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불교 교주(?)가 될 뻔하다

원불교 군종장교로 임관한지 6년째가 지나고 있다. 지금도 군에서는 원불교에 대한 인식이 많이 부족하지만 최초 임관시기에 비하면 그래도 인식과 인지가 좋아지고 있는 편이다.

그중에서도 군에서 가장 당황스러워 하거나 다급한 것이 바로 호칭에 문제이다. 임관 초기 상부로부터 세미나 참석에 대한 공문이 하달됐다. 그곳에 이렇게 써 있었다. 참석자 '문정석 고모' 이모도 아니고 삼촌도 아닌 고모라니…. 그 이후 '교모', '고묘' 등 다양한 호칭들이 나에게 전달되곤 했다. 예하부대를 방문해서 위문도 하고 교육도 하는 것이 군종장교의 업무 중에 하나이다. 그래서 한 주 23회 이상 예하부대를 방문하곤 한다. 내가 발령받는 부대들마다 원불교 교무를 처음으로 접하는 부대들이라 첫만남은 언제나 당황하고는 했다.

예하부대 교육을 위해 방문했다. 각 부대마다 위병소가 설치되어있어 방문객들을 확인하고 지휘통제실에 보고하게끔 되어있다. 위병소에서 "관등성명과 방문이유를 말씀해 주십시오" 라고 물었다. 나는 "원불교 교무님이다. 인성교육하러 왔다"라고 답했다. 듣기는 했는데 통제실에 보고는 해야 하고 위병소에서 고개를 갸우둥 하던 병사는 이렇게 보고 했다. "원불교 신부님 오셨습니다." 아마도 군복 안에 입은 정복의 모양으로 보아서 신부님이라고 짐작한것 같은데 원불교에서 왔다고 하니 '원불교 신부님'이라고 한 모양이다. 저너머 들리는 지휘통제실에서 온 무전 한마디 '뭐? 뭐라고?' 당황하는 병사에게 다시 한 번 또박또박 원불교 교무님이라고 보고하라고 전했다. 그제서야 확실히 보고하고 들어갈 수 있었다

군종장교 근무중 희대의 사건은 전방 소초를 방문하여 위문을 하러 가던중 통과하던 위병소에서의 일이다. 여느때와 같이 관등성명과 목적에 대해 물어서 위에서 말한것과 같이 이야기했다. 확신에 찬 병사가 지휘통제실에 보고하는 한마디 "원불교 교주님께서 위문품을 가지고 방문하신답니다." 교주라, 5만년 대운의 법통을 이어받아 교단의 일원으로 일하고 있는 나는 어느새 새로운 원불교 교주가 될뻔했다.

저작권자 © 원불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