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종사께서는 상시응용 주의사항 3조에서 '노는 시간이 있고 보면 그 시간에 경전법규 연습하는데 주의하라'고 하셨습니다. 교도님들께서도 흔히 경전공부는 많이 하지만 법규연습이라고 따로 하신 적이 있으신가요?

주위에 착하게 사는 사람을 일컬어 '법 없어도 살 사람'이란 말을 씁니다. 〈대종경〉 교의품 25장에서 한 목사와 대화하는 중 "우리에게도 서른 가지 계문이 있으나 한 가지도 삭제할 만한 것이 없으므로 그대로 지키게"한다고 하시면서 "사람이 혼자만 생활한다면 자행자지하여도 별 관계가 없을지 모르나 세상은 모든 법망(法網)이 정연히 벌여 있고 일반 사회가 고루 보고 있나니, 불의의 행동을 자행한다면 어느 곳을 향하여 설 수 있겠는가. 그러므로 나는 생각하기를 사람이 세상에 나서면 일동일정을 조심하여 엷은 얼음 밟는 것 같이 하여야 인도에 탈선됨이 없을 것이며, 그러므로 공부인 에게 계율을 주지 않을 수 없다"고 하셨습니다.

'법 없어도' 산다는 의미는 법의 테두리 안에서 아무런 문제없이 사는 것을 의미한다고 생각합니다. 여기서 법규란 (1)교단의 질서를 유지하기 위하여 교도들이 지켜야 할 각종 법령이나 규율·교헌·교규·교령 등의 헌규와, 정기훈련법·상시훈련법·교당 내왕시 주의사항·삼십 계문·각종 예법 등 (2)국민의 권리·의무 등을 규정하여 활동을 제한하는 법률, 명령·규정 등 (3) 법률의 규정·규칙·규범 등을 말합니다.

우리나라를 이끌어가는 법규는 헌법입니다. 헌법은 그 나라의 근간과 같은 것으로 모든 법의 근본이 되는 것입니다. 우리 원불교에는 헌법격인 〈교헌〉이 있습니다.

원불교 〈교헌〉의 역사는 해방 후 교명을 '원불교'라 내정하면서 시작됩니다.

원기32년(1947) 1월16일 '재단법인 원불교'의 등록 인가가 나온 후 이듬해인 33년(1948) 4월 총 대회에서 '원불교'라는 정식 교명 선포와 함께 원불교 〈교헌〉이 선포되게 됩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대한민국 헌법 1장을 가장 많이 거론합니다. 바로 민주국가라는 것을 강조하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원불교 〈교헌〉 1장은 무엇일까요?

'원불교는 우주만유의 본원이요 제불제성의 심인이며, 일체중생의 본성인 법신불 일원상의 진리를 종지로 한다'고 되어 있습니다. 또한 목적을 보면 '진리적 종교의 신앙과 사실적 도덕의 훈련으로써 일체중생을 광대무량한 낙원으로 인도함' 이라고 되어 있습니다.

교헌의 종지와 목적은 곧 원불교를 특징짓는 말씀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 말씀은 대종사의 개교의 동기로부터 비롯되었음은 두말할 필요가 없습니다.

대종사께서 법규를 공부하라 하심은 첫째, 우리의 의무와 책임을 말씀하신 것입니다.
대한민국에 살면 국민의 의무가 있듯이, 원불교에도 교도의 의무가 있습니다.

제 16조에 교도는 조석심고·법회출석·보은헌공·입교연원의 네 가지 의무가 있고, 선거와 피선거의 권리·교정 참여의 권리가 있습니다. 교도로서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하고 있는가 뒤돌아 보아야 합니다. 또한 교단의 일에 관심을 가져야 합니다. 요즘 재가교도의 역할에 대해 많은 의견들이 있습니다. 15조에 보면 재가 출가를 차별하지 않는다고 됐습니다. 좌산상사께서도 '재가가 교화의 주역이 되어야 한다'고 말씀 하셨습니다. 그만큼 재가교도님들의 활발한 참여가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대종사 당시에도 재가 출가의 구별 없이 하나의 공동체를 이루었습니다. 이러한 뜻을 오늘에 되살리는 노력이 있어야 하겠습니다.

