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적 방향 정립과 안전보건 정보 제공이 필요

▲ 이주노동자는 우리 사회에 통합된 일원으로서 함께 살아가야 할 사람들이다.
▲ 일명 '앉은뱅이 병'에 걸린 태국 여성노동자. 환기조차 제대로 되지 않는 LCD 등 세척작업장에서 노말헥산이라는 위해물질에 노출되어 걷기조차 힘들어졌던 사건이다.

한국사회에서 이주노동자가 증가해 우리 사회의 비중 있는 일원으로 정착하고 있다. 그동안 이주노동자는 영세업종, 3D업종, 사양사업, 공해 유발 업종 등에 취업해 산업재해를 당할 위험이 크고, 소음, 분진, 불편한 자세와 장시간 노동 등 유해환경에 노출된 경우가 많으며, 미등록 외국인에 대한 단속, 보호(구금), 강제퇴거로 인한 심각한 정신적 스트레스, 불면증, 소화 장애 등이 있는 것으로 보고된 바 있다.

이주노동자의 규모가 어느 정도인지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한국사회의 노동력으로서 주요한 역할을 하고 있음에도, 결혼이주여성이나 내국인 노동자에 비해 정책적으로 그 관심을 적게 받아 필요할 때 활용하고 돌려보내는 노동력 활용방식이라는 비난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이주노동자가 한국에 와서 위험한 사고를 방지하고 위험요인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할 수 있는 수단 중의 하나는 안전보건에 대한 정보를 제대로 제공받고 잘 이해해 작업을 할 때 활용하는 것이다.

물론 사업주가 작업에 대한 위험요인을 방지할 일차적 책임을 가지고 있지만 이주노동자 역시 잘 이해할 수 있어야만 보호받을 수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이주노동자가 자신의 작업장에서 일하며 안전보건정보는 제공 받고 있는지, 언어 소통 문제와 문화 차이로 발생할 수 있는 문제를 안전보건 정보 제공시 어떻게 해결하고 있는지, 제공된 정보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는지, 충분하게 안전보건 정보를 숙지하기 위해서는 어떤 대안이 필요한 지에 대해서는 제대로 밝혀지지 않아 정책적 방향을 정립하지 못하고 있다.

이주 노동자가 국내에 유입된 배경은 산업구조에서 발생하는 인력부족 문제를 해결하는 차원에서 인력이 충원되었으므로, 이들이 취업하는 작업장은 국내 근로자가 기피하는 영세 소규모, 고위험 노동 업종이 대부분이다. 이러한 작업장 특성과 더불어 언어와 문화의 차이 및 업무 숙달 기간의 부족 등으로 각종 작업장 안전사고에 노출될 위험이 많다. 또한 국내에 들어오기 전 많은 이주노동자가 공장 같은 곳에서 일해보지 못한 사람도 많아 타국이라는 점을 넘어서 노동환경 자체가 익숙하지 않은 경우가 많아 산재의 위험을 가중시키고 있다.

실제 이주노동자의 산업재해현황을 살펴보면, 연도별 총 재해자수는 2004년 2737명에서 2008년 2520명, 2006년 3408명, 2007년 3969명, 2008년 5222명, 2009년 5599명, 2010년 5599명, 2011년 6509명, 2012년 6404명으로 전년도에 비해 소폭 감소했던 시기도 있지만 전반적으로 이주노동자의 산업재해자수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이주노동자 전체 수를 정확히 파악할 수가 없어 이주노동자의 산재가 전체 이주노동자의 규모가 증가한 것에 따른 것인지, 실제 산재가 증가했는지는 정확하게 파악하기 어렵지만 규모 추정의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산재가 실제 증가하고 있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어가고 있다.

이주노동자가 일하고 있는 사업장은 국내 제조업사업장에 비해 더 열악한 곳이 많고, 주로 50인 미만의 소규모사업장에서 일을 하고 있으며, 언어의 차이로 기본적인 안전수칙인 경고표지 및 안전표지 부착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고 물질안전보건자료 비치 및 활용도, 개인보호구 지급 및 착용, 작업복 지급, 작업통로 확보, 작업장 정리정돈 상태 등이 열악한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 이주노동자가 내국인이 기피하는 힘든 노동에 종사하는 근본적 원인이 산재발생을 유발하지만 최소한의 보호 장치인 안전보건에 대한 교육이나 정보가 제대로 제공되고 인지되지 못한다면 그 피해는 오로지 이주노동자에게 돌아 갈 것이다.

이주노동자 사업장

열악한 곳 많아


한국의 이주노동자는 고용허가제에 의해 저숙련 단순노무분야 위주로 취업하고 있다는 점, 짧은 고용기간으로 해외와 달리 이주정착형이 아니라는 점, 체류기간 이후 상당수의 이주노동자가 법적 보호를 받지 못한 채 미등록 근로자로 일하고 있다는 점, 한국어 습득 기간이 짧아 취업 및 안전보건 정보를 제대로 얻을 수 없다는 점, 내국인과 동일한 법적 적용으로 부당한 처우를 받지 않아야 한다고 했지만 제대로 이루어지고 있지 못하다는 점, 대부분 제조업의 50미만 사업장에 종사하여 안전보건관리 및 정보제공이 상대적으로 어렵다는 점, 사회문화적으로 직장내외에서 차별을 받고 있다는 점 등이 산재발생, 산재로부터 보호받을 수 있는 정보획득, 산재이후 산재보험 신청 주저 등에 영향을 미친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고용노동부 산하의 한국산업안전공단에서는 이주노동자의 취업 전 교육, 산재예방 동영상 생산 및 보급, 산업안전보건표지 제작 및 보급, 서비스업종 이주노동자 안내서 발간을 통하여 정보를 생산해왔다. 하지만 실제 이러한 정보가 작업장에서 일하는 이주노동자에게 유용한 정보인지, 어떤 유통경로를 통하여 실제 어떻게 활용되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앞으로 제대로 파악이 되어 효과성 있는 정보생산·유통·활용이 되어야 할 것이다. 민간영역에서도 최근에는 이주노동자를 위한 정보를 생산해 내고 있는데 예를 들어 (사)이주민과 함께는 지역의 산재추방단체나 노동조합과 함께 〈모든 노동자의 건강할 권리를 위하여〉라는 소책자를 8개 국어로, 〈이주노동자의 노동기본권〉이라는 소책자를 9개 국어로 발간하여 교육, 리플렛에 활용하고 있다.

이렇듯 이주노동자를 위한 정보가 문화적, 언어적으로 적정한 방식으로 생산되고, 자신의 작업현장에 유용한 정보로 활용되기 위해서는 정보의 내용, 활용방식이 이주노동자에게 도움이 되는 방식으로 진행되어야 할 것이다.

▲ 정진주 / 사회건강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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