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경용 / 세종한의원(안양) 원장
칡뿌리는 보통 암칡과 수칡으로 구분한다. 생칡을 사다가 드셔 보신 분들은 알겠지만, 단면의 색이 조금 더 하얗고 섬유소가 적고 전분이 많아 씹어보면 칡밥이 많이 나오고 단맛이 더 나는 것은 암칡이다. 반면에 단면의 색이 조금 더 어둡고 섬유소가 많고 전분이 적어 씹어보면 칡밥이 별로 안나오며 단맛보다 씁쓸한 맛이 더 나는 것은 수칡이다.

한약재로 유통되는 칡은 둥글고 납작하게 잘라서 건조된 '편갈근'이 있고, 조각조각 잘게 잘라서 건조된 '각갈근'이 있다. 보통 생칡은 민간에서 많이 활용하고, 규정에 맞게 건조된 칡은 보건복지부 인증을 거쳐 한약재로 사용된다. 이런 칡에 얽힌 다음과 같은 전설이 있다.

옛날, 깊은 산, 울창한 숲 속에서 약초를 캐며 혼자 살아가는 한 노인이 있었다. 노인은 약초를 캐면서 마을에 아픈 사람이 생기면 병을 고쳐 주기도 했다. 어느 날 노인이 산에서 약초를 캐는데 갑자기 산 밑에서 왁자지껄하는 소리와 말발굽 소리가 들렸다.

"아니, 무슨 일이 생겼나?"

노인은 약초 캐던 손을 멈추고 일어나 소리 나는 쪽으로 내려다보았다. 그때 열 다섯 살쯤 되어 보이는 한 소년이 헉헉거리며 달려오다가 노인을 보더니 털썩 꿇어앉았다.

"할아버지, 저를 좀 살려 주십시오. 나쁜 사람들이 저를 죽이려고 쫓아옵니다. 붙잡히면 저는 죽습니다."
"대체 너는 누구냐?"

"저는 이 산 아랫마을에 사는 갈원외라는 사람의 외아들입니다."
"그런데 누가 널 죽이려 한단 말이냐?"

"그들은 조정의 간신들인데 저의 아버지가 몰래 군사를 일으켜 반역을 꾀하고 있다고 임금에게 모함을 하였습니다. 임금님은 간신들의 말만 믿고 군사들을 보내 저희 가족을 모두 죽이라고 명령하셨습니다. 그래서 군사들이 저희 집을 포위하고 가족들을 모두 처참하게… 흑흑…"

소년은 슬픔을 참지 못하고 흐느꼈다.

"그래서 어떻게 되었느냐?"

"저희 아버지께서 저의 손을 잡고 '너는 우리집의 외아들이니 너마저 죽으면 우리 집안의 대가 끊어진다. 너는 꼭 도망쳐서 숨어 있다가 가문을 일으켜 원수를 갚고, 만일 원수를 갚지는 못하더라도 가문의 대가 끊기지는 않도록 하여라'고 하셨습니다."

소년은 잠시 말을 끊었다가 다시 계속했다.

"저는 군사들이 우리 가족들을 한 사람씩 잔인하게 죽일 때에 재빨리 혼자 도망쳐 나왔으나 결국 군사들에게 들켰습니다. 그래서 있는 힘을 다해 이 산으로 도망쳐 왔습니다. 더 이상 머뭇거릴 시간이 없으니 제발 저를 좀 숨겨 주십시오."

갈씨 가문은 그 지방 일대의 모든 사람이 아는 충신의 집안이었다. 노인은 그 소년을 구해 주기로 결심했다.

"빨리 나를 따라오너라."
노인은 소년을 데리고 깊고 험한 골짜기로 들어갔다. 거기에는 아무도 모르는 동굴이 하나 있었다.

"이곳은 내가 약초를 캐서 숨겨 두는 곳인데 아는 사람이라고는 나 하나밖에 없다. 여기에 숨어 있으면 안전할 것이다. 군사들이 물러가고 나면 내가 다시 오겠다."

군사들은 사흘 동안 산속을 샅샅이 뒤졌지만 소년의 그림자조차 찾을 수 없었다.

"산속에 있다고 하더라도 짐승들한테 잡혀 먹혔거나 굶어 죽었을 거야. 이 험한 산속에서 어린 아이가 혼자 어떻게 살겠나. 돌아가자."

군사들은 모두 한마디씩 하고는 돌아갔다. 군사들이 돌아간 뒤에 노인은 동굴로 갔다.
"얘야, 이제 나오너라. 군사들은 모두 돌아갔다. 너도 이젠 네 갈 길로 가거라."

"할아버지, 가족들은 모두 잡혀 죽었고, 먼 친척들까지도 다 죽인다 하니 저는 갈 곳이 없습니다. 할아버지께서 저를 구해 주셨으니 제가 할아버지를 부모님처럼 모시고 살도록 해 주십시오. 그러면 꼭 은혜를 갚겠습니다."

"그럼 나하고 같이 살자. 그러나 나는 약초를 캐는 사람이라서 날마다 산을 올라 다녀야 한다. 부잣집 아들인 너한테는 견디기 힘든 일이 많을 것이다. 그래도 할 수 있겠느냐?"

"어떤 일이든지 다 하겠습니다."
그 뒤로 갈원외의 외아들은 노인과 함께 날마다 산을 오르내리며 약초를 캐러 다녔다.

노인은 소년을 아들처럼 극진히 사랑했고 소년도 노인을 친아버지처럼 따랐다. 노인은 늘 한 가지 약초를 찾아 온 산을 뒤졌는데 그 약초의 뿌리는 열이 나거나 갈증이 나고 설사가 나는 데 효과가 있었다.

세월이 흘러 여러 해 뒤에 노인은 세상을 떠났다. 소년은 이제 장성했고 혼자 약초를 캐러 다녔다. 그리고 그 동안 노인한테 배운 의술로 많은 병자를 고쳤다. 그러나 그때까지 많은 사람들의 병을 고쳐 준 약초의 이름을 몰랐으므로 누가 물어도 대답을 못했다.

"그 신기한 약초의 이름이 무엇입니까?"
"글쎄요, 이름을 모르겠습니다."

어느날, 그는 자신의 처지를 생각하고 있다가 좋은 생각이 떠올랐다.

"그래 이 약초의 이름을 내 성을 따서 갈근(葛根)이라고 부르자."
갈근(葛根)은 '갈씨 집안의 한가닥 뿌리'라는 뜻이며 그 뒤로 그 약초는 갈근이라고 부르게 되었다고 한다.

자료제공/한방건강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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