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불교사상연구원, 학술대회
격동기 현대사와 비교

한국 신종교들이 광복 이후 한국사회의 격동기에 어떻게 종교적 정체성을 모색하고 대응했는지를 확인하는 학술대회가 1일 원광대 숭산기념관에서 열려 관심이 집중됐다. '광복 이후 한국사회와 종교의 정체성 모색'을 주제로 열린 제32회 원불교사상연구원 학술대회에서는 기성종교 및 신종교를 중심으로 한국의 광복 이후 격동기 현대사와 대비시켰다.

이날 서울대 종교학과 김종서 교수는 '광복 이후 한국종교의 정체성과 역할'을 주제로 기조강연을 했다. 그는 "동서양 종교들의 엇비슷한 힘의 충돌이 한국을 세계에서 가장 역동적인 나라 중 하나로 만들어내는 가장 핵심"이라며 "이런 대규모의 충돌은 종교적인 사건만이 아니다. 결국 사회 전체를 더 역동적이게 하고 더 풍부한 동력원을 창조해 냈다. 종교간 갈등 에너지의 창출은 한국의 독특한 구조적 특성에 열정을 불어넣었다"고 평가했다.

그는 "한국에서 오늘날과 같이 민주주의가 쉽게 정착될 수 있었던 것은 단순히 일본 제국주의의 식민지 교화나 미 군정청의 강제적인 미국제도 심기의 결과가 아니다"며 "민주주의가 성숙한 것은 한국적 종교다원주의의 문화적 배경을 두고 있기 때문이다"고 밝혔다.

앞서 그는 "종교다원주의가 폭넓은 스펙트럼의 범위에 들어오는 다양한 종교들을 용인한다는 것은 이른바 부드러운 '신종교 환경(new religion milieu)'의 여건을 짐작하게 한다"며 "개화기에 다양한 자생 신종교들이 대두됐고 광복이후에도 신종교 붐은 계속된 것"을 이유로 들었다.

특히 그가 주목한 것은 조선일보 종교 관련 기사를 광복직후부터 1960년 때 말까지 25년간만을 분석해 보면 전체기사의 42%가 신종교 관련기사다. 물론 부정적인 기사가 많았지만 신종교에 대한 관심이 지대했다고 본 것이다.

그는 "무엇보다도 한국종교 안에서 동서양 종교문화가 충돌하고 있다는 점이 매우 중요한 구조적 독특성이다"며 "일부에서 한국종교의 독특성을 중층다원성이라 지적했다. 그 중층다원성을 구성하는 요소가 동양적 종교와 서양적 종교의 양자로 이루어졌는데 그 둘이 엇비슷한 큰 규모로 충돌하고 있는 나라는 세계에서 유래를 찾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과연 한국종교는 언제까지 활력을 유지하고 열정을 쏟아낼 수 있을까? 그는 "앞으로 한국종교의 구성이 기독교적 경향으로 점차 더 나아갈 것을 예측할 수 있다. 한국종교의 정체성도 그 방향으로 더 움직여 나아갈 것이다"며 "동서양 종교의 엇비슷한 비중이 깨지고 한쪽으로 기울면 충격량이 감소하여 역동성이 약화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 밖에도 이날 동국대 김광식 교수의 '한국 현대불교사의 전개와 불교의 정체성', 가톨릭대 변진흥 교수의 '한국 후 한국 근대화와 가톨릭의 정체성', 감리교신학대 최대광 교수의 '해방 후 한국개신교의 정체성', 충북대 김용환 교수의 '해방 이후 근대화와 신종교의 정체성', 영산선학대 박혜훈 교수의 '광복 후 한국 근대화와 원불교의 정체성'이 발표됐다. 이어 서강대 박문수 교수의 '광복 후 한국 사회문제와 가톨릭의 대응', 서원대 김성건 교수의 '광복 후 한국 사회문제와 개신교의 대응', 한양대 이도흠 교수의 '광복 후 한국 사회문제와 불교의 대응 및 지향점', 원광대 원익선 교수의 '광복 후 한국 사회문제와 원불교의 대응', 원광대 권정도 책임연구원의 '광복 후 한국 사회와 신종교의 대응'이 발표돼 한국종교의 정체성을 모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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