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피, 푸른 귤껍질을 말린것,
자연은 어머니, 지구의 자궁이다. 모든 풀은 약이다. 또한 독이 될 수도 있다.
약초 관찰에 있어서 시호와 청피의 유사점은 감담이경지약(肝膽二經之藥), 간담(肝膽)의 기운을 소통한다. 이와달리 차이점에 있어 시호는 간담의 중심을 잡아준다. 청피는 간담의 울적(鬱積)을 흩어준다.

이중 청피는 바다의 영향을 받는 따뜻한 해양성 기후에서 자란다. 바람부는 자리보다는 따뜻한 자리를 좋아한다. 매우 향긋한 꽃을 피운다. 그 향기는 향긋한 가운데 상큼하게 톡 쏘는 힘이 있다. 열매는 덜 익었을 때는 진한 초록색(청피)이며 쏘는 향이 강하고 잘 익은 후에는 황금색이 되고 향긋함이 커진다. 이러한 청피의 기미는 성온 미고(性溫 味苦)다. 시지 못해 쓴 맛이나 무독하다.

청피의 성품과 약성 유추해 보면 질풍노도(疾風怒濤:(거센 바람과 거친 파도)다. 뜨거운 열정을 담고는 있으나 스스로 감당해 낼 지혜와 인내가 부족하여 불안하게 응축된 상태이다. 언제 폭발할 지 모르는 사춘기와 같은 상태라 보면 된다.

덜 익은 귤은 진한 초록색을 띠는데 보통의 덜 익은 열매가 지니는 초록보다 강한 기운이 느껴진다. 사춘기를 맞은 청소년들을 대하는 듯 한 느낌이 든다. 푸릇푸릇하여 에너지가 넘치면서도 그 에너지를 발휘할 방향을 찾지 못하여 불안 불안 한 가운데 자극을 받으면 금방이라도 폭발할 듯 한 그런 느낌이다.

이런 상태를 한의학적으로 보면 오행(목 화 토 금 수)중에 목(木)의 기운에 해당된다. 무거운 땅을 뚫고 솟아 올라 잎을 막 펼치기 직전의 새싹의 기운, 칡이나 다래덩굴의 새순처럼 꼿꼿하게 서서 바람에 흔들리면서도 넘어지지 않고 뻗어 올라가는 기운이다. 이런 기운을 목의 기운이라고 한다. 뾰족한 형태의 새 순이 펼쳐져서 잎이 되어 펼치면 화(火)의 기운으로 넘어간 상태가 된다. 화려하게 펼쳐서 눈에 띄고 하늘을 향해서 무성하게 가지와 잎을 펼치지만 올라가면 내려갈 일이 남듯이 잎을 펼치고 꽃피우는 때 남은 것은 이내 찾아올 가을일 뿐이다. 그래서 여름의 숲이 화려한 듯 하지만 무성한 잎 아래에선 다음 해 꽃눈, 잎눈을 준비하고 열매를 키워내는 차분함이 내재되어 있다. 곧 다가올 가을의 기운인 金 기운이 무성한 화(火)의 기운 속에서 숨어 있다.

양(陽)의 기운이 언제 강한가 하면 화(火)보다 목(木)의 시기이다. 그래서 흙벽을 약으로 쓸 때 양기를 충분히 머금은 벽은 남쪽 벽이 아니라 동쪽 벽이 된다. 사람도 이와 같아서 양기가 충만한 시기는 왕성한 활동을 하면서 이름을 드높이는 30~40대가 아니라 방황하느라 불안하기만 한 사춘기, 질풍노도의 시기이다. 귤도 이와 같다. 꽃일 때부터 향이 강한 기본 성품을 지니는데 덜 익은 시절엔 그 맛이 시다 못해 쓰기까지 하고 톡 쏘는 향은 거칠기만 하다. 귤의 기본 성품이 향기가 있어서 발산하는 성품이 충분한데 덜 익은 사춘기(질풍노도) 상태이니 발산하는 힘이 얼마나 강할 것인가. 그래서 약성도 파(破, 깨뜨릴 파)로 표현된다.
제공/한방건강TV(웰빙스튜디오시즌2)
▲ 박진우 / 다함치유마을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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