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담아낼 두번째 작품

▲ 김상엽 만화가의 〈체크메이트〉 1~7권
만화가에게 새로운 연재를 앞둔 기분은 어떨까.

2011년 4년동안 이어왔던 첫 장편 〈체크메이트〉 연재를 완료한 김상엽(법명 인선·양천교당) 만화가는 새 작품을 시작하는 긴장이 역력했다. 첫 작품엔 인기를 추구하다 두 번째 되어서야 작가의 사상이나 주제를 담아낸다는 만화. 비로소 자신의 이야기를 세상에 내보일 그녀의 도전이 이제 막 시작되고 있다.

그는 "손에서 마지막 원고가 떠나고 반년은 잘 쉬었다. 그런데 이내 차기작을 준비해야하는 터라 마냥 쉬기가 어려웠다. 자료를 모으고 취재도 하고, 마감보다 몸은 편한데 마음은 불편한 시간을 보냈다"고 말했다.

이름 덕에 보통 '그림 잘 그리는 남자만화가'로 알려져 있다는 그는 2006년 만화공모전으로 데뷔, 국내 최고 권위의 만화잡지 〈코믹챔프〉에 〈체크메이트〉를 연재하며 밤낮없이 살아왔다. 숱한 팬들을 양산하며 '만화의 부활'을 이끈 작품 중 하나인 〈체크메이트〉는 SF 판타지로 이 작품에는 원불교의 세계관을 담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그는 "주인공들이 사회적 약자가 억압받는 '어스'를 떠나 평등세계를 만드는데, 그 '안드로이드'의 모델이 바로 교법에서 추구하는 낙원세상이었다. 판타지 장르라 상상으로 세계를 만들어야 하는데 나는 기준이 딱 잡혀있으니 한결 수월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6월 최종 결정된 새 작품 '복원가의 집(가제)' 역시 '믿는 구석'이 있다. 숙명여대 사학과를 졸업한 그로서는 우리의 문화재나 유물을 복원하는 시놉시스에 애초부터 끌렸다. '복원가의 집'은 주인공인 남자고등학생이 부서진 물건들을 복원하며 역사와 가족, 추억을 다루는 옴니버스 작품이다.

그는 "첫 화에는 한국전쟁 당시 부서진 할머니의 경대(화장대)를 의뢰받는다. 어떤 할머니였으며 당시 상황은 어땠을까, 이 경대가 지금 이 사회를 살고 있는 우리들에게 전하는 메시지가 뭘까를 담아냈다. 스토리 위주로 끌어온 첫 작품보다 조사도 연구도 많이 필요했던 작품이다"고 설명했다.

원불교역사박물관과 성지 등을 방문해 소재거리를 찾을 계획이라는 그는 초등 시절 상계교당으로 입교, 중학교 시절 이사와 함께 양천(당시 강서교당)으로 옮겨 내내 교당을 다녔다.

격주 연재 속에서도 최서연 교무의 '외국인 노동자를 위한 한국어 교재' 삽화를 그린 바 있으며, 장형규 교무와 함께 '청소년을 위한 만화 대종경' 작업을 진행중이다.

'아무리 바빠도 교단일이라면 우선 순위'라는 그녀의 이런 공심은 아버지(김원봉 양천교당 교도회장)의 영향이 크다.

'꿈을 이루며 살아가는 삶'이 참으로 행복하다는 김상엽 만화가. 모두가 똑같이 한 곳을 보며 취향도 개성도 함몰되어 버린 요즘 젊은이들 속에서, 거친 길 당당히 꿈을 향해 달려가는 그의 손끝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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