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원(一圓)이란 진리의 이름이다. 고유명사인 셈이니, 보통명사인 진리라고 해도 무방하다. 여기에서 우주만유란 우주에 존재하는 모든 것이고, 본원이란 근본이나 근원을 일컫는다. 즉 진리는 우주에 존재하는 온갖 것의 근원으로서 우주만유에 포함하지 않는 것이 없으니, 진리는 곧 모든 것에 근원으로 존재함을 뜻한다.

원불교학과 들어가기 전에 간사라는 과정이 있는데 그때 정기일기를 쓰면 좋다고 하여 쓰기로 마음먹고 일단 좌선과 더불어 10년을 지속하겠다고 결심했었다. 정기일기를 쓰면 심신작용을 많이 쓰지만 어릴 적 호기심이 많아서 감각감상이 많은 시기이기도 했다. 그때 사물을 하나하나 보며 '진리가 어떻게 내재해 있을까?'하고 꽤 오랜 세월을 바라보았다.

처음에는 사물 하나하나에 진리가 있다고 하니, 궁금해서 이해라도 하고 싶었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사물에 내재된 기운 속으로 들어가서 느끼곤 하지만, 그 당시에는 진리에 대한 정보가 약해서 그런지, 그 소식을 다 읽어낼 수 없었다.

우주만유의 근원에 가장 용이한 접근은 물리학에서 정리된 이해였다. 사물의 궁극에 이르면 물질의 성분은 없어지고 한 분자로만 남는다. 즉 나무의 근원을 보면 나무의 성분은 사라지고 물질의 최소단위인 분자만이 존재한다.

입자 물리학에 의하면, 이 분자는 두 개 이상의 원자로 결합되어 있는데 이 원자는 원자핵과 그 둘레의 전자로 이루어졌고, 원자핵은 양성자 중성자 및 그 사이에 교환되는 복합체의 소립자가 있다.

요즘에는 그보다 작은 쿼크라는 초소립자가 존재한다고 말한다. 그 가운데 중성자의 크기는 1조분의 1mm와 생존기간도 10­²³초라고 하니, 일반적인 관점에서는 비었다고 할 수밖에 없다.

진리는 우주만유의 비움뿐만 아니라 그 비움 속 분자에도 다양한 모습으로 나타난다. 즉 분자가 인연을 따라 우주만유가 되는 만큼, 비움만이 아닌 온전함으로도 존재한다. 진리는 우주와 만물의 근본이지만 모든 곳에 가득 차있다. 심지어는 허공의 공기 중에도 있다. 그러니 진리는 우주만유의 본원이기도 하지만 전체이기도 하다. 그 가운데 우주를 움직이게 하는 에너지와 원리도 진리이니, 곳곳이 부처라는 뜻의 처처불상이 아닐 수 없다.

만약, 근원만 진리라고 하면 나타난 모습은? 자연만 진리라고 하면 사람이 만든 자동차 등도 진리일까. 자연이든 인공물이든 쓰레기에도 진리가 온전하게 내재해 있다. 어느 것 하나도 아닌 것이 없다. 진리는 이 모든 것이 어우러져 균형을 이루며 생명력을 지닌다. 때로는 창조하며 살려내고 때로는 회귀시키며 큰살림을 해간다. 그러면 영혼 속에도 진리가 존재할까….

<삼동연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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