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동네에는 '책마실'이라는 이름의 작은 어린이 도서관이 있다. 이름대로 친구집에 마실 가듯이 책에게 놀러가서 편하고 자유롭게 놀기도 하고 책도 읽을 수 있는 곳이다. 이곳은 학원이 아니면 갈 곳이 없는 아이들을 위해 뜻있는 엄마들이 만들었다. 처음에는 운영상 어려움도 많이 있었겠지만, 잘 이겨낸 뒤 이제는 아이들 뿐 아니라 엄마들을 위한 프로그램도 운영되는 어엿한 문화의 장이 됐다. 갈수록 개인화 되어가는 세상에서 사람냄새 풍기며 함께하는 세상을 꿈꾸는 이 도서관이 10번째 생일을 맞았다. 어린이 도서관 10주년이라는 타이틀에 걸맞게 동요작곡가 백창우씨를 초청하여 강연을 한다기에 찾아가 보았다.

백창우씨는 동요가 사라져가는 세상에서 쉼없이 동요를 작곡하고 알리는 일에 힘쓰고 있다. 전래동요를 발굴하고 좋은 시로 창작동요를 만드는데, 특히 아이들이 쓴 동시나 마주이야기(아이들이 한 말)를 가사로 노래를 만드는 것이 신선해 보여 그의 동요책들을 관심있게 보고 우리 아이들에게도 노래를 가르쳐주고 있던 터였다.

강연을 들으러 온 사람들은 거의 어린아이를 한 두명씩 간혹 서너명씩 데리고 온 엄마들이었다. 다른 방에 아이들을 위한 공간을 마련해 주었지만 가만히 있을 아이들이 아니다. 강연 듣는 엄마들 사이로 뛰어다니는 아이, 강연자의 뒤에 앉아있는 아이, 백창우씨의 기타를 만지는 아이, 한마디로 강연장은 아이들의 놀이터와 비슷했다. 멀리서 온 강연자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려고 하는데 백창우씨는 가만히 있는 아이는 꽃, 돌아다니는 아이는 벌과 나비라고 생각하면 아무 문제가 없다고 했다. 그리고는 아무렇지도 않게 강연을 이어나갔다. 청중들도 오히려 집중력을 더 높여 강연을 열심히 들었고, 예정된 시간보다 더 오래 좋은 이야기도 나누고 노래도 함께 부르는 즐거운 시간이 됐다.

그날 들은 이야기 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아이들이 가까이 해야 할 3가지에 대한 것이다. 그것은 첫째는 자연, 둘째는 좋은 책, 셋째는 시와 노래이다. 자연과 가까이 지낸 아이는 마음이 넓고 착한 사람으로 자라고, 그 자연에서 신나게 놀아 본 아이는 새로운 길을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으로 자라며, 좋은 책을 많이 읽고, 좋은 시와 노래를 많이 듣고 부른 아이는 꿈을 가진 사람으로 자란다고 이야기 했는데 정말 공감이 되는 말이었다.

그러면서 아이들의 노래를 아이들에게 돌려주기 위해 아이들의 이야기와 말로 동요를 만들고 함께 노래한다고 했다. 아이들은 모두 시인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알고 보면 백창우씨는 유명 가수들의 대중가요도 많이 작곡했다. 계속 대중가요를 작곡했다면 더 유명해지고 돈도 많이 벌었을 것이다. 그러나 아이들의 노래가 사라지고 동요의 의미가 옅어지는 것이 안타까워 아이들 곁으로 와 기꺼이 백창우 아저씨가 됐다.

예전에 신문에서 우리나라 어린이와 청소년들의 행복지수가 전 세계에서 꼴찌라는 기사를 본적이 있다. 대종사께서는 어린이들이 하늘 사람이라고 하셨고, 대산종사께서는 어린이에게 무엇을 가르치기 전에 먼저 사랑과 믿음을 주고 다정한 동무가 되어 주어라고 하셨다. 나는 어떤 어른이었나? 어른들이 만들어 놓은 세상에서 아이들은 하늘 사람으로 행복한가? 라고 자문해 본다.

곧 여름방학이 다가온다. 우리아이들은 지금 무엇과 가까이 하고 있는지 돌아보고 무엇을 가까이 해야 아이들이 진정 행복할 지에 대해 진지하게 연마 해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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