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함남규 대령 / 육군12사단 37연대장
언제나 국가와 사회의 발전에 애쓰시는 원불교와 원광대학교, 은혜의책보내기운동본부 관계자 여러분들에게 존경과 감사의 인사를 먼저 드린다.

우리 향로봉 연대는 강원도 동부전선의 최전방을 방어하고 있으며, 책임지역 내에는 해발 1,296m의 향로봉이 위치하고 있다. 향로봉은 한국전쟁 당시 가장 치열한 전투가 벌어졌던 격전지 중 하나로, 제주도에 3다(三多)가 있다면 향로봉에는 3혹(三酷)이 있다고 일컬어질 만큼 여건이 어려운 곳이다. 평균 2~3m가 쌓이는 눈과 최대풍속 20m/s를 넘는 강풍, 그리고 체감온도는 영하 40도까지 떨어져 이곳에 근무하는 장병들은 적(敵)뿐만이 아닌 날씨와도 싸워야 하는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향로봉 부대 연대장으로 부임해 어떻게 하면 어려운 여건을 극복하고 장병들이 활기차게 생활을 할 수 있을까, 군 생활이 병사에게 인생역전의 발판이 될 수 있을까 고민했다.

그 대안은 바로 책이었다. 그러나 어디에서, 어떻게 책을 구할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은 더 컸다. 그러던 중 우연히 철원교당 교무님으로부터 은혜의책보내기 운동본부의 이야기를 듣고 귀가 번쩍 뜨이며 가슴 설레는 희망을 갖게 됐다. 부모가 자녀를 위해 어려운 일을 기꺼이 감내하듯이 오직 병사들을 위한 도서관을 만들어야겠다는 생각 하나로 염치불구하고 뵌 적도 없는 권도원 본부장께 전화를 했다.

간곡한 필자의 이야기를 듣고 권 본부장께서는 "장병들의 성장은 국가 발전과 직결되는 아주 중요한 문제다. 장병들을 위한 연대장의 뜻이 이루어 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흔쾌히 허락해 줬다. 마치 큰 형님이 격려하듯이 말이다.

이후 부대 가까이 있는 인제교당과 연결해 줬고, 군종교구와 강원교구의 지원으로 향로봉 도서관을 개관하게 됐다.

도서관에 가득 찬 책들은 장병들의 가슴속에 작은 희망의 씨앗이 되고 밑거름이 될 것이다. 독서를 통해 장병들의 지적호기심은 충족될 것이며 젊은 인재들의 밝은 미래가 준비될 것이다.

장차 이곳 향로봉 도서관에서는 독후감 발표회를 열어 인근 주민은 물론 병사들의 부모님까지 참여하는 등의 행사로 국민독서 향상을 도모코자 한다. 그리고 보내준 수채화나 디자인, 서예서적 등을 취미 활동 동아리들이 사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

도서를 통해 장병들의 정서가 더욱 안정이 되고, 우리 장병들의 사고(思考)는 더욱 깊어질 것으로 조심스럽게 전망해 본다. 장병들에게 책은 단순히 읽을 거리를 제공하는 차원이 아니다. 복무기간 정체되기 쉬운 정신의 세계를 확장하는 소중한 소재(책)가 되기 때문에 시기적으로 중요하다.

은혜의책보내기운동이 우리 부대에서 100만권 돌파를 기념하게 된 것은 우연이 아닌 기연인 것 같다. 이런 소중한 행사에 좌산상사님께서 친히 우리 부대를 방문, 설법까지 해 주셨으니 이 순간을 어찌 잊을 수 있을까. 또한 비포장도로를 2시간 왕복하며 향로봉부대를 위문방문, 장병들의 사기를 진작시키고 남북의 평화를 염원해 주셨으니 감사할 따름이다.

특히 건강상의 이유로 100만권 돌파 기념식에 참석하지 못한 권 본부장께 지면을 빌어 진심어린 감사와 존경의 마음을 전하고자 한다. 권 본부장님은 필자와 60만 장병 모두가 '은장(恩將)이 되라' 했다. 그 말씀을 잊지 않고 실천하며 보은하겠다고 다짐해 본다.

이번 향로봉 도서관 개관을 계기로 우리 부대와 원불교, 은혜의책보내기 운동본부의 창의적인 만남을 앞으로도 계속 지속되길 염원한다.

바쁜 와중에 100만권 돌파 기념식에 참석해 준 이법은 강원교구장님, 정토회관 관계자분들, 양제우 군종교구장님, 송인걸 원불교신문사장님 등에 감사한 마음을 전한다. 앞으로도 원불교의 무궁한 발전과 은혜의책보내기 운동본부의 건승을 기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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