아직도 내 마음 속에 소중한 추억으로 남아있다.

육중한 철부처

고향을 떠나 서울에서 공부 할 때 나는 성동교당 청년회를 다니게 됐다. 하루는 부교무님께서 어린이들과 함께 익산에 계시는 종법사님께 인사드리러 가자고 했다. 나는 흔쾌히 따라 나섰다. 어린이들과 함께 익산에 내려가는 동안 원불교에서 제일 높으신 종법사님을 뵙는다는 생각에 마음이 한없이 설렜다.

우리는 익산 영모묘원에서 대산종법사님께 인사드리는 시간을 가졌다. 대산종사님을 처음 뵈온 느낌은 마치 천근 만근이나 되는 것 같이 아주 육중한 철불(鐵佛)의 기운이 느껴졌다. 평소 부처님에 대한 나의 상상 속의 모습과는 다소 의외의 모습이었다.

어린이들은 대산종사님 앞에서 그동안 배운 한문을 함께 소리내어 외웠다. 어린이들이 발표가 끝나자 침묵으로 일관하시던 대산종사님께서 "자~ 다 함께 박수!"라고 말씀하시며 박수를 치시는 것이었다. 그 당시 육중한 철불로만 느껴졌던 대산종사님께서 말씀을 한다는 것이 놀랍기도 하고 신기했다.

우리는 인사를 드리고 차를 탔다. 대산종사님께서는 몸이 많이 불편하신지 시자의 부축을 받으시며 한 걸음 한 걸음 언덕으로 올라가셨다.

나는 우리 가는 것도 보시지 않고 들어가시는 대산종사님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조금은 서운한 마음이 들었다. 그래도 행여나 돌아보시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언덕으로 올라가시는 대산종사님의 뒷모습을 주시했다. 아니나다를까 우리 차가 막 떠나려는데 대산종사님이 걸음을 멈추고 우리를 향해 환하게 웃으시며 두 손을 흔들어 보이셨다.

나는 너무도 기뻐서 어린이들에게 "얘들아! 종법사님께서 우리들에게 손을 흔들어 보이신다"고 외치면서 힘차게 손을 흔들었다. 두 손을 높이 들어 흔드시며 환하게 웃는 자비로운 부처님의 모습이 지금도 눈앞에 선하다.

신심 북돋아 주고 안목 열어 줘

대학생 시절 나는 원불교에 심취했다. 서점에서 원불교 서적을 여러 권 사서 읽었다. 그때 우연하게 〈대산종사 법문 3집〉을 읽게 됐다. 나에게 큰 충격으로 다가왔다. 대양이 움직이는 듯한 웅장한 기운, 콸콸 쏟아지는 폭포수 같은 법설에 큰 감명을 받았다.

특히 과거·현재·미래 삼세의 모든 성현님들이 마치 바로 눈 앞에 펼쳐지고, 우리의 교법의 정수가 한 손안에 쥐어질 듯 했다. 나는 교당에서 대산종사 법문 테이프도 한 세트씩 빌려다 저녁이면 불을 끄고 정신을 고누고 들었다. 아침에 일어나면 마치 새로운 세계가 펼쳐지는 듯한 생각이 들었고 새로운 인생의 비전이 내 눈앞에 펼쳐졌다.

〈대산종사 법문 3집〉은 나로 하여금 많은 것을 느끼게 했다. 그 중 가장 큰 가르침은 숨어서 적공할 줄 알아야 한다는 것과 원중불이(圓中不二)사상이다. 우리가 일원상의 진리에 바탕하여 수행하되, 항상 판단과 취사는 중도주의를 떠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었다. 이 사상은 지금까지 나의 삶의 중심축 역할을 해왔다. 그리고 앞으로도 나의 영생을 깨우쳐주고 세상을 판단하고 이해하는 중요한 척도가 될 것이다.

나에게 새로운 신심을 북돋아주고 새롭게 교법을 바라보는 안목을 키워주신 대산종사님께 두고 두고 감사드리고 싶다. 대산종사님과 같은 큰 스승님을 눈으로 직접 보고 모시게 된 것 자체만으로도 큰 행운이고 행복으로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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