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교당과 신협에 볼 일을 마치고 집으로 가기 위해 택시를 타려는데 그날따라 시간이 걸렸다.
한참을 기다려 앞쪽에서 오는 택시를 손으로 불러 차문을 열고 들어가 목적지를 알려주고 자리에 앉자마자 신호에 걸려 밀리기 시작했다.

집에 거동이 불편한 환자를 혼자 두고 온 부담감과 함께 지압 치료시간이 가까워 오는 것 때문인지 오늘따라 빨간 신호등 시간이 더 길어진 것 같이 느껴지며 마음도 바빠졌다.

택시기사도 원래 지금 이 시간대가 이렇게 밀릴 때가 아닌데 오늘은 그렇다며 답답해했다.

목적지가 가까워져 오기에 나는 택시요금을 준비하기 위해 요금 미터기를 보며 무거워진 주머니를 정리했다. 오늘 따라 요금도 많이 나온 느낌이었다.

주머니에서는 볼일을 보러다니며 넣어뒀던 1000원권 지폐와 500원짜리 동전, 100원짜리 등이 많이 있어 이를 택시요금을 준비했다.

목적지에 도착해 요금을 주고 택시에서 내려 몇 걸음 걸어가다가 왼손에 무엇이 쥐어있는 것이 느껴졌다.
이상해서 손을 펴보니 택시요금으로 지불해야할 500원 짜리 동전 4개가 그대로 있는 것이다.

나는 '아차!'하고서 타고 온 택시를 찾으려고 주변을 둘러봤다.

내린지 얼마 안돼서 그런지 마침 빨간 신호등에 걸려서 택시가 멈춰져 있었다. 처음과 달리 빨간신호등이 감사한 역할을 해준 것이다.

택시기사도 내가 준 돈을 손에 쥔 채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창문을 열고 나를 부르려던 참이었다.

나는 종종 걸음으로 뛰어가서 "기사님, 죄송합니다. 제가 택시요금 4400원을 준비해 양손에 들고 한쪽 것만 드렸네요"라고 말했다.

기사님은 이제 알았다는 듯이 나머지 돈을 받고 아무 말 없이 웃기만 했다. 고의는 아니었지만 실수를 한 내가 오히려 부끄러운 마음이 가득했다.

집으로 걸어가는 길, '급할수록 마음을 늦추라'는 〈대종경〉 인도품 34장 말씀이 더욱 마음에 와 닿아 다시 새겨 보며 집에 도착했다.

<전주교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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