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음을 되찾아 주는 교당 행복을 주는 교당

▲ 교도들이 웃음치료를 통해 활짝 웃고 있다.
지사교당의 마당에 들어서자 교도들의 웃음소리가 먼저 들려온다. 법회 시작이 30여 분 남았지만, 법당을 가득 울리는 웃음소리의 주인공들은 한둘이 아닌 듯하다.

웃음치료와 요가로 힐링(Healing) 법회

그리 넓지 않은 법당에 들어서니 60여 명의 교도가 촘촘히 앉아있다. 초등학생부터 백발이 성성한 어르신까지 연령대도 다양하다. 그들의 눈은 모두 불단에 있는 신 교무를 향해 있다. 교무의 행동 하나, 말 한마디 놓치지 않는다.

신봉은 교무는 박수 유도하기 위해 양손에 '짝짝짝' 소리가 나는 장난감을 연신 흔들어 댄다. 교도들은 더욱 활기차게 손뼉을 친다. 얼굴에는 웃음이 가득하다. 이번에는 빨간색 복주머니를 높이 들었다. "가장 활기차게 웃는 교도님께 이 웃음폭탄(복주머니)을 던지겠어요. 이 안에는 작은 선물이 들어있습니다"라며 한껏 분위기를 고취시켰다. 한 꼬마 교도가 "교무님 제가 제일 크게 웃었어요"라고 자랑하니, 교도들의 웃음은 더욱 커진다.

이어 요가가 시작됐다. '가슴펴기자세', '전굴자세' 등 자리에 앉아 가볍게 할 수 있는 다양한 요가자세를 통해 일주일간 경직된 몸을 풀어준다.

이세경 교도 부회장은 "매주 법회 시작 전 30분 정도는 교무님이 웃음치료와 요가를 통해 교도들의 몸과 마음을 힐링해 주신다. 다소 무거워질 수 있는 법회에 활기를 불어넣어 주신다"며 "이런 교무님의 노력 때문에 출석 교도도 2배 이상 늘었다. 일요일 법회 날만 기다리는 교도들도 상당수이다"고 귀띔했다.

죽비 3타가 법회 시작을 알린다. 그새 신 교무는 법복으로 갈아입었다. 법회 풍경은 여타 교당의 모습과 다르지 않았지만, 불단 한쪽에 있는 스크린이 눈에 띈다. 화면을 클릭하니 성가가 흘러나온다.

신 교무는 "법회 준비를 하며 파워포인트 작성에 많은 시간이 할애되고 있다. 그만큼 법회진행이 수월하고 교도들 집중도가 높다"며 "눈과 귀가 어두운 교도들을 대상으로 하는 법회이기 때문에 오감에 자극을 줘야 하는데 훌륭한 보조 역할이 되고 있다"고 장점을 이야기했다. 부교무도 간사도 없는 법회 환경에서 파워포인트로 진행되는 법회는 한 사람 몫을 단단히 해준다.

교당의 주인은 교도

지사교당의 문은 항상 열려있다. 교도들은 굳이 법회시간이 아니더라도 언제든지 교당을 찾아와 기도를 올릴 수 있고, 휴식도 취할 수 있다. 신 교무는 항상 부담 없이 찾아올 수 있는 교당을 만들고 싶었다. 교도들과 공감대 형성을 최우선으로 했기 때문이다.

김은장 교도회장은 "이런 모습들은 교무님과 교도들이 가까이 소통하는 역할을 했다. 교도들도 허심탄회하게 교무님과 지낸다"며 "교당 문이 활짝 열림으로 마음의 문도 활짝 열린 것이다"고 전했다.

교화와 함께 교도들의 복지에 많은 신경 쓰고 있는 점도 큰 변화이다.

5월 어버이날이 되면 작게나마 버선, 옷, 이불 등 선물을 준비하는 것도 잊지 않는다. 섬김을 행하고 농촌 지역의 특성상 홀놈노인들도 다수이기 때문에 교당이 외로운 마음을 달래 주고 싶은 것이다.

거동이 불편하거나, 혼자 사는 노인들이 교당에 도움을 요청하면 흔쾌히 나선다. 자녀이 교당으로 전화해 부모님의 안부를 묻는 것도 이색적이다. 그만큼 교당은 교도들에게 격의 없는 편안한 공간이다.

