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학자 토인비는 불교가 서구에 전해진 것을 20세기 가장 중요한 사건으로 꼽았다. 이전 19세기의 서구는 쇼펜하우어나 니체, 키에르케고르 등 수많은 철학자 들이 불교를 먼저 공부했고, 이를 받아들이며 사상의 지평을 넓혀왔다.

일본의 선불교와 티벳불교는 20세기 미국사회에 엄청난 충격을 줬다. 특히 일본의 스즈키 순류는 미국 사회 합리주의적 사고의 틀에 동양적인 직관과 선 사상을 보급해 불교의 꽃을 피웠다. 1960년 미국의 히피문화와 결합하며 미국 젊은이들에게는 사상적 안식처를 제공하기도 했다. 그의 책 〈선심초심〉은 스티브 잡스가 젊은 시절 가장 영향을 많이 받은 책으로 꼽고 있다. 이들은 철저히 미국적인 불교의 색채를 띠고 있다.

지난 달 원다르마센터는 '젊은 세대를 위한 정기훈련(Young People's Retreat)'을 개최해 미국 내 영 리더(Young Leader) 양성에 힘을 쏟았다. 뉴욕대학교와 콜럼비아대학교 등의 젊고 유능한 학생 33명이 참가해 교법을 배우고 익혔다.

이렇게 원다르마센터가 개원한 이래로 빠르게 지역사회나 미국 사회에 안착할 수 있었던 것은 하드웨어적인 면도 있지만 소프트웨어적인 프로그램에 있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미주총부 건설이 본격화 되면서 한 후원자는 건물보다는 프로그램이 중요하다는 점을 인식했다.

그러면서 그는 미국 교화자에게 매년 500만원 정도의 금액을 지원해 미국 내 활성화된 불교, 명상 프로그램에 참가해 배우고 익히도록 했다. 이런 후원 덕택에 지도자와 원불교의 훈련 프로그램이 업그레이드 될 수 있었다.

하지만 순항하고 있는 미국교화에도 넘어야 할 과제는 많다. 일례로 2009년 수위단회에서 부결된 '여성 교역자 양장 정복 시범 시행 기간 연장(미주동서부교구 청원)'의 건은 두고두고 회자되고 있다. 당시 수위단원들은 총부 원로교무들의 뜻과 교단 정서 등이 아직은 시기상조라는 의견을 제시해 부결시켰다.

이와달리 미주선학대 미국인 교수는 미국내 원불교가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여성 교역자의 머리 모양과 정복을 바꿔야 한다고 재차 강조하고 있다. 여성 교역자의 머리모양과 정복문제는 수면 아래 내려간 형국이지만 잠복된 쟁점이 될 가능성이 크다.

교단이 추구하는 주세교단의 경륜이 한국적(교법) 가치의 세계화인지, 아니면 각 나라의 토양에 맞는 토착화를 뜻하는지를 분명히 해야 한다. 이같은 논의가 바탕이 돼 미국교화가 안고 있는 장애물들을 해결해야 한다.

또한 미국인 교도가 한국의 교단을 바라볼 때 과연 보편적이고 세계 시민적인 제도와 교법을 운영하고 있는지도 짚어봐야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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