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타원 김혜성 원정사 열반
해탈무욕의 심경으로 일관

공도사업의 표상이자 속 깊은 수행적공으로 성현의 반열에 올라 수많은 후진들의 사표가 됐던 신타원 김혜성(信陀圓 金慧性) 원정사가 5일 거연히 열반에 들었다.

경산종법사는 추모법문에서 "원정사는 입교한 이후 〈원불교 교전〉을 머리맡에 두고 수시 봉독과 쉼없는 기도로 수행정진했다"며 "'서원은 보통의 기도로 이뤄지는 것이 아니다. 행동이 뒤따라야 한다'는 분발심으로 적공 또 적공했다"고 추모했다. ▷관련법문 3면

재가 출가교도를 대표해 한은숙 감찰원장은 "원정사께서는 복혜를 다 갖추셨으나 티 없이 맑고 자애로운 어른이었다"며 "사심 망념이 스스로 녹아나게 하는 힘으로 그 복과 혜를 다 지키고, 키우고, 나누고, 되돌리면서 늘 해탈무욕의 심경으로 일관했다"고 회고했다. 이어 그는 "일원대도의 조불불사에 정재를 다 바치셨고, 안으로는 허공의 한 마음에 모든 자취를 거둬 안거한 대호법주셨다"고 추모했다.

신타원 원정사의 열반을 당하여 좌산상사는 "일찍이 영산회신성(靈山會信誠) 삼천년을 뻗질렀고, 정법으로 밝힌 혜광 온 누리 비추는 도다. 삼륜으로 쌓은 은혜 온 생령 적셔 안으니, 그 이름 공덕탑이라 영원무궁하리로다. 뜻은 수덕(水德) 합덕(合德)이라, 저 만큼 여여래래 아닐런가. 어허 백주년이 눈앞인데 심월상조(心月相照) 구곡정(九曲情)을 어이 어이 하리까. 온 세상 가득한 부처가 제 각각 득도라, 장광설법 끊임없고 석두(石頭)도 점두(点頭)하여 사자후(獅子吼)를 토하는 도다"라는 법구를 내려 축원했다.

원정사는 조흥은행 전무를 지낸 김신석 선생의 1남1녀 중 외동딸로 태어나 이화여전(현 이화여대) 3학년 때 전주지방법원 판사로 재직 중이던 국산 홍인천(속명 진기) 전 중앙일보·동양방송 회장과 결혼했다. 원기48년 혁타원 송예성 종사의 인도로 종로교당에서 입교한 원정사는 올케인 혁타원 종사와 법정이 돈독한 파수공행(把手共行)의 알뜰한 도반이었다. 원기62년 신타원이라는 법호를 받았고, 원기73년 대호법(大護法)의 법훈을 수훈했으며 원기76년 정식 '출가위(出家位)'에 승급해 종법사의 자문역할인 원로회의 의원으로 활동했다.

원정사는 부군과 같이 서울대학교 법대 후배들 위한 '인혜장학회'를 설립했고, 원기73년 국산과 신타원의 법호를 딴 '국신장학회'를 설립해 교단의 예비교역자 인재양성에 힘썼다. 이어 서울보은회 창립과 원다르마센터 건설로 결복기 교단의 터전을 다져줬다. 이밖에도 미주선학대학원대학교와 맨하튼교당, 중앙중도훈련원, 배내청소년훈련원 등도 원정사와 가족들의 희사로 불사가 이뤄졌다.

원정사의 세수는 90세, 법랍은 50년 3개월, 공부성적 정식출가위, 사업성적 정특등 4호, 원성적 정특등에 해당돼 원불교교단장으로 장의위원회가 꾸려져 장의절차를 밟았다.

종재식은 7월23일 원불교 서울회관에서 거행될 예정이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장모인 원정사는 자녀로 홍라희 삼성미술관 리움 관장과 홍석현 중앙일보·JTBC 회장, 홍석조 BGF리테일 회장, 홍석준 보광창업투자 회장, 홍석규 ㈜ 보광 회장, 홍라영 삼성미술관 리움 총괄부관장을 뒀다. 신앙 수행의 높은 경지에 오른 원정사의 영향으로 여섯 자녀도 원불교에 입교해 중추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빈소가 차려진 삼성서울병원 장례식장에는 박근혜 대통령을 대신한 하태열 비서실장의 조문에 이어 이명박 전 대통령과 정·재계 및 종교계 인사들의 조문이 줄을 이었다.
저작권자 © 원불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