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 서서, 서로를 살리자'
학부모·교사·아이들 모두 교육의 주체
원불교 대안 초등학교 함께하고 싶은 꿈

설산으로 병풍 둘러진 진안 길. 제 할 일 다 하고 깊은 숙면에 들어간 겨울산자락, 양지바른 터에 장승초등학교가 있었다. 지난해 2월 폐교 예정이었던 학교는 이제 산골 '명문학교'가 됐다. 아니 '스스로 서서, 서로를 살리는 학교'가 됐다.

그 중심에 윤일호 교사(법명 원오·진안교당)가 있다. 그는 장승초교의 모든 교육활동은 학교철학과 연관이 있다고 말했다. "장승교육에서 이루고자 하는 것은 '스스로 서서, 서로를 살리고자 하는 것'입니다. 하고 싶은 일을 발견하는 것, 그것이 공부의 가장 중요한 목표가 되어야 합니다. 이는 스스로의 힘으로 바로 서는 것이지요." 장승학교의 철학이 원불교의 자력생활 정서와 맥을 같이 하고 있음이다.

그는 학교교육을 이루는 데 있어 뚜렷한 관점과 중심을 잡고 배움을 나눠야 한다고 보았다. 모든 교육활동이 뜻있는 활동이 되어야 한다는 게 그의 강한 소신이다. 이런 관점에 바탕해 모두가 성장하는 학교를 실현시켜 나가고 있는 것이다.

"아이들이 누구나 학교에서 자기의 생각을 마음대로 말할 수 있어야 합니다. 또한 학부모도 아이들과 같이 성장할 수 있도록, 생각과 시각을 맞추는 노력을 해야 하지요."

그는 관점이 다른 부분이 있다면 서로 모여서 공부하고 같은 철학을 가지고 꿈을 꾸면서 아이들을 만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래서 모두가 성장하고 함께하는 학교, 이것이 바로 '스스로 서서, 서로를 살리는' 학교이다.

장승초교에서는 매주 마지막 금요일 다모임을 실시하고 있다. 다모임은 교사도, 학부모도, 아이들도 서로 성장할 수 있는 창조적인 교육을 위해 함께 토론하고 공유하는 자리이다. 모든 행사들이 겉치레가 되지 않고 진정 아이들을 위한 즐겁고 보람 있는 교육이 되기를 희망하는 그와 동료 교사, 학부모들이 모두 함께 하는 자리가 다모임인 것이다.

"교육의 주체는 어느 한 쪽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학부모, 교사, 아이들이 모두 교육의 주체이지요. 학교 참여나 모든 의사결정에서 교육 주체가 다 의견을 이야기할 수 있어야 합니다." 따라서 많이 만나고 충분히 의견을 듣고 모든 구성원들의 의견이 반영될 수 있는 민주적인 의사결정구조를 가진 학교, 그는 이런 학교가 '행복한 학교'라고 분명하게 말했다.

폐교 직전, 전교생 9명이었던 장승초교는 만 2년 만에 57명으로 늘어났다. 지금은 대기자들이 많아 뚜렷한 입학 소신이나 동기가 없으면 이 작은 시골학교를 들어가기 어려운 실정이다. 장승의 주체들이 일궈낸 성과이다. 프로그램 또한 자연스럽다. 장승초교 학생들은 '늘 하는 활동'으로 아침산책을 한다. 아침에 학교 둘레 길을 걸으면서 감각을 숨 쉬게 하고 함께 음악을 들으면서 차를 마신다.

'달마다 하는 활동'과 '나눔'의 과정으로 돌봄 짝 정하기, 식구끼리 꼭 안아주기, 다문화가정 이야기 듣기, 혼자 있는 친구에게 말 걸기 등이 다모임 활동 속에 포함된다. 전쟁과 폭력으로 고통 받고 있는 친구들을 살펴보고 평화의 소중함을 나누는 영상물 상영, 지구 온난화 방지를 위한 불끄기 행사 등도 모두 교과과정 안에서 비중 있게 다뤄진다.

장승초교의 전체 교과는 서로 다름이 아니라 연결된 관계이며 소통과 공유라는 그의 말처럼, 장승초교에서 배움의 기둥은 세상과 나를 두 기둥으로 서로 보완해 나가는 교육철학의 진정성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무엇보다 어른이 아이보다는 강자입니다. 그러니 어른들이 우선 내려놓아야지요. 아이들과 절대적으로 평등할 수는 없지만 최대한 평등해지도록 노력하는 방법 밖에 없다고 봅니다" 아이들이 선생님이라는 호칭보다 '킹콩'이라고 부르는 그는 학기 초엔 어김없이 가정 방문을 하고 아이들의 환경을 세심히 살핀다. 아이들과 목욕탕을 같이 가고, 집에 초대해 음식을 같이 나누고, 학기 말엔 학급 문집을 만든다. 아이들과 소통하고 공유하며 평등해지려는 노력이 그리 거창하거나 어려운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꿈이 있다면 원불교 대안 초등학교를 함께하고 싶습니다. 무엇보다 원불교의 사은사요, 삼학팔조의 법이면 충분히 초등 대안학교를 할 수 있다고 믿습니다. 원불교 정신에 따라 초등 대안학교를 운영한다면 좀 더 이른 시기에 아이들의 삶을 제대로 가꾸어가고, 좀 더 나은 교육을 선도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공교육 초등학교에서 제대로 바라보지 못하는 부분들을 교육과정에 반영하고, 아이들과 학부모, 교사가 모두 행복한 원불교 대안 초등학교를 만들고 싶다는 그의 꿈이 꼭 실현되리라는 확신이 들었다. 그를 만나고 돌아오는 길, 마음이 훈훈했다. 분명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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