眞空妙有의 造化 1

참이란 무엇인가? 참을 말하기 이전에 반드시 참에 도달하는 단계가 있다. 첫째는 어질 '현(賢)'이다. 여기에서 어질다는 말은 '굳다(堅)'는 뜻에 돈(물질)을 나타내는 자괘'패(貝)'(돈 또는 화폐)를 붙여 물질을 굳게 쓰는 일을 말한다.

즉 사람이 사람 이외의 물질을 대하여 이를 수용함에 대하여 언제나 함부로 쓰지 않고 유효적절하게 쓰는 것을 일러 '현명(賢明)'하다 하듯이 일단 물질을 굳고 밝게 쓴다는 말이다.

그렇기로 만물의 영장인 사람이 사람을 대하는 태도를 제대로 갖추기 이전에 우선 영장인 사람이 사람 이외의 모든 물질을 제대로 수용할 줄 아는 공부에서부터 참을 향하는 공부는 시작되어야 한다.

이런 뜻에서 만물을 절용(節用)하는 일이 참에 이르는 가장 기본적인 공부인 것이다. 만물의 영장인 사람이 만약 사람 이외의 만물을 함부로 쓰고 보면 그 자체가 곧 바로 사람에게 닥치는 재앙이 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절용을 실천하는 공부는 재앙을 막는 일이며 참을 엮어내는 가장 옳은 기초단계다.

둘째는 사람이 사람을 아끼는 단계이다. 사람이 사람을 아끼는 일을 원만하게 행할 수 있으려면 우선 나의 입장만을 고집할 것이 아니라 내 입장을 벗어 버리고 남의 입장을 깊이 이해할 줄 아는 이해력을 가져야 한다. 그래서 내 입장, 내 고집을 벗어 던지는 공부를 자신을 닦는 공부라 하여 이른바 '수기(修己)'라 이른 것이다.

자신의 입장을 벗어 던졌다 하여 반드시 참에 이르는 것은 아니다. 나와 내가 더욱 원만한 관계로 익어가려 한다면 참다운 나만을 고집할 게 아니라 나 아닌 남을 설득시켜 나갈 수 있는 설득력이 내 마음속에 튼튼한 내공으로 자리 잡혀 있어야 한다.

이처럼 사람이 사람을 이해한다거나 설득할 수 있는 능력이 충분한 상태를 일러 성인 '성(聖)'이라 하니 곧 '성'은 '이(耳)'(귀; 이해력)와 '구(口)'(입; 설득력)가 다른 이들보다 훨씬 뛰어난 사람이라는 뜻으로 '壬'(오둑할 임)을 붙인 것이다.

즉 단지 내 입장을 벗어나 남을 이해하고 설득할 수 있는 뛰어난 능력을 갖춘 상태를 남을 다스려 갈 수 있는 입장이라 말할 수 있으니 이런 단계를 일컬어 '법강항마위'(法强降魔位)에 올랐다 하며 수기치인(修己治人)의 도를 갖춘 초성위(初聖位)라 이를 수 있다.

따라서 "물질 수용을 제대로 하여 겉으로 버젓한 행동을 유지해 가는 것을 '현'이라 하나, 막상 제 마음 속에 든 잡된 생각을 이겨내 버린 것을 '성'이라 한다(景行維賢, 剋念作聖)〈천자문〉"는 옛 문자가 바로 참을 얻는 기초를 잘 말해주고 있다.

누구나 도에 뜻을 둔 자들은 언필칭 '위로는 대도를 구하고 아래로는 중생을 교화한다(上求菩提, 下化衆生)'을 외쳐 대기는 하지만 막상 자신이 아직도 중생의 상태를 벗지 못한 바에야 어찌 대도를 구할 수 있겠는가? 즉 제 몸 닦지 아니한 채 남을 닦아줄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래서 꾸어서라도 초견성(初見性)은 해야 한다 말씀하지 않았던가? 깊이 생각해 볼 말씀이다.

<문역연구회 고문>

저작권자 © 원불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