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보다 배꼽이 더 큰 시대 대제시대(大臍時代)
극단적인 이기주의와
중독에 가까운 욕망추구

▲ 전 세계 곡식 생산량의 1/3은 고기를 생산하기 위해 가축의 사료로 쓰이고 있다.
얼마 전 인터넷으로 뉴스를 검색하다가 깜짝 놀랄만한 사진 한 장을 봤다. 흰색 금속조각 같은 쓰레기로 잔뜩 덮여있는 지구행성 사진이었다.

인류 최초로 지구의 모습을 우주공간에서 바라 본 가가린이 "아름답다!"고 표현했던 지구의 모습이 아니었다.

현재 지구 주위에는 그동안 쏘아올린 인공위성 잔해물이 5500톤이나 널브러져 있다고 한다. 이로 인해 새로 쏘아 올린 인공위성의 기능이 마비될 지경이라니 현대의 첨단 통신이 거의 모두 인공위성에 의존하고 있는 마당에 이 쓰레기들을 청소하는 일은 무엇보다도 시급하다 하겠다.

최근에 영국에서 우주쓰레기를 처분하는 '자살위성'이 개발돼 올해 안에 쏘아 올릴 계획이라고 기사는 전한다.

무슨 방바닥에 널린 쓰레기를 빗자루로 쓸어 담는 것도 아니고, 우주까지 위성을 쏘아 올려 청소하는 것이니 쓰레기 한 번 치울 때마다 최소한 수백억의 비용이 들 것은 뻔하다.

사람들은 자기가 살고 있는 시대의 가장 큰 특징을 들어 시대의 이름을 짓는다. 현대 한국인의 삶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치고 있는 물건은 뭐니 뭐니 해도 스마트폰과 TV, 네비게이션일 것이다.

이 모두가 인공위성이 없으면 작동할 수 없는 물건이다. 한 마디로 현대는 '우주시대'이다. 그러나 오늘부터 나는 새로운 시대이름을 제시하고자 한다.

이름하여 '대제시대'(大臍時代). 우리말로 하면 '큰 배꼽 시대'이다.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시대라는 뜻이다.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사람을 본 일이 있는가? 만약 그런 사람이 있다면 모두들 손가락질하며 놀려댈 것이다.

불행하게도 현대인들은 자신이 그러한 모습으로 살고 있으면서도 눈에 잘 보이지 않는다는 이유로 멀쩡한 척 한다. 다른 생물들이 보기에는 이미 충분히 '괴물'인데도 말이다. 이 말이 같잖게 들리는 사람들을 위해 우리들 삶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치고 있는 대표적인 사례를 몇 가지 들어보겠다.첫째가 육식문화이다.

현재 전 세계의 곡식 생산량의 1/3은 가축 사료로 소비되고 있다. 한 해 6억톤의 곡물이 오로지 소고기를 생산하기 위해 소비되는데 이 곡물이라면 10억 명을 먹여 살릴 수 있다고 한다.

지구의 한 쪽에선 지나치게 육류를 섭취하여 온갖 성인병과 비만에 시달리는가 하면 다른 한 쪽에서 식량이 부족하여 초근목피로 목숨을 유지하고 있다. 이로 인한 사회적 비용은 차마 계산할 수 조차 없다.
▲ 40년 동안 쓸 전기를 만들기 위해 25만년 이상 사라지지 않는 쓰레기를 만들고 있는 원자력발전소.

둘째가 원자력 발전이다.

원전을 가동하고 있는 나라의 정부들은 한 입으로 핵 발전에 의한 전기가 가장 깨끗하고 비용이 저렴하다고 선전하고 있으나 이는 '새빨간 거짓말'이다.

만약 쓰레기 처분비용을 포함한다면 어느 누구도 핵에너지 산업에 투자하려 하지 않을 것이다. 대체로 핵발전소는 설계 수명이 40년 정도 되는데 이 과정에서 나온 방사능 쓰레기는 평균 25만년 동안 존속한다.

