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성·인정·합력 실천하는 계사년

▲ 안양교당 석진우 교도
진정으로 인정미 넘치는 세상 꿈꾸며

연말 분위기를 느끼기도 전에 새해가 다가왔다. 앞만 보고 달리다가 세월의 빠름을 생각하니 문득 사는 것이 두렵게 느껴지면서 오래전 읽었던 글귀가 생각났다. 아메리칸 인디언들은 말을 타고 목적지를 향해 달리다가는 가끔씩 멈추어 뒤를 돌아보곤 한다는데 이는 자신의 영혼이 잘 따라 오고 있는지 확인하고 기다리기 위함이라고 한다.

개인적으로 지난 해는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나날이었다. 신경과 의사와 교수로서 그리고 우리나라의 병원들이 환자의 안전과 의료서비스 향상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가를 평가하고 국가인증을 해주는 의료기관평가인증원의 정책실장으로서 공적인 일을 수행해야 했기 때문이다.

대내외적으로는 우리나라를 포함한 여러 나라에서 새로운 지도자를 선출하였을 뿐 아니라 경제·사회적 어려움으로 삶에 대한 걱정과 한숨, 동시에 희망이 교차하는 혼돈의 해였다. 교단 역시 새로운 지도체제가 구성되어 원불교 100년을 앞두고 진취적이면서 화합의 리더십을 기대하고 있다.

경산종법사께서는 원기98년 신년법문으로 인정미(人情味) 넘치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우리에게 세 가지 실천방안을 말씀하셨다. 첫째 본래 갖춘 덕성(德性)을 기르기, 둘째는 훈훈한 인정(人情)을 넓히기, 셋째 합력(合力)으로 성공시대를 만들기이다.

우선 마음 속에 있으나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복덕성(福德性)을 찾아 회복하여야 한다고 말씀하셨다. 에리히 프롬은 〈소유냐 존재냐(To Have or To Be, 1976)〉라는 책에서 무엇이든 가져야만 나의 삶이 의미 있다고 느끼는 소유적 실존양식은 현대 물질문명의 재앙이라고 단정하고 이 보다는 자기혁신과 자아발견을 통해 본성을 이해하고 진정한 삶의 의미를 깨달아 궁극적인 행복을 얻는 존재적 실존양식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는 원불교적 행동실천양식 즉 물질 중심 세상에서 독립하여 정신을 개벽해야 한다는 개교표어를 마음에 새기고 유무념 대조를 통한 마음공부야 말로 덕성을 찾아가는 것이며 존재적 실존양식으로 살아가는 지름길인 것이다.

다음으로 우리가 실천해야 할 것은 더욱 살기 어려워질 것으로 예상되는 세상에서 주위에 있는 사람들에게 인정을 베풀어야 한다고 하셨다. 이렇게 하려면 먼저 내 주위에 있는 사람들에게 관심을 가지고 정을 나누는 노력을 해야 한다. 이것은 부처님의 무재칠시(無財七施)를 실천하는 보살행일 뿐만 아니라 실지불공을 드리는 것이리라.

마지막으로 실행할 일은 합력이라고 하셨다. 사람과 사람, 이념간, 종교간, 국가간 대립 그리고 사람과 천지자연, 우주 만물 사이에 있을 수 있는 모든 관계에서 협동과 화합을 통한 상생만이 험한 세상을 이겨내고 새 세상을 여는 해법이라고 말씀하신 것이다. 그렇다. 우리가 어떠한 상황에 처해 있던, 대상이 무엇이던 간에 사은(四恩)의 본질을 깨닫고 우주만물에 대한 소중함을 인식할 때 감사의 마음이 생기고 상생을 위한 협력을 할 수 있다. 이를 원동력으로 삼아야만 진정 우리가 바라는 변화와 발전을 이루고 새로운 세상을 열 수 있을 것이다.

올 한해도 나와 우리 그리고 우리가 속한 모든 사회가 바쁘고 힘들게 지나갈 지 모른다. 아니 그럴 것이다. 그럴수록 종법사님이 주신 신년법문을 올해의 표상(表象)으로 삼아 인간미 넘치는 행복한 세상을 꿈꾸며 차분히 그리고 열심히 노력하련다. 이 순간 내 영혼은 지금 어디쯤 와 있을까? 정신없이 달려온 나는 뒤를 돌아보며 잠시 기다린다.
▲ 원대연 우인범 교도.

복덕성 쌓기, 게을리 하지 않겠다

경산종법사께서는 계사년 신년법문을 통해 '인정미 넘치는 세상'에 대해 말씀하셨다.
종법사께서 말씀하신 '인정미(人情味)'란 무엇일까? 바로 '사람으로서의 인정이 깃든 따뜻한 맛'이라는 뜻이다.

처음에 나는 이 따뜻한 맛을 찾기가 너무 어려웠다. 시간이 없고 금전적인 여유도 없는 대학생으로서 인정 나누는 일은 나중에 사회적인 입지가 다져졌을 때 해야 겠다고 항상 생각했었다. 하지만 이 법문을 생각하며 연마하다보니 봉사활동과 기부만이 인정을 베푸는 전부가 아니라는 걸 깨달았다.

