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물욕·색욕·명예욕·이욕(利欲)등 인간이 갖는 모든 욕망을 통 털어서 재색명리라 한다. 재색명리는 불보살과 중생의 갈림길이 된다. 하근기 중생은 재색에 관한 욕심이 더 강하고, 상근기는 명리에 대한 욕심이 더 강하다. 수행자에게는 명예욕 끊기가 가장 어렵다고 한다.

명예는 입정처만 세우고 보면 우리 모두에게 본래 품부되어 있는 것을 알게 된다. 다만, 입정처를 세우지 못할 때 즉, 정신적인 자력이 부족할 때 다른 사람에게 자신의 강점을 내세우고 늘 칭송받기를 원하게 된다.

옛 사람이 '상천의 덕은 소리도 없고 냄새도 없다'하신 말씀을 생각하며 인도품 54장을 보자. 부호(富豪) 한 사람이 흉년에 약간의 전곡으로 이웃 빈민들을 구제한 후에 송덕(頌德)하여 주기를 바라자 동민들이 비(碑) 하나를 세웠더니, 그 사람이 만족하지 못하여 스스로 많은 돈을 들여 다시 비를 세우자 험담과 조소가 적지 않았다는 발표를 듣고 대종사는 '이것이 곧 억지로 명예 구하는 사람들을 경계하는 산 경전'이라 하시고, 그 사람은 명예가 나타나기는 커녕 그 전의 명예까지 떨어졌으니 어리석은 사람은 명예를 구한다는 것이 도리어 명예를 손상하게 한다 했다. 그리고 지혜 있는 사람들은 오직 당연한 일만 행하는 중에 자연히 위대한 명예가 돌아온다고 하셨다.

사람이 지나간 자리에는 선명한 자취가 남는 것이 진리이다. 나의 언어 행동이 훌륭하면 남이 다 아는 것인데 그동안 급해서 제가 제 칭찬을 하는 것은 자취의 방향을 엇갈리게하는 일이다. 조그마한 선한 일을 하고도 그것이 남들에게 빨리 알려지기를 바란다면 거기에는 오히려 악의 뿌리가 남아 있는 것이 아닐까!

특히 수도하는 사람이 명예에 팔려 남이 '잘한다'고 하면 기분이 좋아지고 기운이 나서 수도하기에 힘쓸 생각이 나고, 남이 몰라주거나 '잘못한다'고 하면 원망이 나고 기운이 가라 앉는다면 그동안 수도의 공력이 매우 민망할 노릇이다.

대종사는 수도하는 사람이 이곳 저곳으로 제 이름과 아는 것을 자랑하고 알리러 다니는 것은 명예를 팔고 다니는 장사꾼은 될지언정 큰 도를 지닌 참 도인은 아니라고 경계해 주셨다.

열반하신 한 선진은 평소 공부표준은 '세상의 재색명리를 버렸다하더라도 불문의 재색명리에 집착하면 영겁대사가 무너지니 주의할 것'이라고 했다.

늘 단전에 들어 우리의 본래 주소 회복하는 데 공을 많이 들여야 한다. 대산종사는 단전에 들기를 한 시간만 하게 되면 하루, 십년, 이십년 한 것이 다 탈탈 털어져 버린다 했으니 다른 이의 칭송이 없어도 내 스스로 기뻐지는 열쇠를 단전 세상에 들어가는 데서 찾아보면 어떨까?

<담양교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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