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곽정은 교도 / 궁동교당
어느 날 통화가 되지 않던 한 지인이 나중에 말하길 '힐링'이 필요해서 강원도에 가서 쉬고 왔다고 했다. 여자 친구와 여행 한 것을 그렇게 말한 것인데 이렇듯 요즘은 누구나 힐링을 말하고 있다. 서점에 진열되어 있는 힐링 관련 책들이 그렇고, 방송과 일부 지자체에서도 힐링을 내세우고 있다. 경북 경주시는 2017년까지 힐링랜드를, 강원도 평창군은 동계올림픽이 열리는 2018년까지 힐링센터를 조성할 계획이다.

마음의 치유를 의미하는 힐링(healing)은 1990년대 후반, 산업화 사회가 정보화시대로 본격 이행되면서 많은 문제들이 생기자 힐링의 필요성을 인식하기 시작하면서 확산됐다.

힐링은 자신의 상처를 관찰하고 잘 아물도록 해야 하는데 그 방법으로 여행이나 독서, 음악 감상 등 정적인 것을 많이 생각한다. 그러나 때로는 자신의 상처를 적극적으로 드러내고 함께 치유할 필요가 있다. 콘서트장을 찾고, 운동을 하고 악기를 배우고 자신이 좋아하거나 하고 싶었던 일에 적극적으로 참여함으로써 치유할 수 있을 것이다. 이때 동아리 활동은 보다 쉽게 접근할 수 있어서 용이하다고 본다.

동아리의 어원이 '동(同)앓이'에서 온 거라고 하는데 고민이나 슬픔, 기쁨을 함께할 수 있는 사람들을 의미한다고 할 수 있다. 동아리라고 하면 학교를 많이 생각하게 되는데 아직은 미비하지만 종교 내에서의 동아리 활동도 확산되어야 한다고 본다.

특히 출가의 길을 걷고자 공부하는 교학과 학생들의 동아리 활동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본다. 현대는 공부만하는 인재보다는 다양한 지식과 능력을 겸비한 인재를 원하고 있으므로 출가자 또한 변해야 한다고 보기 때문이다.

교화를 잘하려면 군중 속으로 들어가 그들과 함께 어울리고 정서나 문화를 공감하며 정신적으로 지친 사람들을 보듬어 안을 수 있는 열린 눈과 마음이 있어야 한다. 출가자가 대중으로부터 존경을 받는 이유는 사람의 마음을 치유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동아리 활동은 출가, 재가, 출재가 등으로 나뉠 수 있겠지만 누구나 함께 할 수 있도록 문을 열어 놓아야 한다. 각 교당, 교구를 중심으로 이루어진다면 자연스럽게 교화와 연결 지을 수 있을 것이며 네트워크를 형성하여 인력풀을 활용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인력풀을 활용하여 청소년 학습동아리, 취미 동아리를 운영할 수 있으며, 재가 동아리 활동은 동일한 취미 활동을 통해 지역사회와 연결되어 주민과 하나 되는 장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이렇듯 동아리 활동만 잘해도 교화는 자연스럽게 이루어질 것으로 본다. 특히 다양한 동아리 활동을 통해 자아존중감을 높이고 어울림 등을 익히게 되겠지만 무엇보다도 좋은 인성을 갖게 될 것이다.

요즘 들어 올 곧은 정신이 아쉬운 생각이 많이 드는 건 자신은 공부하지 않으면서 가르치려고만 하는데서 오는 부작용 때문이 아닌가 싶다. 출가의 길을 걷는다는 건 모든 이들의 귀감이 되어야 하며, 사람의 마음을 보듬고 치유하기 위해서는 인격과 도덕정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러나 뜬구름 같은 종교권력을 가지고 자신의 욕망만 채우는 있는 일이 왕왕 생기는 걸 보면 씁쓸해지지 않을 수 없다. 배운 만큼 사회에 모범이 돼야 하지만 권력이나 힘이 생기면 타락하기도 쉬운 속성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그러므로 일반 동아리도 그렇지만 출가동아리는 공부하는 동아리가 꼭 운영되어야 한다고 본다. 자신을 돌아보고 점검할 수 있는 그런 시간을 갖고 한시라도 올 곧은 정신을 놓아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출가자가 대중으로부터 존경을 받는 이유는 사람의 마음을 다치게 하는 게 아니라 치유하는 것임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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