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년, 변화하는 세상

▲ 최근 대산종사 탄생가가 새로운 순례지의 한 곳으로 발돋움하고 있다.
전북 진안군 성수면 좌포리 대산종사 탄생가. 넓은 안마당을 지나 탁 트인 뒷마당으로 돌아가면 안채 부엌 바로 뒤 너럭바위가 옛 모습 그대로 남아있다. 이 바위는 대산종사의 조모인 노덕송옥 선진이 장손자를 점지해 달라고 기도를 올렸던 곳이다. 그 너머로 한눈에 봉황산이 들어온다. 작은 산이긴 하지만 정상부에 우뚝한 병풍바위가 용출한 듯 서 있는 자태에 자못 위엄이 서려 있다. 또한 주위로 섬진강이 흐르는 등 산수가 잘 어우러져 있어 주변 경관도 아름답다. 탄생가를 둘러본 조선일보 칼럼니스트이며 〈명문가〉의 필자 조용헌 동양학자는 한마디로 '이 집이 예사롭지 않은 터에 세워졌음'을 실감했다.

상량문에 1915년(歲乙卯年五月二十日)에 지어진 한옥으로 기록된 탄생가는 봉황산이 올려다 보이는 평탄한 터에 안채를 중심으로 아랫채, 문간채, 행랑채 등이 정연한 모습으로 자리 잡고 있다. 현재 안채를 제외한 다른 부속건물들은 소멸되고 없다. 안채는 정면 5칸, 측면 3칸의 일자형 겹집으로 지붕은 추녀가 있는 팔작지붕이다. 외벌대인 낮은 자연석 기단이지만 기둥이 보통한옥 보다 한자 이상 높아 집은 훤칠해 보인다. 안채의 면적은 83.57㎡(25.27평)로 옛 한옥으로는 규모가 큰 편이었으며, 기둥이 높고 대들보 등 여러 주재들도 적절한 크기로 구성되어서 모든 면에 짜임새가 있는 집이라는 전문가의 의견이다.

원불교100년 성업의 일환이자 원기99년 대산종사 탄생100주년을 기리는 사업 가운데 하나로 지난 4월22일부터 시작된 탄생가 정비는 이러한 원형을 잘 드러내는 방향으로 약 2개월간 진행됐다.

보수범위는 옥개부(지붕) 완전 해체 후 기와 전면교체(전통흙기와), 추녀 좌우의 선자서까래(부채살 서까래) 전면 교체, 미장벽 수리, 부서진 창호 교체, 알미늄 샷시 철거, 부뚜막 재현, 굴뚝 설치, 전면 기둥 주련 설치, 전체적인 도배, 기단 바닥 강화 다짐 시공 등이 포함됐다.

전체적인 보수공사는 원불교창립관, 삼밭재 기도터, 성주성지 대각전 등 교단의 크고 작은 공사를 꾸준히 해온 윤대성 대목(1916호)이 맡았다. 기와 교체 일은 인후교당 이영서 교도가 혼신의 힘을 쏟았다. 전통 기법 그대로 기본을 살리는 게 중요하다는 윤 대목은 "옛 집에 새 생명을 불어넣는 일, 그것이 목수가 하는 일"이라며 "대산종사 탄생가 보수공사도 그런 마음가짐으로 최선의 노력을 다했다"고 남다른 소회를 밝혔다.

특히 탄생가 정비에 자문을 아끼지 않은 강남교당 황의수 교도는 "앞뒤 퇴칸을 5자 반 정도로 하여 툇마루를 널찍하게 한 것이 인상적이다"며 "산간 고원지대인 지역적 특성을 고려할때, 상당한 솜씨의 대목이 동원된 것"으로 판단했다. 재미있는 것은 부엌의 외벽인 판벽의 널빤지에 자귀자국이 그대로 남아있다는 점에서 문화재적 가치를 인정했다.

최근 대산종사 탄생가 주변은 놀랍게 변화하고 있다. 그동안 소유권이 양도된 상태로 상당한 시간을 보낸 탄생가가 다행히 원기96년 10월 보타원 양보훈 교도의 희사로 교단의 성적지로 지정, 이제 새로운 순례지의 한 곳으로 발돋움하게 됐다.

특히 좌포교당을 비롯한 탄생가 주변의 상당한 토지가 확보된 상태여서 새로운 진입로의 정비와 주차장, 화장실, 안내시설 등을 갖추고 전체적으로 적절한 조경을 하고 순례객들이 의미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도록 종합적인 성역화 사업을 진행해 나갈 계획이다.

<원불교100년기념성업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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