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상을 점령한 유전자 조작식품

▲ GMO는 우리생활 속에서 무의식 속에서 반복적으로 섭취되고 있다.
상인 중에 가장 고약한 상인은 먹을 것을 가지고 장난치는 사람이다. 그렇찮은가. 살자고 먹는데 그 먹을 음식에다 죽음의 독을 뿌리고 자기 돈벌이만 열중한다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그러나 있을 수 없는 일이 버젓이 벌어지고 있는 게 오늘의 현실이다.

누가? 대체 누가 그러고 있는가? 미국의 '몬산토'다. 한국의 'CJ제일제당'이 그렇고, '대상(주)'이 그렇고, '사조그룹'이 그렇다. 유전자조작식품 지엠오(GMO)를 두고 하는 얘기다. 7월1일 경실련 소비자정의센터가 그렇게 발표했다.

이 단체가 식약청의 자료들을 두루 분석해서 이런 발표를 했는데 'CJ제일제당·대상·사조그룹 제품의 지엠오 표시현황 실태조사'의 결과에 따르면 이들 회사는 지엠오 콩과 옥수수를 395만5888톤이나 수입했지만 어떤 제품에도 지엠오 표시를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아주 고약한 짓이다.

경실련이 3개 업체의 제품 가운데 콩, 대두, 옥수수 등을 원재료로 표기한 386개를 조사한 결과 CJ제일제당(249개), 사조그룹(99개), 대상(38개)의 제품 어디에도 지엠오 표시는 없었으며 266개 제품은 원산지 표시마저도 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정말 고약하기 짝이 없는 짓이다.

도대체 마음 놓고 먹을 것이 없다. 마트에서 제품을 치켜들고 뒤집어 가면서 트랜스 지방이 있는지, 지엠오는 아닌지, 아무리 살펴보아도 발견되지 않는다. 깨알만한 글씨로 '대두:수입산 / 옥배유:수입산'이라고만 쓰여 있을 뿐이다. 옥배유는 옥수수 기름을 말한다.

이는 현행 '유전자재조합식품 등의 표시기준'이 그렇게 되어 있어서 그렇다. 원재료 5순위 안에 포함된 제품이나 외래 단백질·디엔에이(DNA)가 남아있는 제품만 지엠오 여부를 표시하도록 규정했기 때문이다. 식용유 등 대다수 제품은 가공을 거치면서 외래 단백질·디엔에이가 남지 않아 표시대상 제품에서 제외된 것이다.

대다수 제품 가공 거치며
표시대상에서 제외 돼


지엠오가 왜 문제일까?

해충이 '살충성 지엠오' 작물인 옥수수나 콩잎을 먹으면 그 자리에서 죽는다. 유전자 조작을 통해 그렇게 만들었다. '제초성 지엠오'는 제초제를 아무리 독하게 쳐도 옥수수와 콩은 싱싱하게 잘 자란다.

몬산토에서 개발한 '라운드 업 레이디'라는 제초제가 그렇다. 제초성이 얼마나 강한지 풀이란 풀은 다 죽는다. 그러나 콩과 옥수수는 유전자를 조작했기 때문에 끄떡없다.

그 외에도 '맞춤형 지엠오'가 있다.
운송 과정에 서로 좀 부딪쳐도 상하지 않도록 한 것으로, 고무공처럼 퉁퉁 튕겨나는 토마토가 그것이다.

〈음식의 종말〉이라는 책에 적나라하게 나온다. 유통기간이 길어져 생산한지 오래 되어도 상하지 않도록 한 항균성 지엠오가 있다. 유통기간이 길고 매대에 오래 진열되어도 신선도가 전혀 떨어지지 않고 썩지도 않는다. 어떤가? 반가운가 아니면 끔찍한가?

더 놀라운 것은 크기를 균일하게 하는 지엠오 제품도 있다는 것이다. 이는 농산물 선별과정상의 편의를 도모하는 것으로 토마토 24개가 딱 한 박스가 되도록 유전자를 조작한 것이다.
▲ GMO로 인해 나 뿐 아닌 가족과 이웃에게도 고통을 줄 수 있다.

이런 것을 사람이 먹으면 어떻게 되겠는가?

당장 아무 일도 없는 건 사실이다. 그러나 만병통치 제초제였던 디디티(DDT)를 기억하자. 너도 나도 애용했던 석면 단열재와 슬레이트 지붕재를 떠 올려보자. 그것들이 지금 어떤 운명에 처해졌는지를 기억해 보자.

