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지 사장으로 인사발령을 받고, 미처 준비하지 못했던 직책이었기에 주변의 충고와 건의사항을 많이 듣고 참고할 수 있었다.

본지에 바라는 많은 요구사항 중 가장 확실하게 다가왔던 내용은 '따뜻한 신문'을 만들어 달라는 것이었다. 이어서 '쌍방향', '참여', '소통', '재가의 참여'라는 일맥 상통하는 요구들이 이어졌다. 디지털 정보화시대를 대표하는 키워드들이 다 거론되어졌다고 생각했다.

따뜻한 신문은 재가 출가교도들이 편안한 마음으로 원불교신문을 읽고 교단의 정보를 입수하고 따뜻한 인정을 느낄 수 있는 내용으로 채워나가는 것이다. 행여나 재가 교도들이 보면 안될 것 같은 기사가 신문에 실릴까 노심초사하지 않고, 신문의 기사가 단초가 되어 교단의 기관이 불이익을 당하지나 않을까 걱정하지 않는 신문을 만들자는 것이다.

그래서 '따뜻한 신문'을 본지 편집방향의 최우선에 두었고 재가 출가교도의 참여를 높이는 쪽에 무게를 두었다. 그러나 비판기능을 상실한 정체성이 불분명한 언론이라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직무를 수행하는 중에도 계속 의견을 청취했는데, 그 중에서 가장 마음에 걸리는 부분이 '정체성'의 문제였다. 오랫동안 결론짓지 못하던 것이 결국 이 '정체성'이다. 교단의 '기관지(관보)' 형식을 벗어나지 못한다면 원불교교보나 출가교화단보를 뛰어넘지 못할 것이다. 중앙총부의 알리고자 하는 사항들을 일방적으로 통보하는 식의 기사내용이 적지 않다는 지적을 감당할 수밖에 없다.

다른 하나는 '교화지(敎化紙)'의 성격을 많이 수용해 달라는 것이었다. 교화에 도움을 주는 매개체 역할을 해야 한다는 요구사항이다. 교리 지면의 확대, 초입 교도들에게 유용한 내용 뿐 아니라, 신심 깊은 신앙인과 교단의 전문인 등 교화 꺼리를 제공해 주면 좋겠다는 것이다.

또 하나는 '문화지(文化紙)로서의 역량을 키워가야 한다는 것이었다. 교도가 아니어도 읽을 거리가 있는 문화, 건강, 상식, 사회 정보 등을 수용하는 일이다.

지난 6년을 돌아보면 판형을 대판에서 베를리너판으로 바꾸고 지면을 확대하면서 몇 가지 수용되어진 사항들도 있지만 앞으로 원불교신문의 발전을 위해 화두로 삼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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