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연

▲ 광주교당 박성은 교도
광주교당에서는 매년 신년이 되면 1년 공부표준으로 '법문 뽑기'를 한다. 교당에 다니면서 참으로 신기하게 생각되는 일은 내 마음을 꿰뚫어 본 듯 신정절 법문 뽑기의 공부표준은 내게 꼭 필요하고 알맞은 법문들이었다.

원기94년에는 '멈추는 공부', 원기95년 '내 집 부처에게 잘하기', 원기96년 '〈대종경〉 요훈품 30장 말씀', 원기97년 신정절에는 특신급 6조 '두 사람이 아울러 말하지 말며'를 받아 공부했다.

어느날 아내인 육타원과 재래시장에 갔다 생긴 일화이다. 과일을 사기 위해 가격을 물어보고 좀 비싸다 싶어 둘러보고 '다시 오겠습니다'며 돌아서는데 갑자기 머리와 등 뒤에 왕소금 세례를 받았다. "에이 재수 없어. 오늘 장사 망쳤구먼. 더럽네" 등 차마 듣기도 거북한 욕설을 해댔다.

나는 당장 화가 치밀었고 "이 여자가!" 하며 크게 싸울 기세였다. 아내는 "똑같은 사람 되지 맙시다"라며 "경계를 당했을 때 취사를 잘하는 것이 공부인의 자세예요"라며 내 팔을 꼭 잡았다.

"저도 일어나는 마음 달래려 하는데 당신은 아무 말 마세요. 제가 처리합니다"라며 상인에게 다가가 "가격 물어보는 것이 그리도 잘못된 일입니까? 장사하면서 너무합니다. 소금을 뿌려요? 제가 사가지요. 얼마라고 하셨죠?" 라고 말한 후 계산하고 물건을 받아들고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많이 파세요. 우리 오늘 좋은 날 됩시다"하고 화해를 청했다.

그 상인은 몹시 미안해 했다. 아내의 상상할 수 없는 과감한 행동은 내게 큰 공부가 됐다. 그 순간 저절로 "아! 아!"하는 감탄사가 나왔기 때문이다.

나는 아내에게 "지는 사람이 이기는 사람이라더니 참 대단합니다. 잘도 참네요" 했더니, 아내는 "대종경 인과품 10장 말씀 덕입니다. 네가 갚을 차례에 참아버리라 그러하면 그 업이 쉬어지려니와 네가 지금 갚고 보면 저 사람이 다시 갚을 것이요, 이와 같이 서로 갚기를 쉬지 아니하면 그 상극의 업이 끊일 날이 없으리라. 이 말씀으로 화난 마음을 달래고 있었습니다"라고 아내가 말했다.

'참 대단한 공부심이구나. 공부하는 사람의 모습이 바로 저런 모습이구나' 하는 생각에 아내를 칭찬하지 않을 수 없었다.

또 하나의 사례가 있다. 퇴직 후 조그마한 상가 건축 과정에서 후배와의 일이다.

내가 부탁한 상가 건축을 담당했던 후배가 공사를 마무리하고 잔금정산을 하게 됐다. 그런데 공사초과비용이라며 3천 만 원의 청구서를 내밀었다.

그 일 이후로 향우회 선후배로 평소 호형호제하며 지내던 나와 후배는 분위기가 예전 같지 않았다. 선배인 나는 후배를 미워하고 원망했으며 후배 역시 매번 모임 때마다 인사는 하면서도 어색하고 불편한 기색이 역력한 상태로 15년을 지냈다.

어느 날 교전 봉독을 하는데 〈대종경〉 요훈품 30장 말씀에서 후배의 얼굴이 떠올랐다. '자기의 마음 가운데 악한 기운과 독한 기운이 풀어진 사람이라야 다른 사람의 악한 기운과 독한 기운을 풀어줄 수 있나니라.'

그동안 경계를 대조하고 조명해보니 모든 게 내 탓이요 내 마음으로 지은 업이라는 사실을 깨닫고 선배인 내가 먼저 손을 내밀고 화해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그 일이 쉽지만은 않았다. 수개월이 지났는데도 그 매듭을 풀지 못하고 지냈다.

그러던 중 연말 부부동반 송년회에서 기회가 왔다. 한 해를 보내며 아쉬웠던 일이나 덕담 한마디 부탁한다는 사회자의 요청으로 마이크를 잡았다.

'기회가 지금이구나! 지금이 화해 시점이구나!' 차라리 대중 앞에서 하기로 마음먹고 용기를 냈다.

40여 명의 대중들 앞에서 호형호제로 지냈던 두 사람이 불편했던 15년 동안의 고통을 털어놓으며 생각해보니 모든 게 내 탓이었다. 내 탓으로 생각하고 사과했더니 대중들은 큰 박수를 보내줬다.

그 후배 역시 내 앞에서 오체투지를 하며 "형님 죄송했습니다. 이런 기회를 주셔서 감사합니다"라며 말했다. 그 말 몇 마디에 나는 짜릿한 전율을 느꼈고 두 사람은 껴안고 한참 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내가 이렇게 마음의 문을 열 수 있었던 것은 대종사님 법 만나 마음공부를 한 위력이라고 생각한다.

앞으로도 한결같은 믿음으로 교법을 실천하고 인과보응의 이치와 불생불멸의 이치를 더욱 깊게 믿으며 사은님의 은혜가 가득 넘치고 법력 증진할 수 있도록 더욱 정진할 것을 다짐한다.

※ 매월 2주 교도강연이 게재 됩니다. 교당 강연법회 시 발표된 내용(원고 13매)을 보내주시면 보도해 드립니다. 보내주실 메일은 lss@wonnews.co.kr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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