공부하고 신앙하면
구속하던 법들이
지켜주는 울타리가 된다


둘째는, 법 있게 살라는 뜻입니다.

법 있게 산다는 것은 무슨 뜻일까요? 법에 맞게 산다는 의미일 것입니다.

대종사께서는 법률이란 '인도정의의 공정한 법칙'이라고 정의하시면서 "개인, 가정, 사회, 국가, 세계를 다스리는 법률이 없이도 안녕질서를 유지하고 살 수 있겠는가?" 질문하시고 없어서는 살 수 없는 관계를 법률은으로 말씀해 주셨습니다. 법률은 구속이 아니라 법률의 보호를 받아 결국 자유를 얻게 될 것이라고 하셨습니다.

앞에서 말씀드린 교의품 25장의 내용을 보면 사람은 혼자 사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대종사께서는 종교가에서 계율을 주어 '일동일정을 조심하여 엷은 얼음 밟는 것 같이 하여야 인도에 탈선됨이 없을 것'이므로 공부인에게 계율을 주지 않을 수 없다고 강조하셨습니다.

원불교에 들어오면 계문을 지켜야 되고, 솔성요론으로 성품을 단련해야 되며, 일상수행의 요법으로 공부하고, 상시응용주의사항으로 날마다 점검하며 교당내왕시 주의사항으로 또다시 점검하며, 정기훈련과 상시훈련을 하는 등 법을 지키기로 하면 일동일정이 다 구속이 됩니다. 하지만 '공부하고 신앙하다보면 나를 구속하던 법들이 나를 지켜주는 울타리가 되어 준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셋째는, 오직 공법(公法)위주로 하라는 뜻입니다.

대종사께서는 모든 일을 공사를 통해서 하셨습니다. 공중에서 공사를 통하지 아니한 것은 아무리 이익을 주는 것이라 해도 그만두라고 하셨습니다.

선진님의 일화 중 하나를 말씀드리면, 사산 오창건 선진께서 영산에 있을 때, 마침 어떤 사람이 논을 팔려고 하는데 그 가격이 실제의 시세보다 훨씬 싼 것입니다. 사산 선진은 총부로 와서 공사에 따라 매입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은 했으나 그럴만한 시간적 여유가 없어서, 단독으로 계약을 체결하고 말았습니다. 비록 공사를 거치지 않았으나 가격이 매우 싼 것이기 때문에 대종사와 대중들이 잘했다고 크게 칭찬해 주리라고 생각하여 총부에서 보고 말씀을 드렸습니다.

"대종사님, 이번에 영산에서 논을 사기로 계약했습니다. 그런데 가격이 실제 시세의 절반도 안 됩니다. 우리 회상에 상당한 이익이 되리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냐, 언제 논을 사기로 공사를 했더냐?"
"그럴만한 시간적 여유가 없어서 단독으로 계약을 체결하고 이렇게 와서 보고 드립니다."

"공사도 없이 공중사를 단독으로 처리하고서도 잘못한 줄을 모르겠느냐. 이익이 된다면 얼마나 큰 이익이 되겠는가. 비록 상당한 이익이 있을 것이라고 해서 단독으로 공중사를 처리한다면 앞으로 우리회상이 커질 때에 회상 한구석을 팔아먹을 사람이 나오지 않는다고 어떻게 보장할 수 있나? 당장 가서 계약을 해지해라. 계약금을 떼어도 좋다. 잘못된 생각은 일찍부터 뿌리를 뽑아 버려야 한다"는 추상같은 말씀을 들었습니다.

지금 생각해도 사산 선진의 행동은 충분히 이해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대종사께서는 잘못된 생각은 일찍부터 뿌리를 뽑아야 한다고 하시면서 경계를 해주신 것입니다.

우리 원불교는 공법을 위주로 합니다. 위로 종법사 선거에서 각 교당의 모든 소소한 일들까지 모든 것이 공법(公法) 아닌 것이 없습니다. 교당에서도 무슨 일을 하려면 꼭 회의를 거쳐 일을 처리하는 것도 법규를 연습하는 일입니다.

경전공부와 법규연습을 통해 일원의 울타리를 튼튼히 하고 그 속에서 대 자유를 얻는 교도님들이 되시기를 빕니다.

<문장교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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