법회는 신 교무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중 하나다. 일방적으로 교리를 설명하며 원리나 방법을 찾는 게 아니라, 최대한 재밌고 쉽게 준비한다. 교당의 주인은 교도이기 때문이다. 설교 역시 교도들 눈높이에 맞추기 위해 노력한다.

신 교무는 "교도들을 항상 행복하고 재미있게 만들어줘야 한다. 욕구를 파악해야 한다. 맞춤교화를 해야 한다. 교당에 오고 싶어지게 해야 한다. 만족을 시켜줘야 한다"며 "교당에 가면 따뜻하고 행복하고 재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교당은 교도를 위한 곳이기 때문에 항상 교도를 먼저 생각하는 것이다.
▲ 신봉은 교무가 법회 전 웃음치료 시간에 교도들의 박수를 유도하기 위해 '짝짝' 소리가 나는 장난감을 흔들고 있다.

순교 그리고 열반 대비

지사교당의 순교는 조금 특별하다. 교화의 의미도 있지만, 어르신들의 열반 후를 준비하는 과정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시골의 밤은 빨리 찾아온다. 해가 지고 어스름이 짙어지니 신 교무의 손도 바빠진다. 간단한 간식거리로 떡과 두유 등을 챙겨 든다. 지사교당의 부교무 역할을 도맡아 하며 궂은일도 마다 하지 않는 한종갑 교도도 따라나선다.

한 교도는 "교무님은 집집이 순교를 자주 다니는 편이다. 가서 말동무도 해드리고 그간 있었던 이야기를 듣는다. 어르신들은 자신이 살아온 이야기도 많이 하는 편이다"며 "순교를 다녀온 후 꼭 약력을 정리하신다. '어디서 태어났는지', '어떻게 살았는지' 등을 적어둬 열반했을 때 천도법문 작성에 참고하신다. 어르신들이기 때문에 직접 써와 달라고 부탁하기 어렵기 때문이다"고 뜻을 전했다. 순교가 교화의 역할만을 하는 게 아니었다.

교당에서도 이런 특별한 교화가 이어진다. 노인들이 행복한 열반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있다. 생사에 대한 의미를 연마해 내생을 준비하게 한다. '영정사진 찍기', '장례비 준비를 위한 자기 통장 갖기', '유언장 미리 써보기' 등 해탈 천도를 준비하도록 하고 있다. 교도 대부분이 고령이라는 것을 살핀 것이다.

마음공부단으로 교화대불공을

지사교당의 교화단은 이미 구성돼 있지만, 활동이 아직 미미하다. 70~80대가 대부분인 지사교당에서는 65세도 젊은 축에 든다. 활동도 쉽지 않은 고령의 교도들에게 교화단 활동은 부담스럽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신 교무는 "시각의 전환이 필요했다. 교화단 활동에 부담이 덜한 층을 찾았다. 비록 소수지만 교당의 청·장년층을 한 단을 구성해 마음공부단을 만들어 보려 한다"며 "사진작가를 하는 부부, 다문화 가족 등 법회 출석을 열심히 하는 젊은 교도들이 있다. 마음공부로 은혜확산을 해 나가고 실천교화로 사회불공을 하려 한다"고 강조했다. 지사교당도 백년성업을 위한 교화대불공에 미약하지만 도움이 되고 싶은 것이다.

지사교당의 목표는 '교도들이 행복하고, 즐거운 법회'이다. 교도들이 교당에 와서 재밌고 즐겁다면 교화는 자연스럽게 따라올 것이기 때문이다. 올해는 법회 출석 100명이라는 목표도 세웠다. 농촌지역에 있는 교당으로 쉽지 않지만, 본래 목표인 50명을 이미 이뤘기 때문에 더 큰 목표로 교화활성화를 꾀하고 싶은 것이다.

지사교당은 즐겁다. 교도들은 교당에 와서 일주일 동안 잠시 잊고 살았던 웃음을 되찾아 간다. 법동지들 간에 서로 소통하고, 손을 잡음으로써 정서적 안정도 이룬다.

이 같은 노력은 지사교당이 올해 기존 5급지 교당에서 4급지로 진급하는 성과를 낳았다. 임실군에서 제일 작은 면인 인구 1400여 명의 지사면에 있는 작은 교당의 큰 성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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