대중교통 속 웃어른이 서 계시면 자리양보를 하는 것, 문을 열고 닫으며 뒷사람을 배려하는 것, 말 한 마디라도 항상 "감사합니다"하며 감사함을 직접 전하는 것과 같이 사소하지만 인정을 베풀 수 있는 일들이 수 없이 많다.

사실 이러한 '덕스런 자비' 즉 '복덕성'은 이미 내안에 있었다. 단지 치열한 경쟁 속에서 살다보니 잊고 살았을 뿐이다. 그러다보니 항상 남과 나를 비교하게 되고 내 마음밭 가꾸는 데에는 전혀 공을 들이지 않았다.

그래서 마음밭 가꾸는데 지하철에서도 시시로 1분 선, 영주 7독 등을 꾸준히 하여 항상 시간낭비 없이 내 마음 속 복덕성 찾는 노력을 할 것이다.

또한 대학생들의 복덕성들을 찾아 모으는 노력도 할 것이다. 한반도는 아직 분단중이고, 영광원자력발전소는 우리의 성지에 자리잡고 있다.

우리 20대들이 어떻게 사고하고 판단하느냐에 따라 국가의 운명이 달려있지만 우리 세대는 선배 세대들과 달리 연애, 학점, 취업 등과 같이 개인적인 문제들로 인한 화두가 가장 크다.

국제 문제나 환경 문제 같은 큰 문제들을 지금 우리가 직접적으로 고쳐나갈 수는 없겠지만, 이 문제에 대해 인식을 하는 것. 그래서 개개인의 복덕들이 모이고 모인다면 그 자체만으로도 종법사께서 말씀하신 '나 혼자만이 아니라 모두 다 함께 성공하는 대합력의 시대'를 만들어 갈 것이라고 확신한다.

개벽을 알리는 상두소리가 크게 들리는 시기이다.
정말로 이러한 난세일수록 일심합력하여 대종사님의 교법으로 무장해야 한다.

나 또한 항상 복덕성을 계발해서 영원무궁한 복덕 쌓기를 게을리 하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언제 어디서나 인정미로써 사은을 발견하고 감사함을 실천하는 원불교 전국 대학생연합회 회장이 되겠다.
▲ 바탐방교당 정승원 교무.
행복한 마음으로 보은하며

이제 겨우 해외교화 2년차인 나에게 신년법문 실천다짐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다니! 과분한 은혜가 아닐까? 온갖 상(相)이 일어났지만 또 이렇게 기회를 주시어 마음 챙겨 원기98년을 맞이하라는 깊은 뜻으로 받아들여진다.

캄보디아 사람들은 수줍음도 많고 앞으로 잘 나서지 않는다. 싫어도 표현하지 않고 좋아도 그저 웃는 것이 전부일 뿐이다. 스쳐 지나가듯 만나면 더없이 부드럽고 순박한 사람들이지만 일 속에서 만나면 답답함을 느낄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불교가 이미 종교가 아닌 생활의 일부가 되어버린 이곳 사람들이지만 킬링필드라 부르는 폴포트 정권을 지내며 입은 큰 상처가 여전히 캄보디아의 발목을 잡고 있다.

재개발로 인해 강제 이주 되면서 정책적으로 형성된 이곳 프놈펜 외곽 언동마을에서 살아가는 우리 아이들의 엄마 아빠들을 보면 막막함을 느낀다.

열심히 일을 찾아 돈을 벌고 경제적으로 자력을 세워 지금보다 나은 삶을 살아가고 아이들의 미래도 좀 더 밝아지길 기대하지만 실상은 알콜 중독, 가정 폭력과 가난 속에서 힘겹게 살아간다.

어려운 환경 속에서 하루하루를 살아가지만 그 안에는 여전히 따뜻함이 남아 있다. 다 같이 넉넉하지 않지만 그 자리에서 할 수 있는 것으로 고마움을 표현한다.

일년에 두세 번 이곳 명절에 한국에서 개인 혹은 교당, 단체에서 보내주신 옷을 모아놓았다가 아이들에게 입혀 보내면 기대 이상으로 굉장히 인기가 있고 부모님들도 좋아한다.

알고보면 모두가 연결되어 있고 온통 은혜 아님이 없다. 이 사람들을 먼저 이해하고 알아가고, 이 사람들의 문화를 존중하고 인정하는 가운데 결코 다르지 않음을 깨닫는다. 내가 가진 삶의 방식과 사고와 가치관만을 주장하는 것은 폭력이나 다름이 없다는 말에 크게 공감한다.

'덕성을 기르고 인정을 넓히며 서로 합력하자'라는 경산종법사님의 신년법문을 마음에 모시며 다시 한 번 마음을 챙긴다. 맑고 사랑스럽고 천진한 아이들과 지내며 나의 본래 마음을 찾아 그렇게 살도록 노력하겠다.

이곳에서 이루어지는 모든 일들이 일일이 열거할 수 없는 많은 분들의 기도와 사랑, 후원의 합력으로 되어지고 있음을 잊지 않겠다. 늘 진심으로 감사하며 행복한 마음으로 보은하며 살아가겠다. 벌써부터 마음이 따뜻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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