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산시대의 양육스트레스, 녹록하지 않다
학력과 소득 낮을수록 증가

▲ 캐나다 여성건강클리닉의 산후교육 워크숍 내용.
▲ 세르파 프로그램을 소개한 신문기사.
자녀양육은 부모에게 심리적 사회적 안정감을 주고, 부부간 관계의 주요 매개가 되기도 하며, 자신의 삶을 반성할 기회를 갖게 하는 등 긍정적인 기회를 제공한다.

특히 영아기에 부모와의 상호작용 경험을 토대로 형성된 애착은 아이가 성장하면서 다른 사회관계를 형성할 때 준거가 되는 중요한 부분으로 유아의 사회적 정서적 발달과정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각 가정에 이제 자녀 1명이 전부인 초저출산시대가 도래하여 자녀를 돌봄으로써 발생할 수 있는 자녀양육 스트레스는 과거보다 감소할 수도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많을 것이다. 그렇지만 현실은 그렇게 녹록해 보이지 않는다.

무엇보다 가족구조가 바뀌어 3세대가 함께 살면서 아이를 돌보던 시절은 지났고, 핵가족이 증가하면서 자녀양육은 부부의 손에 고스란히 남게 됐다. 그렇다고 사회적으로 보육시설이나 연계망이 잘 마련되어 있는 것도 아니다.

더욱이 아이 양육의 부담이 부모가 아닌 여성에게 그 책임이 주어지는 한국사회에서 양육스트레스는 고스란히 여성의 부담으로 다가가기 마련이다.

양육스트레스에 대한 과거의 논의는 취업한 여성의 양육스트레스, 즉 보육시설의 부족, 양육시간의 부족, 양육의 질 저하, 일과 양육의 양립 불가능성, 출산 및 육아휴직 사용의 어려움 등으로 노동시장에 진입한 여성들에 대한 양육스트레스가 주요한 사회문제로 등장했다.

일하는 여성의 대부분이 소기업에 종사하고, 비정규직으로 일하고 있는 현실에서 일과 양육의 어려움과 휴가의 사용은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문제로 남아 있다.

특히 하루가 멀다 하고 신문과 방송에 등장하는 단골 메뉴가 어린이집이나 유치원 등에서의 아동학대, 저급한 식단, 보육시설 원장의 비용 착복 등에 관한 이야기니 마음 놓고 아이를 맡길 장소도 마땅치 않아 보인다. 다른 대안이 없는 상황에서 자녀는 이런 보육시설에 맡겨질 수 밖에 없다.

일부 여성관리자의 경우는 '그림자' 어머니인 친정, 시댁 양가의 어머니가 주로 아이를 양육하는 경우로 그 경로를 달리 할 뿐이다. 여성부가 2007년 실시한 조사에서는 여성관리자의 77.5%가 친정부모와 시부모에게 어린 자녀를 맡기고 있었다.
▲ 가사노동시간의 남녀 비교, 한국보건사회연구원(2012)

▲ 취업자의 가사노동시간 남녀 비교, 한국보건사회연구원(2012)
한편 한국의 노동현실로 인해 가정내 양육을 부부가 함께 하기도 힘든 상황이다. 우리나라 여성(20~49세)의 가사노동시간은 남성(20~49세)의 약 8배가 많아 평일기준으로 남성은 33.5분 여성은 276.1분이다.

취업자만을 대상으로 남녀의 가사노동시간의 차이를 보면 평일 기준으로 여성이 남성의 약 6배에 달하는데 취업자 남성의 평일 가사노동시간은29.3분, 여성은178.6분으로 여성이 남성보다 가사노동을 149.3분 더하고 있는 실정이다.

즉 우리나라는 취업여부와 관계없이 여성의 가사노동부담이 매우 크며 특히 일하는 여성은 절대적인 시간 부족에 허덕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러한 사실은 노동시간의 감소와 가정내 양육을 포함한 가사노동시간의 남녀 형평성이 이루어져야만 양육스트레스에서 여성이 자유로울 수 있음을 알 수 있다.

일하는 여성만이 양육스트레스를 느끼는 것은 아니다. 직업 대신 자녀양육을 전적으로 선택한 여성은 취업한 어머니와는 다른 양육기준과 스트레스 요인을 가질 수 있다. 자녀 양육에 대한 사회적 기대치가 높아지고 있고, 가정에서 주요 업무가 자녀 양육이 된 상황에서 본인의 인생 성공의 정도가 자녀양육의 성공과도 맞물리는 상황이 된다.

자녀의 영양상태, 교육 및 학습정보 획득 및 실행이 주요한 양육의 내용이 될 수 있다. 그런데 한국 사회는 점점 더 경쟁이 심화되고, 관계가 개인화·파편화되고 있어 공동의 양육관계망을 형성하기 보다는 각 가정에서 여성이 그 부담을 지고 있다.

따라서 우울증이나 스트레스로 인한 부정적 영향이 특히 여성들에게 많이 나타나고 있다. 최근에 발간된 〈엄마도 때론 사표내고 싶다〉, 〈엄마는 괴로워〉라는 책에서 양육스트레스에 대해 잘 나타난 바 있다.

양육스트레스는 모든 여성에게 동일하게 오는 것이 아니다. 한국아동패널을 분석한 최근 연구에 따르면(서울시, 2012), 2009년도 육체직 종사자가 비육체직 종사자 보다 더 많이, 또 학력이 낮을수록, 소득이 낮을수록 양육스트레스 점수가 증가하는 양상을 보였다.

사회경제적 차이에 따른 양육스트레스 원인을 밝혀내고 사회적 지원이 필요한 이유이다. 이러한 이유로 호주, 미국 등 각 국에서는 영아기의 아이가 잘 자랄 수 있도록 방문간호나 산후도우미 등을 국가적 차원에서 예산을 지원하며 돕고 있다.

캐나다에서 가장 오래된 여성건강클리닉에서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아이를 출산하고 나면 일정한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정부의 예산을 받아 실시하고 있는 이 교육은 특히 건강한 부모가 건강한 아이와 연결되어 있다는 점에 착안하여, '엄마가 된다는 것', '(아이 외에)나 역시 중요하다', '감정의 굴곡을 어떻게 헤쳐 나갈 것인가', '엄마라는 신화', '새로운 구성원이 등장한다는 것' 등으로 자녀의 탄생과 함께 여성이 가질 수 있는 양육스트레스를 여성의 관점에서 풀어가는 워크숍을 진행하고 있는데 우리 나라의 산후 우울증의 감소에 보탬이 될 것으로 보인다.

더 나아가 이미 어머니가 되었던 경험이 있는 사람과 신생 어머니를 연계하여(세르파 프로그램) 경험을 전수하고, 어려움을 극복하도록 하는 지역사회 프로그램을 실시하고 있다.

양육스트레스가 단지 여성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구성원과 아버지가 함께 풀어 갈 수 있는 다양한 방안이 필요한 시점이다.
▲ 정진주/사회건강연구소 소장
저작권자 © 원불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