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아이 주민등록증 발급 신청서를 들고 딸아이와 함께 읍사무소를 찾았다. 학생증이 없으면 이장님의 도장을 받아와야 한다. 이유를 물으니 딸아이가 나의 아이인지 확인 절차상 그렇다고 했다.

등본이나 기타 증명할 만한 서류로는 되지 않느냐고 물었더니 다 필요 없고 오직 학생증과 이장님의 도장 날인이 필요하다고 했다. 무슨 행정이 이런가 싶어 한동안 마음이 요란했다. 내일 또 나와야 한다는 부담감에 내 마음은 더욱 요란해 졌다.

어떻게 해야 할지 답은 나왔지만 쉽게 행동으로 옮겨지지 않고 결정을 내리지 못 하고 망설이는 내가 보였다.

정신을 차리고 읍사무소를 나와서 이장님댁으로 향했다. 가는 중에 작년 연말에 있었던 일이 떠올랐다.

불우이웃 돕기 성금을 모금하러 이장님께서 동네 어른 몇 분과 다니셨는데 도움을 드리지 못 한 기억이 떠오르며 어떻게 이장님을 뵐 수 있을지 미안한 마음이 앞섰다.

동포은혜가 떠올랐다. 언제 어떻게 어떤 인연으로 만나서 살아가는지를 몰랐던 그때의 어리석음을 지금 알았다.

남을 도울 줄 모르며 내가 도움이 필요할 땐 도와주기를 바라는 마음을 가지고 살지 않았는지 되돌아볼 수 있는 시간이 되어서 감사한 마음으로 오늘 하루를 잘 보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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