事 理 硏 究 1

일이란 무엇인가? 일이란 개별자가 단독으로 빌려 일어나는 것은 아닌 듯 싶다. 어떤 것과 어떤 것이 그 어떤 묘한 연관이 있어서 비로소 벌어지는 것이 일인 것이다. 말하자면 A와 B가 서로 긴밀한 관계가 있어야 어떤 일이 이뤄지는 것이다.

즉 학생은 학교 안에서 수업에 열중할 일, 공원 안에서 애완동물을 데리고 다니지 말 일, 또는 깊은 물에 다다라서는 아무런 사전 양해 없이 물속에 풍덩 들어가지 말 일, 등 학생과 수업, 애완동물과 공원, 그리고 깊은 물과 수영 등의 관계에서 벌어지는 것이 바로 일인 것이다.

특히 "그림을 그리는 일에 있어서는 흰 비단이 갖추어져 있은 연후에야 그림을 그릴 수 있는 것이다(繪事後素)"라고 했다. 그림 그리는 일은 반드시 흰 비단을 바탕으로 삼은 뒤에 오색의 채색을 칠하는 것이기 때문에 사람의 아름다운 자질이 있은 연후에야 문식을 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처럼 어떤 사물만 보고서 그대로 그리는 것이 그림이 아니라 그림을 나타낼 만한 구상이 마음속에 들어 있어서 그것이 곧바로 흰 비단에 하나하나 풀어 나와야 한다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일을 하기 전에 앞서서 주밀한 계획이 앞서야 한다(作事謀始)"라고도 했다. 즉 일이 돌아가는 추이와 그에 따르는 수지 관계나 또는 일의 분업은 어떻게 해야 할 것인지를 곰곰이 따져 보는 일이 일에 앞서서 훨씬 중요한 것이다.

<대학>에서는 "물건에는 근본과 가지가 있고, 일에는 마침과 시작이 있나니 그 먼저 할 바와 나중에 할 바를 잘 알 수 있다면 곧 도에 가깝다 하리라"고 했다. 즉 가장 간단하고도 단순한 구조를 지닌 식물의 경우에도 뿌리와 끝이 있는 것처럼 아무리 복잡한 인간사 일지라도 먼저 할 바와 나중에 할 바가 있으니 그 선후를 안다면 곧 도에 가깝다 하리라는 말이니 곧 일이란 순서에 맞도록 해야 한다는 말이다. 그렇다면 일의 뿌리는 어디에 있는 것인가?

결국 사사물물의 근본적인 뿌리는 하늘 일 수 밖에 없으니 인간의 일상사 역시도 그 근본적인 구조는 '천리지절문, 인사지의칙(天理之節文, 人事之儀則)'이라는 말처럼 하늘에서 내려온 바른 가락과 옳은 문양이 사람 살아가는 의식이 되고 원칙이 돼야 한다는 말일 뿐이다.

그래서 하늘 모시는 일을 제일로 삼고 그것에서부터 점차로 사람 섬겨 나가는 일을 마치 부싯돌에 무딘 칼을 갈 듯 한다면 자연히 각자 주어진 일들이 잘 풀려 나갈 것이라 믿는다. 이렇게 믿는 일이 곧 '신(信)'이요 이처럼 끊임없이 행하는 일이 '성(誠)'인 것이다.

믿음과 정성으로 갈고 갈다 보면 끝내는 반들반들 빛나고야 말 것이다. 그러나 그렇지 않고 "하나의 일을 경험하지 않으면 하나의 지혜를 얻을 수 없다(不經一事, 不長一智)"라는 식으로 하나의 일을 직접 겪지 않으면 하나의 지혜라도 얻을 수 없다고 했다. 일은 갈고 닦아야 비로소 얻어지는 것이다.

<문역연구회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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