옛날에는 손가락 한마디 만했던 딸기가 지금은 다 애들 주먹만 하다. 달기는 또 얼마나 단가. 다 유전자 조작이다.

이런 얘기 듣다보면 너무도 암담하니까 "에이, 그러면 뭘 먹어. 죽을 때 죽더라도 일단 먹고 보자"고 한다. 그러나 어쩌랴. '나'만 죽는 게 아니라 가족과 이웃에게 크나큰 고통을 안겨 줄 수 있다는데 문제가 있다.

일본에서 지엠오를 실험한 결과치가 있다. 임신 2주 전에 쥐에게 지엠오 먹이를 줬더니 무려 36%의 체중이 감소했다.

태어난 쥐의 새끼 55.6%는 3주 이내에 죽어버렸다. 지엠오 작물은 생태계를 교란한다. 제초제가 더 이상 듣지 않는 슈퍼잡초가 마구 나타난다.

모든 포유류는 출산을 해야 젖이 나온다. 그런데 젖소는 매일 젖이 나온다. 유전자 조작 때문이다. 유전자 조작을 통해 젖소의 젖을 많이 나게 한다는 건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그걸 우리는 먹는다.

지엠오 작물을 먹은 젖소는 평균수명이 2년 단축되었다는 보고가 있다.

지엠오를 안 먹겠다고 다짐을 해도 잘 안 된다. 보통의 직장인이 즐겨 먹는 짜장면(춘장), 두유(대두), 찜닭(양념으로 쓰인 물엿과 간장은 물론 여기에 사용된 당면), 커피(첨가 해 먹는 시럽), 팝콘(옥수수), 콜라, 과자 등이 지엠오다. 소고기, 돼지고기, 연어 등이 다 지엠오 사료로 만들어진다. 그러나 어디에도 표시가 없는 것은 물론이다.

알뜰한 주부가 '국산 들기름'을 샀다고 하자. 그것도 지엠오일 가능성이 짙다. 옥수수 식용유를 섞은 가짜 국산들기름이 많기 때문이다. 식당에 가서 비빔밥 먹을 때 넣는 참기름.

이것들은 거의 100% 옥수수식용유 섞었다고 보면 된다. 국산 쌀과 국산 김치와 국산 참기름으로 된 비빔밥을 먹었는데 지엠오를 먹은 꼴이다. 기가 막힌다.

2012년 국내에 식용ㆍ사료용으로 수입된 지엠오는 총 784만 톤으로 이미 우리나라는 세계적으로 손꼽히는 지엠오 수입대국이다.

이 중 식용은 191만5,000톤, 사료용은 592만5,000톤이었다. 금액으로는 8억8,481만7,000달러에 달한다. 그런데 우리는 사료용도 먹는다.

수입된 식용 지엠오는 식용 기름이나 전분당 및 각종 식품첨가물로 만들어지지만 사료용은 일단 소와 돼지, 닭, 어류 등이 먹는데 그 소, 돼지, 닭, 어류를 사람이 먹으니 결국 사료용 지엠오도 사람이 먹는 꼴이다.

도대체 언제 우리 식탁이 이렇게 오염되었단 말인가?

삼성은 지엠오 사업을 하지 않을까? 삼성이 빠질리 없다. 삼성은 더 크게 일을 벌이고 있다. 아예 몬산토와 손잡고 전라북도 새만금 지역에 지엠오 곡창지대를 만들려고 하고 있다. 역시 삼성이다.

'대상(주)' 홈페이지에 들어가 봤더니 대문짝에 '건강한 식문화로 행복한 미래를 창조하는 기업'이라고 되어 있다. 가슴이 내려앉는다.

'사조그룹'에 들어가 봤다. 역시나였다. '안전하고 건강한 먹거리 제공으로 가족의 건강과 행복에 앞장서는 기업'이라는 문구도 모자라는지 '사랑하는 우리가족 행복한 식탁이라고 되어있다.

'CJ제일제당'은? '건강과 행복을 드리는'이다.
대책이 시급하다. 북핵보다 더 무서운 게 독이 되는 음식이라는 걸 깨달아야 할 때다.
▲ 전희식 / 전국귀농운동본부 공동대표〈똥꽃〉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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