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광익 교무의 '반야바라밀다심경'

▲ 남악회양선사
이 말은 곧 시간으로서의 공(空)과 공간으로서의 공(空)을 지칭한다. 시간적인 공이란 분석되고 분석을 해 보는 것으로서의 공을 말하고, 공간적인 공이란 직관(直觀)에 의해서, 또는 공자체(空自體)를 두고 하는 말이라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시간적인 공이란 무엇을 말하는 것일까? 이는 시간의 흐름에 의해서 공화(空化)되어 간다는 의미이다. 가령 여기에 값진 보석이 있다고 할 때 현상에서 볼 때는 보석 자체가 투명하여 절대 변하지 않고 그대로일 것 같지만 시간이 흘러가다보면 자연 산화되거나 깨어져 부스러기가 될 수 있다. 이 부스러기는 더 가루로 변하게 되고 그 가루는 결국 먼지가 되어 날아가 버리고 만다.

만일 이런 보석에 시간의 흐름이 없이 멈추어있다면 영원할지도 모르지만 시간의 흐름을 거역할 수가 없어서 결국 공으로 돌아가고 만다.

또한 사람을 두고 보더라도 육신을 구성하고 있는 존재를 지·수·화·풍(地水火風)이라 한다. 이 지수화풍 네 가지는 자체의 불변성이나 불역성이 없기 때문에 시간이 흐르고 조건이 맞아지면 모아지기도 하고 흩어지기도 하여 자체의 견실을 가지고 있지 않다.

다시 말하면 사람의 몸을 이룰 조건이나 여건이 되면 지수화풍이 모여서 사람의 몸을 이루고 몸이 이뤄질 조건이나 여건이 다하면 자연 지(地)는 땅으로 돌아가고 수(水)는 물로 돌아가며 화(火)는 불로 돌아가고 풍(風)은 바람으로 돌아가서 사람은 몸은 자연 없어지게 된다.

그렇다면 우주는 어떠할 것인가? 우주는 성·주·괴·공(成住壞空)으로 돌아간다. 즉 이루어지고 머무르며 무너지고 없어지는 과정을 시간에 의해 이어가고 있다. 따라서 성(成)의 기간이 몇 년에서 몇 년까지라고 단정을 할 수 없다. 주(住) 괴(壞) 공(空)도 마찬가지이다.

그래서 성(成)하는 가운데서 주(住) 괴(壞) 공(空)하는 부분이 있고, 주(住)하는 가운데서 성(成) 괴(壞) 공(空)하는 부분이 있으며, 괴(壞)하는 가운데서 성(成) 주(住) 공(空)하는 부분이 있고, 공(空)하는 가운데서 성(成) 주(住) 괴(壞)하는 부분이 있어서 끊임없이 돌아가고 있다.

이것을 연기(緣起)라고 할 수 있다. 연기라는 말은 '인연에 의해서 일어난다'는 의미로 이것이 있으려면 저것이 반드시 있어야 하고, 저것이 있으려면 이것이 반드시 있어야 한다. 또 이것이 없어지면 저것도 반드시 없어지고, 저것이 없어지면 이것이 반드시 없어진다. 그리하여 형상이 있는 모든 것들은 서로 얽히고 관계가 되어져서 온갖 변화가 되는 것이지 독자적으로 변화를 이룰 수는 없다.

그래서 제행무상(諸行無常), 제법무아(諸法無我)라는 말이 나오게 된다. 제행무상이란 우주 만물은 시시각각으로 변화하여 한 모양으로 머물러 있지 않는 것인데 사람들은 이를 항상 불변하는 존재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릇된 견해를 없애기 위해서 무상이라고 했다. 또 제법무아는 만유 제법은 인연으로 인해서 생겨난 것이므로, 자아라고 할 만한 실체가 없는 것인데 사람들은 아(我)에 집착하는 그릇된 견해를 일으키게 되므로, 이를 없애기 위해서 무아라고 했다.

공간적인 공(空)이란 무엇을 말하는 것일까? 이는 어떤 선입관이나 후입관, 분석이나 따짐없이 그대로 공(空)이라는 의미이다. 어떤 사량(思量)이나 계교나 관념이나 선견을 갖지 않고 있는 모습이 되었든 없는 모습이 되었든 바로 그대로가 공(空)이라는 의미이다. 그리하여 이 공은 허무의 공이거나 소멸의 공이 아닌 만유를 생성할 수 있는 진체(眞體)요 진성(眞性)으로서의 공을 말한다고 할 수 있는데 짐작이나 어림으로 추측할 수 있는 것이 아닌 무형(無形), 무취(無臭), 무적(無迹), 무위(無爲)라고 할 수 있다.

노자 〈도덕경(道德經)〉에 보면 '도생일(道生一) 일생이(一生二) 이생삼(二生三) 삼생만물(三生萬物)'이라는 문구가 있다. 만일 도(道)가 하나를 낳았다면 도(道)는 무엇일까? 이 글 자체가 만물의 생성과정을 추리(推理)한 것이라고 볼 수 있지만 과연 도(道)를 낳은 어떤 무엇이 있는 것이 아닐까?

이것이 근본적이요 원천적인 공(空)이라고 가정(假定)의 이름을 지어줄 수 있지 않을까?
저작권자 © 원불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