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움은 자연에서 오는 것'
꽃 본연의 모습과 마주하고 대화
자연소재 최대한 살려 생명 느껴지게

〈꽃으로 말해줘〉, 이 소설의 각 장은 식물 이름으로 돼 있다. 소설 뒤에 실린 주인공 빅토리아의 '꽃말 사전'에서 각 식물의 꽃말을 찾아보면 사랑에 서툰 마음(흰장미), 엄마의 사랑(이끼), 화해(헤이즐)란 뜻을 갖고 있음을 알게 된다.

그녀의 꽃다발이 아름다운 이유는 사랑, 헌신, 행복, 소중한 기억 등 다양한 꽃말을 이용해 사람들의 소망이 담긴 꽃다발을 만들어주기 때문이다.

나포리교당 강혜선(50) 교도의 인상이 그랬다. 꽃으로 마음을 치료하는 '플라워 테라피스트', 그가 전하는 꽃다발은 받는 이의 마음에 먼저 와 닿아 내면의 꽃말을 읽어준다.

그는 30여 년간 꽃꽂이를 하며 인생의 절반 이상을 꽃과 함께 했다. 한양대학교 지도자 과정을 마치고 한국플라워디자인협회 회원으로 2년에 한번 씩 정기 작품전에 출품하고 있는 꽃 전문가다.

"계절마다 자연의 소재들이 다릅니다. 봄에는 다래 넝쿨이나 잎사귀, 나뭇가지 등 선 소재를 살리지요. 또 조팝나무도 너무 예쁜 봄 소재예요" 그는 오브제의 특성을 최대한 살린 작품을 만든다. 계절에 맞는 자연의 소재를 그대로 이용해 자연스러운 선이 살아나게 하고, 그 선이 주는 공간 까지, 그는 작품에 담는다.

"여름에는 마리초, 용수초, 엽린 등 시원한 그린 소재들이 있어요. 가을에는 까치밥, 밤나무, 감나무 등 열매 소재들이 좋잖아요. 겨울에는 매화나 동백, 소나무도 빼놓을 수 없는 소재입니다." 그는 자연 소재들은 계절마다 그 특색이 그대로 살아있다고 부언한다.

자연 소재를 중시하는 것은 동양 꽃꽂이와도 맥이 닿는다. 한양대학교 사회교육원 졸업작품전에서도 그의 동양꽃꽂이는 호평을 받은 바 있다. 오브제의 특성을 완벽하게 살린 작품으로 나선형으로 감아 올라간 수양버들의 반복적인 선의 형태는 오브제로 하여금 숨 쉬고 있는 물체로까지 느껴지게 한다는 평이었다.

애니시다로 엮은 몇 개의 갈란드와 아이비 줄기의 조화는 풍성함과 입체감을 주기에 충분했고, 수양버들로 엮은 덮개의 자연스러운 선들은 우직함 속에 섬세한 분위기를 나타냈다. 주황색의 착색조로 엮은 갈란드는 그의 작품의 포인트로 자연 소재를 이용해 생명이 느껴지게 한 것이다.

"동양 꽃꽂이는 선을 위주로 한 여백의 미가 중시되지요. 굉장히 어려운 플라워 아트이고 많은 철학을 담고 있어요." 그의 작품을 보고 있으면, 꽃을 장식의 대상으로 바라보기보다는 꽃 본연의 모습과 마주하고 대화하는 것이 일상에서 꽃을 즐기는 가장 좋은 방법임을 깨닫게 된다.

그는 꽃을 가까이 한다는 것은 자연과 생명의 근원에 다가가는 것과 같은 느낌이라고 말한다. 꽃의 생김새와 향기, 특징을 살피고 가장 잘 어울리는 화기를 골라 스타일링하면서 꽃과 대화를 나누는 것이다.

"마치 절친한 친구와 대화를 나누는 것 같은데, 사실 꽃과 대화를 나누는 것이 아니라 또 다른 나와 대화를 나누는 시간이지요. 누군가에게 받은 상처로 마음이 아플 때에는 꽃에게 우울한 마음을 내어 보이기도 하고, 홀로 숨겨둔 설레는 감정을 꽃에 담아 전하기도 합니다."

그는 꽃을 비싸고 화려하게 장식하는 것보다 일상에서 친숙하게 즐길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꼭 꽃병이나 플로럴폼을 쓰지 않고도, 머그컵이나 찻잔, 접시, 테이크아웃 커피 홀더 등 집이나 사무실에서 구할 수 있는 모든 소품들이 꽃을 만나면 아름다운 화기로 변신한다.

행사장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화환이나 꽃바구니 하나에도 '강혜선'만의 특징이 살아있다. 화려한 꽃 장식 속에서, 패랭이 꽃 작은 생명의 큰 행복이 담겨있고, 솜사탕 거리를 연상케 하는 조팝나무 바구니꽂이가 빛이 난다. 누군가의 시작을 응원하는 프리지아 접시 침봉꽂이와 내면의 외로움을 전할 수선화도, 전한이의 마음을 대신 한다.

"꽃들의 이름과 꽃말을 통해 서로의 아름다운 기억을 떠올리고, 꽃만큼이나 예쁘고 행복한 관계를 맺어갔으면 좋겠어요. 또 꽃 한 송이, 컵 하나로 자신을 위한 작은 선물을 준비할 수 있기를 소망합니다" 그가 잔잔한 미소로 그의 작은 소망을 전한다.

춥고 긴 겨울이 끝나고 화사한 봄소식을 알리는 것도 꽃이고, 누군가의 마음에 행복한 미소를 던지는 것 역시 꽃이다. 사계절을 쏙 빼닮은 다양한 꽃들의 향기로운 에세이가 담겨 있는 그의 꽃집을 나서는 길, 코끝을 간질이는 라일락 향기가 바람 끝에 달려있다.
저작권자 © 원불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