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 밝고 은혜 알아야

나는 14살 때 대산종사를 처음 뵈었고, 25살 때부터 대산종사를 마음에 모시고 살았다. 나는 어떻게 하면 대산종사의 큰 경륜을 실현시킬 것이며, 대산종사의 뜻을 받들어 원불교 대공장을 건설해 교단 경제의 원동력을 마련할 것인가 하는 염원으로 살아 왔다. 숙고의 결과는 '전공에 매진하고 후진을 양성하자'였다. 그래서 대학에서 연구에 매진하는 중 서울시민선방에서 청년들에게 교법공부, 선공부를 가르치며, 원불교 대공장 건설을 위해 대원회 육성에 정성을 드려 왔다. 사은님의 은혜로 원불교 대공장 건설을 목적으로 설립한 대원디지털이 잘 운영되고 있다.

20여 년을 이와 같이 살아오는 동안 나는 공부나 교화에 큰 진척이 이루지 못했다. 선 공부에 전념하여 큰 선력을 얻은 바도 없고, 성리 공부에 전념하여 성리의 큰 능력을 얻은 바도 없으며, 교화에 전념하여 교화에 큰 실적을 이룬 바도 없다. 대산종사께 특별히 칭찬을 들은 바도 없다. 그래서 나는 늘 생각하기를 나는 남보다 능한 것이 없으니 다른 분들이 큰 일 하는데 도움이나 줘야겠다고 생각했다.

대산종사께서 열반을 2, 3년 앞두시고 기회만 되면 사람들에게 "희공이는 11살 때부터 나에게 왔다"고 말씀하셨다. 왜 이런 말씀을 자꾸 하실까 생각해 보니 내가 남보다 능한 것이 없지만 대산종사를 마음에 모신 후 변치 않고 찾아 법문을 받들고 대산종사의 뜻을 받들려고 노력한 것은 남보다 나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도가 공부에서는 가장 소중한 것이 이것임을 대산종사께서 일깨워 주신 것이다.

대산종사께서 나에게 직접해주신 추억의 법문 몇 가지를 소개하고 싶다. 박사 논문의 진척이 더디어 조급한 마음이 들때였다. 삼동원으로 대산종사를 찾아뵈었을 때 대산종사께서는 "큰 일할 사람이 그렇게 조급하면 되냐"며 "현대는 자기 PR의 시대이니 자기가 자기를 세워야 한다"고 말씀하셨다.

나는 이 두 법문을 마음에 새기며 일이 안 풀리는 경계를 당하면 마음에 여유를 갖기에 노력하고 나를 위축시키는 경계를 당하면 나를 일으켜 세우기에 노력하고 있다. 새삶운동의 방향을 몰라 고심하고 있를 때 대산종사가 꿈속에 나타나시어 "새삶운동은 멀티미디어로 해라"고 해주신 법문은 새삶운동의 새 방향을 잡게 했다. 삼동원에서 지나가시다 마주쳤을 때 "마음이 밝아야 한다. 은혜를 알아야 한다"고 해주신 법문은 나를 때때로 반조해 보게 한다. 나는 때때로 '나는 마음이 밝은 사람인가, 나는 은혜를 아는 사람인가' 돌이켜 보고 '나는 마음이 밝지 못하구나', '나는 은혜를 알지 못하는구나' 반성하고 있다.

대산종사님 열반 3개월 전에 왕궁 영모묘원 상사원 대산종사께서 거처하시던 방에 들어갈 기회가 있었다. 내가 들어가자 대산 종사께서는 시자에게 기원문 결어를 2번 읽으라 하시고 말씀하시기를 "이 세상에 아무리 원불교 교도가 많다 하더라도 일원회상 영겁주인 일원회상 영겁법자가 없으면 빈 껍질이다. 일원회상 영겁주인, 일원대도 영겁법자가 아무리 많아도 무등등한 대각도인이 안 나오면 그것도 빈 껍질이다. 무상행의 대봉공인은 무등등한 대각도인이 나오면 따라 나온다"고 부촉했다. 그리고 벽에 붙어 있던 일원세계라는 친필을 때라 하시고 가져가라 하셨다. 이것이 내가 대산종사께 들은 마지막 법문이다.

이 법문을 들은 후에 나에게 화두 하나가 생겼다. 그것은 어찌하면 대원정각을 이루어 일체 생령을 구할 것인가 하는 화두와 어찌 하면 무등등한 대각도인을 무수히 배출하는 일원회상을 만들 것인가 하는 화두이다. 나는 공도를 위하여 일하는 중에 공부와 교화에 전념하여 목적한 바를 모두 이루자는 분심(忿心)으로 살아가고 있다.

<원남교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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