겨우 40년 동안 전기를 쓰기 위해 25만년이나 쓰레기를 치우고 있어야 한다. 문제는 그 쓰레기를 치우는 방법도 비용도 마련되어 있지 않다는 사실에 있다.

셋째가 무한정 늘어나는 도로 면적이다.

원래 도로라는 것은 집과 집 사이, 또는 동네와 동네 사이를 연결하는 통로에 불과했다. 그러나 모든 길과 공간이 자동차 위주로 재편성된 결과 이제는 도로의 점유비율이 인간의 거주면적보다 커지고 말았다.

우리나라는 2010년을 기점으로 본격적으로 도로 면적이 거주면적을 추월하기 시작했다. 이대로 가다간 사람이 도로 사이에 끼여 사는 꼴이 되고 말 것이다. 아니 이미 그렇게 살고 있는 지역이 수두룩하다.

특히 고속도로의 경우 도로가 엇갈리는 구역은 자동차가 다니는 실제면적의 많게는 열배나 되는 땅을 점유하고 있다. 국토의 주인이 사람이 아니라 자동차가 된 셈이다.
▲ 소비자들의 고기 소비 욕구에 맞춰진 식당의 모습. 현대인의 자화상이다.

넷째가 음식물쓰레기이다.

국제식량농업기구(FAO)의 발표에 의하면 전 세계에서 만들어지는 음식물의 1/3 가량이 쓰레기로 버려진다고 한다.

우리나라만 해도 음식물 쓰레기를 처리하기 위해 매년 8000억원 이상의 돈을 쓰고 있다. 관광지의 번듯한 식당이나 한정식집에서 한 상 가득 차려낸 음식의 절반 이상은 그대로 버려지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쯤 되면 먹기 위해서가 아니라 버리기 위해서 음식을 만든다고 해야 할 것이다.

다섯째가 물 낭비이다.

일반 성인이 하루에 마시는 물의 양은 겨우 2리터 정도이다. 그러나 그가 하루에 네 번 양변기 위에 걸터앉으면 60리터의 물이 소비된다. 어디 변기에서만 물이 새나갈까? 통계에 의하면 한국인의 하루 물사용량은 무려 346리터나 된다고 한다.

적절한 물이 없어 설사병으로 죽어가는 어린이가 매년 1500만 명이나 된다고 하는데 한쪽에선 이런 낭비가 눈 하나 깜짝 않고 이루어지고 있다. 정확히 먹은 만큼만 싸고, 남에게 피해를 입히지 않는 범위 안에서 물을 사용해야 하거늘.

예를 들자면 끝이 없겠지만 우리가 가장 쉽게 확인할 수 있는 대표적인 낭비 다섯 가지만 들었다.

사실 이 다섯 분야에서 벌어지는 낭비만 가지고도 지구를 죽음의 행성으로 만드는 데에 아무런 무리가 없다. 어째서 지상에서 가장 합리적인 동물이라는 인간이 이런 어처구니없는 일을 벌이고 있는 것일까? 인간의 합리적 이성을 마비시키는 무언가가 작동하고 있음에 틀림이 없다.

오로지 나만 잘 먹고 잘 살겠다는 극단적인 이기주의와 중독에 가까운 욕망추구가 그것이다. 그런데 인류가 발견한 가장 합리적인 체제라는 현재의 자본주의는 이 두 가지 가치관에 기초하여 만들어진 것이다. 이 역설과 모순을 외면하고 자본주의를 옹호하는 자들은 보통사람보다 훨씬 큰 배꼽을 달고 다니는 사람들이다.

현대인이 정녕 '인간'으로 불리길 원한다면 하루 빨리 자신의 배에 붙어있는 이 거대한 배꼽을 떼어내야 한다.
▲ 황대권<야생초 편지> 저자
(사)생명평화마을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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